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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의 내용이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전체적인 흐름이 어쩌구 하는 것은 이미 기존 매체들에게서 많이 쏟아졌으니, 딱 내가 관람한 날짜에 있었던 무대 이야기만 하자.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충무아트홀, 2014323일 오후 2.

 

실상 류정한-박은태 콤비의 작품을 보려 했다. 이유는 작품이 아직 검증 단계이고, 창작 뮤지컬이기에 위험부담을 최소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주말 라인업 중에서 그나마 제일 이 파트가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표가 없다고 하고, 난 주말에만 볼 수 있는 시간이 나기에 어쩔 수 없이 이건명-한지상 콤비를 택했다.

 

그래도 내용은 조금 적시해야 하기에...아래와 같다.

 

프랑켄슈타인의 큰 줄거리는 영국 작가 메리 셜리의 1818년 동명 소설에서 가져왔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왕용범 연출을 중심으로 한 한국 제작진에 의해 재탄생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야기는 신은 꿈꾼 인간인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로부터 출발한다. 어린 시절 부모를 연달아 잃은 후, 빅터는 자신이 저주받은 사람이라 여기고, 그 저주를 풀기 위해 신의 영역인 생명 창조에 몰입하게 된다. 빅터와 전쟁터에서 만난 친구이자 조력자가 된 앙리 뒤프레는 빅터를 보호하기 위해 사형을 당한 후, 빅터의 연구를 위해 자신을 바친다.

 

빅터는 결국 앙리의 육체를 되살려 내지만, 이는 앙리가 아닌 그저 빅터가 만든 괴물에 불과했다. 빅터가 저주를 풀기 위해 시작한 생명 창조의 길이, 또다른 저주받은 괴물을 만들어 냄과 동시에 자신 역시 그 저주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만 꽤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웬만해선 박수 치기 귀찮아하는 내가 중간중간 박수를 참 열심히 쳤으니 말이다.

 

우선 스토리를 잘 짰다. 1부와 2부를 극명하게 나눠, 보기가 쉬웠으며 동시에 어떤 이야기를 던지는지도 명확했다.

 

한마디로 괴물을 짐승보다 더 무시하며 처참하게 대하는 인간 세상이 알고 보니 괴물보다 더 무지막지한 괴물들이 모여 사는 짐승 이하의 세상이라는 것, 그 안에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해지며 과연 자기 스스로를 인간과 괴물의 경계선에서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라는.....뭐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간단할 수 있지만, 공연 보는 내내 이 주제는 무게감 있게 다가왔다.

 

그러나 역시 어떤 공연이든 아쉬움과 더불어 수정해야 할 것이 남기 마련. 좋은 이야기들은 수많은 매체들과 공연 전문 블로거들이 했을테니, 잡다한 블로그에서는 역시 지적질 좀 해야겠다.

 

첫째는 배우들의 기량 차이다. 이건명을 선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 중 하나가 분명 한지상에게 밀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건명의 작품을 몇몇 보면서 개인 편차가 다소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내가 그때만 공연을 관람했는지 몰라도). 그러나 한지상은 굉장히 안정적으로 무대를 이끌고 간다. 이날 이건명이 어떤 컨디션을 보일지 불안했고, 이로 인해 한지상과 격차가 날 것이라 예상했다.

 

솔직히 이날 이건명은 잘했다기 보다는 무난하게 무대응 이끌고 나갔다. 목을 누르는 듯한 발성이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감정 표현에서는 낙차 없이 수행했다. 그러나 정작 키는 한지상이 쥐고 있었다. 한지상의 폭발적인 고음과 감정 조절은 이건명을 능가했다.

 

빅터의 이건명과 앙리의 한지상이 친구가 되는 과정을 그린 1부에서는 실상 기량 차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한지상이 괴물이 되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졌다. 물론 이건명 역시 자크 역으로 바뀌지만 흡인력은 떨어진다. ‘괴물한지상은 분명 무대를 장악해 나가기 시작했고, 관객들의 기분을 들었다놨다 했다.

 

 

 

이건명-한지상 콤비를 선택하면서 우려했던 일이 사실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또다른 아쉬움은 기억에 남는 뮤지컬 넘버가 없다는 것이다. 무대와 넘버를 같이 보면 분명 참 잘 만들었다라고 생각되는 곡들이 몇몇 있었다. 문제는 다들 너무 웅장하게 만들려했고, 너무 처절한 고음 처리로 의미를 잔잔하게 전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킬앤하이드지금 이 순간의 경우만 들더라도, 음의 폭을 활용해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러나 프랑켄슈타인에는 딱히 이거다라는 넘버는 머리 속에 남지 않았다.

 

무대 장치 역시 마찬가지다. 빅터가 실험실에 앉아있는 장면과 결혼식 장면 그리고 실험을 행하면서 하는 모습 등은 마치 지킬앤하이드를 연상케 했고, 빅터의 연구실이 있는 성은 노트르담의 곱치의 대성당 벽 같은 느낌이 들었다. ‘괴물을 탄생시킨 거대한 실험 도구를 제외하고는 색다른 것이 없어서, 자칫 다른 뮤지컬과 혼동할 정도다.

 

마지막 아쉬운 점. 공연장에 미취학 아동으로 보이는 이들이 종종 보였따는 것이다. 공연은 13세 이상만 공연 관람이 가능하다. 이 이야기를 굳이 왜 하느냐 하면, 2부의 내용 중 적잖은 부분이 어린 나이에 보기에는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13세 이상이라고 하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19세까지 올라가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내용이다.

 

뭐 이래저래 아쉬운 몇몇을 뺀다면 분명 프랑켄슈타인은 여러 가지 기록을 남길 작품이긴 하다. 창작뮤지컬로서의 기록 뿐 아니라 라이선스 작품들과 견주어도 손색 없으니 말이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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