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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풍성식당이 있는 자리는 대형 고깃집이 있기도 했고, 대형 마트가 있기도 했다. 주차장이 있기 때문에 어느 업종이 들어와도 꽤 사람들이 찾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런 것에 비해서는 자주 폐업하고 개업하는 느낌이 든다. 어쨌뜬 해장국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함 들어가 봤다.

 

풍성식당

 

생긴지 얼마 안되는 풍성식당 답게 내부는 넓고 깔끔했다. 많은 이들이 찾아서 와도 무난하게 소화할 듯. 앞서 언급했지만, 이 식당의 가장 큰 장점은 주차장이다. 여기에 맛만 잘 갖춘다면 나쁘지 않은 해장국집이 될 듯 싶었다.

 

일단 메뉴는 진짜 풍성했다. 전국 주요 해장국은 다 가져온 듯 뼈다귀 해장국 등만 갖추면 진짜 대부분 해장국을 다 갖출 것 같았다. 그런데 이내 저 해장국을 메뉴판에 올리지 못하는 이유를 알았다.

 

풍성식당

우선 소고기 해장국과 양평 해장국을 시켰다. (사진은 1번 양평 해장국 스타일로, 내부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사진 참고)

 

굉장히 깔끔했다. 고기 육수가 아닌 채수인 듯 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내용물을 먼저 먹고 밥을 말아먹는데, 밥과 국물이 결합하지 못한다. 즉 맑은 국물에 밥 말아먹는 느낌이다.

 

여기서 들은 생각이 메뉴에는 제주도 스타일, 양평스타일 등 써놨지만, 각 해장국 스타일대로 음식을 끓이기 보다는 일단 한가지 육수를 만든 후, 거기에 각각 들어가는 재료만 바꾼 듯 싶었다.

 

풍성식당

 

때문에 이 국물은 양평해장국이나 제주도 스타일 해장국이 아닌 콩나물 해장국 스타일에 어울린다. 앞서 뼈다귀 해장국이 메뉴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육수에 뼈다귀 해장국을 만들었다가는 이도저도 아닌 이상한 맛이 나올 것 같았다.

 

때문에 깔끔하게 해장국을 먹고 싶은 이들에게는 괜찮겠지만, 우리가 아는 그 찐한 해장국의 느낌, 즉 청진옥이나 은희네해장국, 망원동 일등식당 같은 류를 좋아한다면 풍성식당은 피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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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옥


종로 피맛골의 해장국 명가 청진옥이 신관을 새롭게 열었다. 반가운 일이다.

1937년 문을 연 이후 피맛골에서 자리를 지켜온 청진옥은 피맛골 재개발 사업으로 9년전 현 르메이에르(아직도 발음이 어렵다) 1층으로 강제(?) 이주했다.

맛은 변함 없었지만, 분위기를 확실히 달랐다. 르메이에르라는 거대한 빌딩의 부속품이 된 듯하기도 하고, 프랜차이즈 해장국집으로 변한 것 같기도 했다.


청진옥



오래된 맛집은 맛 뿐 아니라 공간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단골들은 맛 뿐 아니라 그 공간에 묻어있는 추억을 느끼러 온다. 친구들과, 아들을 데리고, 손자를 데리고 와 자신이 그 공간에서 누구와 밥을 먹고 술을 마셨으며, 어떤 성장 과정의 흔적을 남겼는지 이야기한다. 맛만 느끼는 것은 절반의 기억이다.

청진옥에 대한 나의 기억도 그렇다. 20대 중반부터 찾기 시작한 청진옥은 재야의 종소리를 들은 후 찾아가 새벽 첫 지하철까지 버티던 곳이다. 2002년 월드컵 때 선배들과 축구 이야기를 하던 곳이다. 이후 직장이 용산, 상암동, 강남 등으로 옮기면서 뜸하긴 했지만, 종종 찾아가 깊은 맛을 느꼈다.

피맛골이 재개발 되고 추억이 몽땅 사라질 때, 그 한켠에 청진옥도 있었다. 르메이에르 1층으로 저리잡은 후 찾아갈 때 이질감이 생겼다. 선배들과 후배들과 마셨던 자리가 없어졌기도 했지만, 앞서 말했듯이 청진옥이 무슨 프랜차이즈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청진옥



신관도 사실 새로운 공간이다. 그럼에도 앞에 반갑다고 한 것은 적어도 그부속품 같은 느낌은 사라졌다. 아마 단골들에게는 과거 추억을 새길 장소는 없어졌어도 새 추억을 만들 공간이 9년만에 만들어졌다는 기대감도 있을거다. 청진옥이 앞으로 100년을 이어 나갈 자리를 찾았다니 믿어보자.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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