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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을 몰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라고 영화 제작발표회장에서 장담한 주연배우들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주식이라는 소재를 처음으로 다루며 베일을 벗은 영화 '작전'은 긴박감있는 스토리와 현실감 있는 대사들, 그리고 주연 배우들의 캐릭터있는 연기로 2009년 한국영화를 산뜻하게 출발케 했다. 일면 한국 영화의 부진을 씻어줄 호재로까지 생각할 수 있을 정도다.

억울한 일이 생기면 잠도 못 자는 성격의 소유자 강현수(박용하)는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혼자서 주식을 연마해 프로개미가 된다. 작전주 하나를 추격해 한 번에 수천 만원을 손에 쥐었지만, 그 작전을 진행하고 있던 조폭 황종구(박희순)를 물 먹인 대가로 600억 규모의 작전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가담하게 된다. 여기에 작전에 참여한 몰락한 재벌 2세인 박창주 사장(조덕현)과 비자금 관리자로 냉철한 성격의 유서연(김민정), 이기적인 증권 브로커 조민형(김무열), 건들거리는 재미교포 브라이언 최(김준성)은 각각 돈에 대한 개인의 욕망이 어떻게 펼쳐질 수 있는지 뚜렷하게 보여준다.

영화가 갖는 매력은 '돈'이라는 현실성에 있다. 이때문에 "요즘 대학 졸업장 누가 쳐다보는 줄 알아" "계약직 파리목숨인 거 몰라서 그래? 어머니 칠순잔치를 김밥천국에서 할 순 없잖아" "아무리 발악을 해도 되는 놈만 되는 게 세상이야" "바닥인 줄 알고 사는 놈들 지하실 구경하게 될 겁니다" "누가 주식 사라고 등 떠밀었나. 주식은 전쟁이야"라는 '돈'에 관련된 대사들이 관객들에게 가감없이 전달된다. 관객들은 '주식' '작전'에 대해 전문가는 아니지만 누구나 '돈'이라는 존재는 알고 있기 때문에, 영화에 쉽게 몰입한다. 그리고 이런 관객들에게 영화는 '돈'과 '돈'을 쫓는 사람들에 대한 추한 양면성을 보여준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두뇌 싸움 역시 볼만하다. 말 그대로 적도 없고 아군도 없다. 내가 필요하면 아군이고, 필요없으면 적군이 된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다소 복잡해 보일 수 있는 이런 인물 구도는 '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어느 선을 따라 움직이냐를 파악하면 도리어 명쾌해진다. 그러나 그 명쾌함 속에는 씁쓸함마저 존재한다.

특히 고급 술집에서 박용하와 김무열 그리고 김준성이 술집 아가씨에게 2백만원을 갖는 조건으로 억지로 술을 먹이려하면서 김무열이 "난 술을 먹으라고 강요한 적이 없다. 자신이 원하지 않으면 먹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돈이 가진 힘보다는 돈이 가진 추잡함마저 느껴졌다. 돈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않지만, 영화에서는 그 돈이 모든 것을 다 말해준다고 느끼게 해준다. 사실 영화에서의 이러한 장면 하나하나는 자칫 보는 이로 하여금 엉뚱한 사고마저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배우들의 열연은 확실히 영화를 탄탄하게 뒷받침해준다.

박희순의 연기는 세븐데이즈에 이어 역시 눈에 띄었다. 촬영 내내 애드리브를 구사해 영화의 재미와 완성도를 높힌 박희순은 주식에 관한 영화가 정적으로 흐를 뻔한 것을 일시에 차단시켰다. 사람들은 잔인한 성격의 박희순의 등장에 잔인함과 동시에,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웃음을 지었다. 한 캐릭터가 팔색조같은 느낌을 한꺼번에 관객들에게 선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박희순은 그것을 해냈다.

김민정의 세련된 멋과 느낌, 그리고 박용하의 변화된 모습 역시 눈길을 끈다. 첫 영화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김무열의 연기는 도리어 박희순보다도 더 인간적이고 잔인한 느낌을 동시에 줬다. 같은 형식이라도 박희순은 영화를 속도 조절한다면 김무열은 쉬지 않고 달리는 모양새를 띄었다.

단지, 이 영화가 왜 '청소년 관람불가'인지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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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그나마 보기 시작한 드라마가 MBC 메디컬드라마 '뉴하트'다. 메디컬드라마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연기자들의 연기도 꽤 마음에 든다. 지성과 김민정의 연기도 각각 스스로의 역할을 잘 표현하는 것 같고, 조재현의 무게있는 연기나 박철민의 물오른 감초 연기는 더할나위없다. 덕분에 수목드라마 강자의 자리를 굳히고 있다.

그러나 드라마를 보면서 새삼 씁쓸한 것은 나뿐일까. 지금까지 의사다운 의사를 한 명밖에 보지 못한 내 입장에서는 '뉴하트'는 씁쓸하면서도 부러운 상황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사실 대한민국 국민은 굉장히 불행하다. 법을 내세워 자신을 묶을 수 있는 경찰과 검찰, 법원도 믿지 못하고 생명을 다루는 의사도 믿지 못한다.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는 일선 공무원도 믿지 못하고 자신과 자신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도 믿지 못한다.

그런데 그 '믿지 못하는 존재'에 대해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따라가야 한다. 이 점이 불행하고 불쌍한 것이다. 때문에 이들 국민들은 자기 자식을 자신과 같은 국민들로부터 '믿지 못하는 존재'를 만들려 한다. 아이러니하다. 국민이 믿지 못하는 존재가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국민들은 그들을 위해 돈을 내고 있다. 앞뒤 안 맞는 상황이지만 그게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난 의사를 불신하는 편이다. 천하 명의도 아닌 이들이 나에게 어떻냐고 3~4분 물어보고 처방을 내리는 것도 어이없다. 3일 방송분에서 조재현은 의사보다 인터넷을 믿는 환자에 허탈해한다. 하지만 이는 의사가 허탈해 내용이 아니다. 의사 스스로가 그렇게 만들었다.

환자가 환자가 아닌 고객, 손님으로 대접받는 시대에 그들에게 뭘 바래야 하는지 모르겠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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