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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막은 조금 지루했다. 조연들의 현란한 몸짓과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가 들리기는 했지만, 단조로운 색채는 피곤함을 안겨줬다.

지난 1월 29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를 어떻게 꾸며 관객들에게 어필하는가가 관건이다. 특히 이미 2007년 공연과 더불어 '레딕스 십계'와 '노트르담 드 파리' 등으로 인해 어느 정도 불편함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국내 관객들은 빠른 속도의 이야기 전개와 유쾌함, 군무 형태의 안무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에 2007 '로미오 앤 줄리엣'의 고민은 고스란히 2009년으로 대물림될 수 밖에 없었다.

결론은 배우들의 넘버 소화, 안무, 음악, 화려함은 여전했지만, 단조로운 의상과 조명, 부드러운 음색으로 인한 단조로움은 여전했다.

레드와 블루로 대표되는 캐플렛가와 몬테규가는 색으로 인해 대립과 증오가 굳이 따로 설명이 필요없이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되기는 했지만, 이 둘을 제외한 나머지는 좀더 다채롭게 꾸밀 수 있지 않았나 싶었다.

또한 여전히 '죽음'의 역할은 관객들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어느 정도 내용을 아는 이들에게도 '죽음'이 던지는 메시지를 쉽게 파악하지 못한다. 극 전체가 표현하는 복수와 폭력, 죽음과 저주를 이야기하지만, 그 이야기의 전달 강도는 낮았다. 어쩌면 이는 뮤지컬 자체에서 '죽음'이라는 캐릭터의 필요·불필요의 구분을 지어 평가하기보다는, 국내 관객들이 캐릭터가 명확하고도 확실한 위치를 점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인 것은 부드러움과 강렬함을 오가는 뮤지컬 넘버와 힙합, 브레이크댄스, 아크로바틱 등 역동적인 배우들의 움직임이 극의 몰입도를 높힌다는 것이다. 남성 앙상블과 여성 앙상블이 다소 과격하게 몸을 부딪치며 싸우는 모습은 한편으로는 우스꽝스럽기도 했지만, 어쨌든 '싸움'을 잘 묘사했다는 느낌을 주긴 했다. 또한 이번에 처음 공개된 '스무살이 된다는 것'은 물론 새로이 구성된 '시인의 노래' '사람들이 수군대지''권력' 등은 풍성함을 더했다. 특히 줄리엣의 유모가 홀로 무대에 서서 부르는 '그녀가 사랑에 빠졌네'는 풍부한 성량은 물론, 줄리엣의 마음을 줄리엣보다도 더 강하게 관객들에게 어필했다.

여기에 이미 널리 알려진 '세상의 왕들''사랑한다는 건''베로나' 등은 배우들의 한층 농익은 실력으로 인해 더욱 친숙하게 다가왔다.

돋보였던 것은 공연이 끝날 무렵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와 배우들과 공연의 끝을 즐겼다는 것이다. 앵콜곡과 안무가 극을 위한 것이 아닌, 관객을 위해 서비스 한 셈이다. 특히 지난 1월 31일 공연에서는 '캐플렛경'역을 맡은 배우 '아리에 이따'가 생일을 맞이해 관객들의 축하를 받은 모습은 편안하게 느꼈다. (케익을 들고 나올때 불이 꺼질랑말랑한 그 아슬아슬한 느낌은.ㅋ)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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