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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1980년대라고 말하지만, 나에겐 1990년대 초반의 기억이다. 정확하게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토요일 오후인 듯 싶다. 전국의 국민학생(현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은 브라운관 앞에 모여 미국 프로레슬링(WWF)에 빠져들었다. 방송이 끝나면 이 국민학생과 중학생들은 서로 워리어와 헐크호건, 마초맨, 밀리언 달러맨 등이 되어 바닥을 굴러다녔다.

 

직접 몸으로 뛰지 않아도 됐다. 한 판에 50원 하던 시대의 동네 오락실에는 갤러그, 드래곤, 스트리트 파이터 등과 함께 이 레슬링 게임이 인기를 끌었다. 주로 로프로 던져, 반동의 힘을 이용해 적을 제압하는 형태가 주 기술이었던 이 게임은 동전을 오락실 위에 쌓아놓게 했다. 지금 생각하면 조잡한 그래픽에 조잡한 스킬이었지만, 당시로서는 줄 서서 해야하는 게임이었다.

 

브라운관이든 게임이든 당시 프로레슬러 중에서 전설 중의 전설이라 불리던 이는 단연 헐크호건과 얼티밋 워리어였다. 둘의 기술이 제일 화려했고, 둘이 붙는 모습이 제일 관심을 끌었다.

 

이런 가운데 얼티밋 워리어가 54세로 돌연 사망했다. 그동안 WWE(전신은 WWF)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워리어는 19967월 이후 WWE 쇼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최근 극적 화해로 18년 만에 WWE 쇼에 출연했다.

 

지난 8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스무디킹 센터에서 열린 WWE RAW에 모습을 드러낸 워리어는 그 누구도 혼자 전설이 될 순 없다. 얼티밋 워리어는 팬들이 만든 전설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하루 만에 사망한 것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80~90년대 유명인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며 세월의 흐름을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씁쓸함도 존재한다.

 

헐크호건과 워리어가 다시 맞붙지는 못하지만, 그들이 90년대 보여준 모습은 당시 국민학생과 중학생에게 커다란 즐거움을 줬고, 향후에도 잊지 못할 것이다. 워리어.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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