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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이긴 마당에 한국의 승리라고 하면 어설픈 애국주의요, 우격다짐 코미디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 나름의 해석으로 하자면, 결국 이번 WBC에서 이뤄진 한일전은 3판 2승제 게임이였을 뿐이다.


미국이 처음부터 철저히 자신들의 의도대로 짠 이번 '판'은 한국이란 변수때문에 뒤죽박죽이 되었다. 결국은 WBC가 아닌, ABC가 되었고 주인공은 미국과 주인공이 아닌 한일 아시아의 두 국가가 주인공으로 부상해버린 것이다.


미국은 오심으로 '아시아국가' 일본에게 겨우 이기고, 다시 '아시아국가' 한국에게 지더니, '아시아'의 두 국가의 결과에 따라 '4강진출'에 목을 매다가, '아시아국가' 한국이 만들어준 기회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아시아국가' 일본에게 기회마저 빼앗겨, 다시 '아시아'의 두 국가가 준결승전을 치루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만 보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ABC로 축소해 쳐다보면 한일전은 오늘 결승진출전만이 아닌 그동안 싸워온 전적을 처음부터 되짚어봐야 하고, 이런 맥락에서 3전 2승 1패를 한 한국의 승리라 할 수 있다.


일본은 벌써부터 3번째 승리가 진짜라고 떠들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초라해 보이는 이유는 그동안 아시아의 최강이며, 한국을 늘 한 수 아래로 봐왔던 그동안의 태도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마치 강한척 하는 어른이 진짜 강한 어린애에게 수차례 패배하고 놔서 결국 한번 이겨놓은 것을 가지고 "거 봐라 내가 진짜 승자다"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WBC 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 할 일은 아니다. A부터 Z까지 미리 잘 짜놓은 판을 뒤흔든 자체만해도 만족스러운 결과이기 때문이다.  

-아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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