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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테러 라이브'는 참 잘 만든 영화다. 건물이 무너지고, 다리가 무너지는 상황일 일부 나오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스튜디오에서 하정우라는 배우에게 의존해 진행된다. 하정우의 연기와 탄탄한 스토리 그리고 관객들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는 연출과 가볍지 않은 메시지는 반드시 봐야할 영화 목록에 올려도 될 듯 싶다.(약간의 스포일러 존재)

영화 스토리는 간단하게 박스 안의 내용과 같다.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 라디오국으로 좌천된 인기앵커 윤영화(하정우)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중 자신에게 걸려온 테러범의 전화를 받게 된다. 특종이 될거라는 직감으로 신고는 뒤로 하고 테러범과의 통화내용을 생방송으로 내보낸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일은 갈수록 커지고 자신의 목숨까지 담보한 위험한 방송을 이어가게 된다.

 

영화는 하정우의 원맨쇼나 다름없다. 뉴스 부스에서 하정우가 테러범과 전화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영화 전반을 지배한다. 중간에 경찰청장이 등장하고 대테러 담당 경찰이 등장하고, 보도국장이 등장해 각각의 캐릭터를 선보이지만, 80%이상은 하정우 연기에 의지한다.

 

하정우는 전화로 테러범을 설득하지만, 테러범의 요구는 오로지 하나다. 과거의 어떤 일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 그러나 이는 하정우 능력 밖의 일이다. 때문에 하정우는 테러범에게 때론 설득을, 때론 협박을, 때론 읍소를 하며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 극에서 시간은 중요한 장치로 등장한다.

 

그런데 목소리로만 등장하는 테러범을 향한 내 심정이 불편하기 시작했다.

 

테러범은 어떤 과거의 사건으로 인한 피해자다. 그래서 사과를 요구한다. 그런데 그 사과 요구의 방법이 비상식적이다. 내가 받아야 할 사과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담보로 잡는다. 하정우의 논리적인(?) 질문과 대화 방식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 오로지 '사과를 해야한다'고 고집한다. 여기서 나의 불편함은 시작한다.

 

어떤 기자가 자신의 리뷰에 '평소 이성과 논리를 중요시하는 분은 특히 보지 마세요'라고 적었다. 맞는 말이었다. 대다수 자신이 '상식적'이라고 생각한 이들은 테러범을 향해 짜증을 일으킨다. 대통령을 뉴스부스로 불러 사과를 해야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는 생각을 한다. 테러범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그 방식은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약자에 대한 동정과 현실적인 상황의 충돌이 일어난다.

 

위치에 따라 보도국장에게 심정적으로 이해가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경찰의 입장에 이해가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말도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하정우와 테러범 이외의 사람들 입장에 다양하게 분포돼 감정이입될 수 있다. 이것을 무조건 '나쁘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든다.

 

여기서 사고를 바꾸자. 테러범이 원하는 것은 하나. 대통령이 뉴스에 출연해 사과하는 것이다. 대통령이라는 위치도 알고, 테러범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응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정말 이게 맞는가? 대통령이 뉴스에 출연해 사과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인가. 이미 머리 속에서 우리가 만든 정치사회적 프레임에 갇혀, 영화 속 상황을 '말도 안되는 상황'으로 규정 지은 것이 아닐까.

 

어느 순간, 지켜야할 상식과 '네 말은 알겠지만, 현실은 그런 게 아니야'라는 입장의 충돌은 이런 류의 영화를 보는 나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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