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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보면서 90년대를 생각했지만, 또 한편으론 연극소개를 위한 기사치고는 90년대를 너무 거창하게 끌어들였다는 생각이 든다.


안기자와 마찬가지로 1996년 3월 대학에 입학했다. 그리고 대학신문사란 곳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그곳에서 3년을 보냈다. 1996년부터 1999년까지 난 대학에서 90년대 후반 '대학'이란 공간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보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1996년과 1997년도 연세대와 한양대 사태를 지나면서 '운동권'은 사회에서 불편한 대상이 되어버렸고, 안기자의 말대로 80년대에게는 '흉내내는 운동권' 으로 비춰졌다.


등록금투쟁등 학내 사안에 대해서는 집회를 열면 기껏 수십명이 모여서 구호를 외칠 뿐이다. 문선은 이미 투쟁가요에서 인기가요로 대체했고, 의식있는 대학생의 모습이라는 칭호는 사회를 고민하는 모습보다는  (영어와 컴퓨터를 공부하며) 자신의 장래를 조리있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기 시작했다.


98년도부터 급속히 퍼지기 시작한 휴대폰 문화에 당황하기도 했고, 인터넷의 확산, 피씨방의 확산,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의 확산은 한편으로는 두렵지만, 한편으로는 극복의 대상이 되었다.


복학한 90년대 초반 선배들은 당구장에서 피씨방으로, 삐삐에서 휴대폰으로 급속히 이동한 대학문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선배의 위치로만 점하며 도서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지나버린 사회의식을 가르쳐줄 후배는 사라지고, 도리어 토익과 컴퓨터에 능숙해지기 시작한 후배들의 등장에 거꾸로 선배의 위상은 무너지고, 기껏해야 학과모임 술자리나 신고식등의 후배 다스리기의 공간에서 한마디 던질 뿐이였다.


IMF를 맞아 수십대 일의 경쟁률를 뚫고 도피성 군대를 가야했고, 주위에 등록금 문제로 휴학계를 제출하는 친구들을 떠나보냈어야 했다. 최근 몇년까지도 90년대 중반 학번들이 대학에 남아 후배들의 눈치를 보며 도서관에 있는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90년대 학번들이 마냥 불쌍한 것도 아니다. 급속히 변하는 사회를 불안과 극복, 새로움과 적응으로 받아들인 것도 90년대 학번이고, 이를 사회에 적응시켜 IT문화를 이끌기 시작한 것도 90년대 학번이였으니 말이다.


학번이야기가 나온 기사이기때문에 학번위주의 이야기를 했지만, 이는 아마도 대학을 진학하지 않은 90년대 20대 초중반의 나이를 보낸 이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아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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