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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어느 것이든 순효과과 역효과가 동시에 발생하기는 하지만, 영화 등 파급효과가 큰 매체의 경우에는 이런 순효과와 역효과의 비중을 따지고 들어가야 될 듯 싶다. 물론 영화를 제작하면서 이같은 영향력을 고려하는 감독도 드물 것이고, 이에 주안을 두어 연기하는 배우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는 그들에게 그런 모습을 요구할 듯 싶다.

지난해 10월 20대 남자가 집에 불을 질러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이 남자는 어머니와 양아버지가 종교에 몰두해 자신에게 신경을 쓰지 않아 범행을 계획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재혼 후 태어난 남동생을 편애하는 것에 대한 불만과 소외감도 한몫했다.

그런데 눈에 띄는 점은 조사과정에서 이 남자는 "영화 '공공의 적'에서 주인공이 돈 때문에 노부모를 살해하고 범행을 은폐하는 것을 보고 미리 휘발유를 사서 준비했다"고 진술한 점이다.

영화를 보고 범행을 계획했다라는 말처럼 해당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을 철렁하게 하는 경우는 없다. 특히 '공공의 적'이나 '친구'는 종종 언론매체에서 살인이나 폭행 등에서 주로 인용되는 영화들이다.

배우 설경구는 과거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영화가 영화로 끝나야 하는데 이게 현실로 되니까 가끔 섬뜩할 때가 있다. 유영철이 잡혔을 때 '공공의 적'DVD가 유영철 집에서 나왔다고 해서 섬뜩했었다. 내가 이렇게 사회에 악영향을 미쳤구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며 "또 무슨 살인사건 현장에서는 '공공의 적' 흉내를 내서 밀가루를 뿌렸다고 한다. 그런 뉴스를 들을 때마다 머리가 쭈삣쭈삣 선다. 뉴스 내용도 '영화의 한 장면을 흉내내서…'라고 나온다. 영화가 무슨 큰 팁을 준 것 같기도 해서 섬뜩하다"

2002년 1월 개봉한 영화 '공공의 적'에서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결심한 부모를 잔인하게 아들이 살해하는 장면에서부터 늙은 택시 기사와 청소부 등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는 장면이 나온다. 2004년 7월 유영철이 잡혔을 때 서랍 속에서 '공공의 적'DVD가 나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당시 일부 언론에서는 "'엽기 연쇄살인마' 영화 '공공의 적' 모방?' 등의 제목이 달려나오기도 했다.

아무래도 오늘 설경구를 비롯해 출연 배우들은 한번 더 섬뜩함을 느껴야 될 듯 싶다. 그들이 어떤 죄를 짓거나 잘못은 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연기한 행동이, 감독이 연출한 모습이 모티브가 되었다는 자체로도 부담이 될 듯 싶으니 말이다.

-아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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