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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처음으로 보는 작품이다. 아예 사전 지식을 배제하고 갔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오랫만에 '밖'의 입장에서 보고 싶었다. 


16일 오후 2시 충무아트홀 무대에 오른 배우는 윤형렬, 카이, 임혜영이었다. 어떤 내용이면 검색해보면 나올 것이니 넘어가자. 어두웠던 시절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을 보여주듯이 전체적인 색감은 어두웠다. 사실 난 이 시대를 그리면서 뮤지컬에서 이렇게까지 무대를 어둡게 가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여하튼 브로드웨이 취향이 그러하다니 넘어가자.


윤형렬과 카이의 연기력이 약간 진짜 아주 약간 미흡한 면이 보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일단 둘 다 가창력과 대사 전달력이 뛰어나니, 나머지 감정전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한 미흡함은 무시가 가능했다. 임혜영은 정말 사랑스럽게 나왔다. 현실 속에서, 저런 류의 모습을 보인다면 몇몇 남자들 사이에서도 충분히 어장 관리 가능하겠다.


아무튼 작품은 괜찮다. 메시지도 괜찮고 배우들도 괜찮다. 구성도 제법 탄탄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 방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너무 그동안 뮤지컬을 많이 봐와서 그런지 몰라도,  머리 속에서는 '참 괜찮은 작품이다'라고 생각하지만, 가슴이 울리지 않는다.


이미 여러 번 본 뮤지컬이나 연극, 그러나 배우만 바뀐 작품은 사실 흥미가 많이 떨어진다. 어느 타임에 어떤 장면이 나올 것이며, 배우들이 어떤 감정을 폭발할 것인지 알기 때문에 몰입도가 극히 떨어진다. 오로지 그 배우가 어떻게 감정표현을 하는지만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 본 작품에서 이런 감정을 느끼기에는 쉽지 않다.


혹자는 창작뮤지컬 '광화문 연가'에서 리사가 보여주는 폭발적인 면에 너무 몰입해 있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지킬앤하이드'나 '오페라의 유령'처럼 유명 넘버를 이 뮤지컬에서 못 느껴서 그런다고 하지만, 이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그래서 더 고민스러웠다. 왜 이 뮤지컬에는 가슴이 울리지 않을까.


그래서 몇몇 기사도 읽어봤다. 굉장히 많은 의미를 분석했다. 시대상을 줄줄이 나열하며 사랑과 용서 등을 이야기했다. 여기서 웬지 해답이 나온 것 같았다. 바로 메시지는 있지만, 감정에 대해 관객들과 공유하며 흡입하는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다. 머리가 알아도 가슴이 울리지 않은 이유다.


'두 도시 이야기'는 세 남녀의 사랑 이야기임과 동시에 민중의 봉기, 그리고 억압한 자와 억압된 자의 대치 상태까지, 정치적인 뮤지컬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생각이 사랑의 감정보다는 정치적인 이해가 빠른 사람이라면, 이 뮤지컬을 통해 정치를 논할 것이며, 70~80년대 이 뮤지컬을 무대에 올렸다가는 당장 어느 지하 고문실로 끌려갈 것이다.


다시 말해 이 뮤지컬이 던지는 메시지는 묵직하고도 많았지만, 거꾸로 관객들의 감정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배우들은 관객들에게 무엇인가 많이 주기는 했지만, 공유는 아니었다. 민중들이 봉기하며 관객들의 감정을 흔들어야 하는 장면조차도 '지킬앤하이드'에서 살인자에 의해 불안에 떠는 시민들의 우왕좌왕하는 모습보다도 덜 극적이었다. 억압에 대한 분노가 살인에 대한 공포보다 더 감정적으로 차분한 것일까.


물론 주연 배우가 누구냐에 따라 뮤지컬이 달라진다. 과거 '몬테스리스토'의 경우 다른 배우의 무대에서 실망한 상황에서, 류정한의 무대에서는 기립박수를 쳤으니 말이다. '두 도시 이야기'의 배우들이 메시지보다는 감정의 공유와 폭발이 이뤄졌으면, 더 괜찮은 뮤지컬이 되지 않을까.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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