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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각자 조금은 다른 라인업으로 인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것 자체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숫자의 비교는 무의미하다. 그러나 한 행사를 주관했던 두 기획사가 갈려 처음으로 경쟁 관계로 승부를 내는 측에서는 숫자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특히 그것이 내년에 개최할 행사에까지 그 영향을 미친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한국 록페스티벌의 대표 브랜드인 인천 펜타포트 페스티벌은 올해 '롱런'의 갈림길에 섰었다. 일단 해외 유명 아티스트를 지산밸리록페스티벌에 빼앗긴 형태로 진행되어 과연 록 마니아들이 얼마나 몰릴 것인지 의구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인천시와 페스티벌 주최사인 아이예스컴 측이 라인업보다는 '펜타포트'라는 브랜드에 기대어 사람들에게 록 축제는 음악 만이 아닌 다양한 형태로 마니아들에게 즐길꺼리를 제공함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24일 페스티벌 첫째날 오후 7시까지 집계된 참가자 수는 5천여명. 그러나 주최측은 당일 1만여명을 예상했고 25일에는 약 2만 5천여명, 그리고 26일에는 1만5천여명 등 총 4만 5천여명이 인천 펜타포트를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숫자는 지난 해와 비슷하다.

물론 이같은 관객몰이에는 지난 해에 비해 50%나 낮춘 티켓 가격이 한 몫 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10만원대가 안되는 가격으로 3일간 음악과 젊은 그리고 사람을 즐길 수 있는데 누가 주저하랴. 이때문에 "1만여 관객들이 찾아 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예년 못지 않은 관객수로 여전한 아성을 뽐냈다"고 자평한 펜타포트 주최측의 말은 공허하게 들린다. (이미 공연 관계자들 사이에 도는 초대권 남발도 1만여 팬을 모으는데 일조했을 것이다)

첫 날 1만 5천여 록 마니아들을 새로운 공간인 지산밸리로 끌어들인 옐로우나인 측은 고무적이다. 비록 해외 라인업이 펜타포트에 비해 강하긴 했지만 신생 페스티벌이며 현재 록 마니아들로부터 팬들의 즐거움을 빼앗은 배신자 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펜타포트에 비해 가격이 높아 해외 라인업에 대해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는 이상 '록 페스티벌' 그 자체를 즐기려는 이들에게 외면받을 소지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관객 숫자로는 펜타포트를 압도했다. 첫날 현장 판매분이 모두 판매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어느 정도 록 마니아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뭐 금요일자 티켓 한 상자가 통째로 사라지는 일이 벌어지는 등 운영 면에서 부실한 것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올 초부터 지적해왔듯이 이 둘의 이러한 '쓸데없는' 경쟁으로 인해 록 마니아들은 답답한 마음을 한 켠에 갖고 올 해 축제를 양쪽에서 즐겨야했다. 어느 록 마니아는 금요일에는 지산에서 토요일에는 다시 펜타포트로 그리고 일요일에는 지산으로 다시 돌아오는 강행군을 선택하기도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라인업에 따라 힘겹게 움직이는 것이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돌아갔다. 단지 많은 상품을 팔고 좀더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며 쉴새없이 즐길꺼리를 제공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어찌되었든 음악을 즐기러 온 이들에게는 멋진 아티스트들의 좋은 음악을 듣고 싶을 뿐인 셈이다.

첫날 관객수로는 지산밸리가 승리했지만 록 마니아들 입장에서는 그저 그런 '짜증나는' 경쟁인 셈이다.

- 아해소리 -

PS. 지산밸리 첫날 헤드라이너인 '위저'는 이날 음악성보다는 쇼맨십으로 한국 팬들을 이끌었다. 공연이라기보다는 행사라는 기분이 들었던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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