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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 2002년도에 제작되었으니, 영화 제작속도가 빨라진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오래된' 이야기를 하는 것일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연히 다시 보게 된 이 영화는 여전히 힘이 있었고, 삶이 있었다.


내용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1939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활동하던  유대계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에드리언 브로디)의 이야기다.


제 2차 세계대전중에 스필만이 허기와 추위, 고독과 공포속에서 삶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으며, 결국은 그의 선율을 전쟁이 끝난 후에도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게 된다.


영화 전체의 줄거리와 그에 따른 개개의 감정은 이야기하기 어렵다. 지루할 수도 있겠고, 전쟁과 삶, 죽음 등에 대한 개개의 실체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느끼지 못한 이들에게는 지루한 하나의 드라마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속에서 나오는 피아노의 울림은 다르다. 난 피아노의 선율이 아름다운 것은 인정하지만, 각각의 곡들에 대해 감흥을 쉽게 받지 못한다.


어떤 상황에서 내 감정에 부합된 곡이 울려나오면, 그때그때마다 그 곡에 심취될 뿐이다. 물론 다시 그 곡을 구해서 듣는다고 해도 그 심취된 느낌을 다시 가지지는 못하곤 한다.


음악은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인과 헤어질 때, 길거리에서 들은 음악은 평생 가슴을 저미게 만든다. 어떤 일을 성공시켰을 때 우연히 라디오에서 듣게되는 음악은 힘들때마다 버팀목 역할을 해준다. 바다에 가서 푸르름과 광대함에 넋을 잃는 순간 귀에 들려오는 음악은 늘 설레게 만든다.


이런 면에서 스필만이 영화 후반에서 독일장교앞에서 보여준 연주는 '삶'이라는 상황과 맞물려 강한 느낌을 줬다. 처음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을 때, 이 마지막 연주장면은 전율에 가까웠고, 수년이 지나 다시 본 그 장면은 현재의 나를 보게 만들었다.


솔직히 화면 자체도 이런 느낌을 강하게 주기위해 인위적으로 설정됐다.


폐허가 된 건물속에서 한줄기 달빛이 들어오며, 그 안에서 한 피아니스트가  전쟁속 적 앞에서 생존을 위해 연주를 해야하는 모습.


하지만 눈에 보이는 이 인위적인 연출은 가슴이 설레이고 몸에 떨림을 느끼는 것에 방해가 되지 않았다. (뛰어난 연출과 뛰어난 연기다)


그 곡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극장에서 나올때도 찾아본다고 한 것이 아직도 그대로다.

그러나 분명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지금껏 내가 본 피아노 연주중에 '영화 피아니스트'의 그 장면은 단연 가장 아름다운 연주임은 분명하다.


살기 위한 연주만큼 절실하고 아름다운 것이 과연 존재할까.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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