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린 휘성 콘서트를 봤다. 왼쪽 언론 및 관계자 석으로 빼놓은 자리를 제외하고는 제법 좌석이 가득 찼다.

휘성의 콘서트를 한번 보자고 생각한 것은 지난 겨울 이효리 콘서트 때였다. 당시 게스트로 나온 휘성은 2곡을 부르며 순식간에 무대를 휘어잡았다. 라이브가 약한 이효리 대신 사람들은 휘성의 노래와 춤에 환호성을 보냈다. 또 데뷔때부터 '천재적인 보컬리스트'라는 평가를 받은 것도 한 몫했다. 지금껏 기회가 닿지 않아 제대로 보지 못한 듯 싶어 발걸음을 옮겨봤다.

결과부터 이야기하면 휘성의 열혈 팬이 아니라면 따분함을 느꼈을지도 모를 콘서트였다. 이렇게 말하면 혹자들은 "재미없었다는 거네" "휘성이 콘서트 구성을 잘 못 꾸몄네"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는 콘서트를 개최한 휘성의 문제가 아니라, 콘서트를 보고 있는 관객의 문제였다.

휘성은 분명 뛰어난 노래 실력을 자랑했다. 발라드는 물론 댄스, 록을 오가며 관객들을 쥐었다놨다했다. 2시간 30여분간 앵콜곡까지 총 26곡을 소화해내면서도 게스트는 김범수 한 명이었다. (김범수의 노래 실력과 관중을 압도하는 말재간은 여전했다. 김범수 이후 2부 순서에서 '이 분위기 휘성이 다운시키면 어쩌지'라는 우려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런 휘성에게 열혈 팬이 아닌 이들은 뭔가 대단한 퍼포먼스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휘성은 대형 LED화면 등 그동안 화려했던 대형 콘서트 형식을 버리고 잔잔한 아날로그적 감성을 선택했다. 골목길 같은 벽을 세워놓고, 그 앞에서 밴드들과 부르는 모습은 길거리 콘서트 같았다는 느낌도 줬다. 악기와 사람, 사람의 목소리와 몸동작으로만 꾸며진 무대였다. 거기에 눈을 휘어잡을 엄청난 디지털적인 요소는 철저히 배제됐다.

여기서 사람들의 따분함은 시작된다. 첫곡 'Choco Luv'를 시작으로 'with me'까지 관객들은 철저하게 팬과 일반 관객으로 나눠져있었다. 후반부 'Love Hero''사랑은 맛있다' 등을 부를 때 관객들은 다시 '하나의 관객'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동안 쿵쾅 쿵쾅 울리며 뭔가 자신들에게 다양한 퍼포먼스로 눈을 즐겁게 하던 기억에만 머물러있던 관객들은 '아차'했을 정도였다.

사실 이효리나 원더걸스 등의 콘서트가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이유는 귀보다는 눈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는 가수의 콘서트라기 보다는 퍼포먼스그룹 혹은 퍼포먼서가 꾸미는 쇼일 뿐이다. 눈이 아닌 귀에서 시작한 휘성의 콘서트와 상충된다. 공연을 보던 중에 문득 나도 언제부터인가 그런 퍼포먼스에 익숙해져있음을 느꼈다.

물론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을 틀릴 것이다. 그러나 이날 휘성 콘서트는 분명 '음악'적인 면에서는 명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단 무엇인가 대단한 퍼포먼스를 기대하는 이들은 후반부에 들어가거나, 아예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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