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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팀의 내한 공연을 한국 라이선스 공연과 비교하면서 봐주지 않길 바랍니다. 이번 브로드웨이 팀의 공연은 라이선스 공연과 개별의 작품으로 관람해주시길 바랍니다" (트루뮤지컬컴퍼니 임한성 대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브로드웨이팀이 지난 8월 28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한국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지킬앤하이드' 라이선스 공연을 봤던 이들은 오리지널팀의 실력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오페라의 유령' 내한공연과 뮤지컬 마니아들은 '브래드 리틀'이라는 이름에 끌려서 광화문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그리고 제작사인 트루뮤지컬컴퍼니의 대표인 임한성 프로듀서는 언론을 통해 관객들에게 브로드웨이팀과 라이선스팀의 공연을 별개로 봐주기를 요구했다. 그렇다면 관객들의 반응은 어떨까. 이들은 어느 새 조승우와 브래드 리틀을, 류정한과 브래드 리틀을, 벨린다 월러스톤과 김선영을, 루시 몬더와 김소현을 비교하고 있었다.

'지킬앤하이드'는 원작을 제대로 읽지 않았고 뮤지컬을 보지 않았던 이들에게도 스토리는 널리 알려져있다. 뮤지컬을 보러가는 이들에게는 이를 얼마나 배우들이 무대에서 잘 표현하는가를 알고 싶어서 공연장을 찾는다. 이런 면에서 번역되어 전달되는 의미보다는 확실히 한국어로 감정 표현을 하는 라이선스 공연이 유리하다. 번역문이 뜨는 스크린과 무대를 번갈아가며 봐야하는 브로드웨이 공연보다는 무대와 뮤지컬 넘버를 한 눈으로 즐길 수 있는 라이선스 공연이 친근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부분을 뺀다면 브로드웨이팀과 라이선스팀의 격차는 배우 개인에서 찾아야 될 듯 싶다.

'지킬앤 하이드' 브로드웨이팀은 사실 브래드 리틀의 브래드 리틀에 의한, 브래드 리틀을 위한 공연이다. 라이선스 공연의 경우 조승우나 류정한, 홍광호가 분명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지만, '지킬앤하이드' 공연을 풀어나가는 스토리 내에 존재하는 뛰어난 '한' 배우의 위치에 서 있다. 루시, 엠마를 비롯해 댄버스경, 존 어터슨 그리고 나머지 배우들과 각각의 영역을 나눠 돋보이거나 혹은 받혀주거나 한다. 그러나 브래드 리틀은 철저하게 자신을 중심으로 모든 스토리를 이끌고 간다. 루시나 엠마가 끼여들 여지가 없다. 편안한 음색과 감정 표현, 성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를 기본으로 무대를 쥐었다놨다하는 관록은 브래드 리틀만이 가능한 듯 싶었다.

이것이 가장 극적으로 보여지는 장면이 '지킬앤하이드'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과 '대결(Confrontation)'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라이선스 공연에서의 '지금 이 순간'은 극의 한 흐름으로 존재했다면, 브래드 리틀은 'This is the moment'을 말 그대로 그 순간만 존재토록 했다. '대결(Confrontation)'은 보는 이들마다 달리 평가할 수 있겠지만, 라이선스 공연이 '현란함'을 선사했다면, 브래드 리틀은 '테크닉'의 정석을 보여줬다. 일부에서는 라이선스 버전이 다소 코믹스럽다고 했지만, 빛의 영향으로 둘 다 느껴지는 차이는 없다. 그러나 커트콜에서 관객들에게 보여준 카리스마와 여운은 라이선스 버전이 좀더 진했다.

루시와 엠마에 대해서는 라이선스 팀의 역량이 한 수 위라 할 수 있다. 성량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김선영과 소냐, 김소형이 보여준 캐릭터를 비교해보면 그렇다. 술집 댄서이자 하이드에 갇혀 사는 루시의 천박하고 두려운 모습을 김선영과 소냐는 '푹' 빠져서 표현했다. 김소형과 임혜영 역시 엠마의 연약함과 사랑스러움을 보다 도드라지게 드러냈다. 일부의 설명과 같이 5년 간의 라이선스 공연에 익숙해져서 그런 면도 있겠지만, 지킬과 동등한 한 축의 여성으로 존재하는 라이선스 공연과 달리 브래드 리틀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브로드웨이 팀에서 이들의 역량이 제대로 보여지지 않은 측면도 있다.

임 대표의 말대로 이들 공연은 각각 달리 봐야 한다. 아니, 무대 공연은 각 회마다 모두 다른 공연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비교'의 재미 또한 뮤지컬 관객들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며, 무료 공연이 아닌 10만원대가 넘는 비싼 티켓을 사고 봐야 하는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후회하지' 않은 공연을 선택키 위한 비교는 불가피할 듯 싶다.

한편 앞서 1일과 2일 공연에 브래드 리틀이 성대 이상으로 립싱크를 하거나 커버(대역 배우)가 대신 무대에 서서 관객들의 비판을 받았다. 이에 브래드 리틀에만 초점을 맞춰 무리하게 진행된 공연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었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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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함과 불편함이 공존한다는 것은 극히 모순적이다. 관객들은 몸은 음악에 맞춰 움직이고 있는데, 머리 속에서는 앞에서 펼쳐지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뮤지컬 '자나,돈트'는 동성애가 아직도 접근하기 힘든 상황에서 한국 관객들에게 이 모순된 두 상황을 제시한다.

남-남 커플과 여-여 커플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남-여 커플은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사황이라고 말하는 뮤지컬 '자나,돈트'에 대해 연출과 출연진이 말하는 것은 동성애가 아닌 사람들간의 아름다운 사랑에 대해 전달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동성애든, 이성애든 사람들 사이에 이뤄지는 모든 사랑은 그 자체로 인정받아야 된다는 것이다. 현실 속에서 동성애와 이성애가 각각 균형을 이루고 있다면 이같은 '자나,돈트'의 메시지는 온전하게 전달될 수 있지만, 현실 속에서는 이성애자들이 주류로 있고, 동성애자들이 비주류로 있기에 '자나,돈트'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어쩔 수 없이 소수자를 위한 찬송가가 되어버린다. 여기서 관객들은 불편함을 느낀다. 특히 배우 제이 로드리게즈가 자나 역을 맡아 오프브로드웨이를 흔들었던 미국 뉴욕에서의 공연과는 달리 대한민국 광화문의 관객들은 남자 혹은 여자끼리 키스하며, 손 잡고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이 무대 위에서 보여지는 것에 대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뮤지컬은 뮤지컬로만 봐야된다고 하지만, 문화는 사회를 반영하거나 혹은 거꾸로 사회를 이끌고 가는 역할을 하기에 단순하게 이를 가상의 공간을 그린 뮤지컬로만 인식하는 수준에서 그치기는 어렵다. 특히 최근 영화나 케이블 드라마에서 불고 있는 동성애 코드와 주 내용은 아니지만, 초연 당시 파격이었던 뮤지컬 '렌트'의 동성애 상황이 이성애자가 정상인 사회에서의 동성애자가 사는 방법을 이야기했다면, 이번 뮤지컬 '자나,돈트'는 아예 세상을 바꿔버려 현실을 비웃고 있다. 순식간에 공연 내내 소수자가 되어버린 관객들은 무대 위의 성정체성 코드와 오가는 말에 대해 초반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러나 이런 불편함은 이내 곧 '유쾌함'으로 인해 희석되고 만다. 12명의 무대 위 배우들의 빠른 움직임과 코믹스러운 상황 설정 그리고 쉴새 없이 쏟아내는 대사들과 노래들로 인해 관객들은 머리 속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을 몸으로 느껴지는 유쾌함과 맞바꾸게 된다. 또 무대를 아기자기하게 이끌고 가는 자나 역의 김호영 (더블캐스팅 이진규)과 관객들을 흡입하는 성량과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로버타 역의 김경선, 로버타와 더불어 애정 문제를 코믹스럽게 풀어놓는 마이크 역의 박주형 등의 열연은 관객들을 하트빌 고등학교의 상황으로 빠르게 안내한다. 또 비록 연출가 드버낸드 잰키로 인해 미국의 상황을 그대로 옮겨놓으려는 듯해 느껴지는 조금은 거북한 분위기를, '청계천''MB 운하''김연아 선수' 등을 거론하며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것도 나름대로 한국의 관객들을 배려한 인상을 준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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