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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나 장면은 사실 끔찍하지는 않다. 일각에서는 여자의 이빨을 뽑는 장면이나, 연장으로 사람의 머리를 내리치는 장면, 분쇄기에 사람을 살아있는 그대로를 갈아버리는 장면 등이 끔찍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로 대입시킨다면 정말 끔찍하고 있어서는 안되는 장면이지만, 영화로 대치시키면 사실 그동안 더 끔찍한 국내외 영화때문인지 담담해지는 느낌마저 든다.

영화는 끔찍함은 다른 곳에 있다. 일차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폐쇄적인 공포다. 현아 (전세홍 분)가 판곤 (문성근 분)에게 잡혀있던 지하실과 개장, 그리고 이 공간과 결합된 어둠은 사람들에게 그 자체로서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이 역시도 일반적인 공포 영화에도 공식으로 쓰이기는 한다. 그러나 여기에 일상적인 공포라는 것이 더해지는 순간 장면마다 느껴지는 공포는 별개 아닌 것으로 변한다. 누구나 옆에서 볼 수 있는 사람이고, 도리어 어리숙해서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하는 사람. 공간 역시 흔히 우리가 맛있는 집을 찾아간 시골의 어느 한적한 식당인 듯한 현실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집중하게 만든다.

영화가 끝나고 일부는 "끔찍하기만 했지 재미도 없다"라고 말하고 한편에서는 너무 현실적이라 (아마도 강호순 사건 영향도 컸으리라) 무서웠다고 말한다. 그러나 내가 제일 섬뜩함을 느낀 것은 살인 충동의 전달이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폭행한 모습을 보다못해 죽인 이후 살인을 저질른 문성근이나, 그 문성근을 잔인하게 처리한 후 또다른 살인귀로서의 변화를 예상케하는 추자현의 모습은 마치 과거 귀신 영화에서 영혼이 전달되는 느낌이 들게 한다.

영화 캐릭터에 대해 조금 이야기하자면 확실히 문성근은 공포감을 조성케하는 연기를 한다. 현재 SBS 드라마에서 왕의 역할은 문성근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그가 웃으면서 던지는 말은 그가 연장을 들고 사람을 죽이려고 달려드는 모습보다 더 살벌한 느낌을 준다. 그에 비해 추자현은 아쉽다. 극의 중요한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비중이 너무 작다. 그녀가 연기력을 제대로 펼칠 여지가 부족했다. 전세홍의 연기는 신인치고는 나름 신선했다. 일각에서는 그같은 노출과 폭행 수위를 감당할 수 있는 여배우가 없는 상황에서 전세홍의 결단은 대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꼭 봐야할 영화는 아니지만, 봐도 그다지 후회하지는 않을 듯 싶다. 문제는 일상의 공포를 느끼는 것이 오래가는 사람들은 가급적 사양하시길.

- 아해소리 -

ps.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든 세상이든 분노를 쌓아놓지 마라. 일단 털어놓아라. 그게 쌓이고쌓이면 부정적으로 폭발하고 그것이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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