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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날라온 민방위 교육훈련소집통지서. 어차피 정해진 날짜에 가지 않아도 되는 일이기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맘먹고 오늘 민방위 교육에 참가했다. 가서 하는 일은 그다지 없다. 앉아서 3시간 강의를 듣고 1시간 시청각 교육을 받고오면 되는 것이다.


100% 허탈감을 느끼고 오는 '시간때우기' 교육이다. 첫째시간, 대부분 사람들이 젊디 젊은데, 아이와 소통하는 방법을 강사가 알려주고 있다. 물론 아주 쓸모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민방위에서 할 강의는 아니다. 두번째, 고혈압의 위험성에 대해 강의한다. 결론은 술담배 하지말고 운동하라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있는 이야기다. 세번째, 그나마 사람들이 집중해서 듣는다. 교통사고의 사례와 분석, 그리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참석한 사람들중 다수가 운전자이기에 그나마 집중해서 듣는다. 네번째, 시청각 교육이라 해서 우리나라의 우수성과 통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군대에서 들었던 내용과 범위가 같다. 복습하는 기분이다.


민방위 교육을 마치고 나온면서 민방위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다.


민방위 : 적의 군사적 침략이나 천재지변으로 인한 인명 및 재산상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방지하기 위하여 민간인에 의해 실시되는 비군사적 방위행위

 

내가 연차가 높지않아서인지 몰라도 4번째 듣는 이번 민방위교육에서도 위의 정의와 유사점을 찾을 수 없었다. 아, '민간인에 의해 실시되는'는 맞는 것 같다.


민방위 교육을 받을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존다. 거기에 휴대폰으로 직장일을 처리하는 사람부터 시작해 자신이 가지고 온 잡지나 책자를 보고 있다. 오로지 교육참가증을 받기위해 (안그러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그 자리에 나오는 것이다. (직장인 민방위도 똑같은 시간 허비하기는 마찬가지다)

 

졸거나 휴대폰을 받는 사람들에게 일순 화가 날 수도 있겠지만, 몇 차례 받다보면 당연하다고 여겨진다. 왜 민방위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먼저 정확한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군대를 갖다와서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예비군을 받고, 예비군 기간을 마쳤기 때문에 민방위 교육을 받는 것 뿐이다. 혹은 면제나 의병, 의가사 제대는 예비군 훈련없이 바로 민방위 교육을 받는다. 어떠한 사전 설명없이 그냥 교육에 참가하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정의 역시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고, 인터넷 백과사전을 이용해 알았을 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정부가 취하는 행동이다. 정부는 민방위 교육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에 교육내용을 바꾸기로 했다고 한다.

 

당정은 안보위주 교육과 정보화시대에 뒤떨어지는 강의로 불만이 많은 소양강사 제도를 폐지하고 체험과 실기교육으로 전환하는 한편 IT강국의 위산에 걸맞게 최첨단 영상물이나 사이버교육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고 한다.

 

민방위 교육을 참석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왜 들으러 가는지, 왜 참석해야 하는지, 왜 민방위 제도가 존재하는지를 우선 모른다. 거기에 아무리 최첨단 교육을 갖다붙혀도 이들에게는 '민방위'란 자신의 생업 혹은 자신만의 시간을 빼앗는 귀찮은 존재일 뿐이다.

 

오늘 내가 참석한 그 자리에 2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왔다고 한다. 오전 교육만 그랬으니, 오후에도 비슷하다고 쳤을 때 400여명. 그것이 내 지역에만 한달내내 이뤄졌다고 생각하면 솔직히 조금 끔찍하다.

 

정부통계로는 1~4년차 민방위 대원이 176만명이라고 하니 이들이 소모하는 시간과 이에 다시 준하는 강사 선택 및 소요예산이 너무 쓸데없는 곳에 쓰인다고 본다.

 

또다시 하반기에 날라올 민방위 교육소집통지서를 보고  "한숨 잠이나 자러갈까" 혹은 "가서 오늘은 뭐하나"라는 생각이 들 것을 생각하니 어떻게 보면 짧은수도 있는 4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아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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