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한 나라를 여행해 볼 생각으로 해당 나라의 여행 안내서 하나를 찾아 집어 들었다. 기본적인 상식인 그 나라에 대한 소개, 화폐, 문화 등을 대충 읽고, 공항 입국부터 시작하는 본격적인 여행 안내 내용이 나오는 순서였다.


인천공항 출발 -> 000 공항 도착 -> 입국. 여기까지는 그냥 아무 감정없이 읽었다. 문제는 공항을 나가면서였다.


"00 공항에서 택시를 잡아탈때는 조심해야 한다. 외국인이면 무조건 바가지를 씌우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000로 가자고 해라. 그래야 안전하고, 속지 않는다"


"시내에 들어가 안내소라고 하는 곳에서는 000는 피해라. 사기꾼일 가능성이 10에 9이다"


"친절하게 접근해 000로 가자고 하거나, 자신이 싼 숙소를 알려주겠다고 한 사람은 일단 의심해라"


"돈은 잔돈을 조금씩이라도 가지고 다녀라. 000을 이용한 후에 대부분 잔돈이 없다고 우기면 본인만 손해다'


정말 몇 장 안 읽었는데, 어이가 없었다. 물론 그 나라는 많은 여행자들이 가고싶어하는 나라다. 그런데 그 책이 그 나라에 첫 발을 딛고자 하는 이들에게 친절하게(?) 안내해준 내용은 일단 "조심해라"였다. 물론 안전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그 안내서에 따르면 그 나라는 여행을 가지 말아야 할 나라다. 왜. 위험하니까.


다른 안내서를 집어들었다. 같이 여행을 갔다왔는지 비슷했다. 갑자기 내 머리속에 "이 나라는 포기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나라에 대해 호기심을 느낀 것은 예전부터였지만, 한 신문에 나온 기행기를 보고, 본격적인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행 안내서는 그 나라를 "여행자로서 꼭 가봐야 하는 위험한 나라"로 규정짓기에 충분한 글들로 가득했다.


한편으로 다른 생각이 들었다. 위의 제시한 사례들을 중심으로 외국에서는 우리 나라를 어떻게 안내하고 생각할까였다.


(혹 이 글을 보고 계시는 외국에서 다음을 이용하는 블로거가 있다면 외국 여행 안내서에 우리 나라가 어떻게 기재되어 있는지 댓글 부탁합니다. ^^)


우리 나라 택시, 특히 야간택시는 한국 사람들도 혀를 내두른다. 외국인의 눈에는 그렇다면 어떻게 비춰질까. 비춰지는 것까지는 좋다. 그들이 위와 같은 안내서를 쓴다면 어떨까. 그리고 한국을 찾기 위해 그 책을 읽은 사람들은 어떤 이미지를 가질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난 위 안내서를 쓴 사람들도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 생겼다. 사람이 사는 공간이라면 보편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부분에까지 그 나라에 한정되어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동안 다른 나라의 여행 안내서도 찾아봤다. 그런데 신기한 차이가 또 발견됐다. (꼭 내가 100% 모든 안내서를 본 것은 아니기에 내 말이 모두 맞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오늘 하루 내가 본 내용으로만 한정한다면 놀라운 사실이였다)


일명 선진국인 영국, 일본, 미국, 프랑스 등에서는 여행객인 우리가 피해를 입지 않기위해 조심해야 할 사항보다, 그들 현지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예의를 차려야 하는 부분들이 더 많았다. 어느 박물관에 가면 이런 것을 주의해야 하고, 그 나라의 에티켓은 이렇기에 조심해야 한다 등등.


그런데 개도국이나 우리보다 다소 경제 사회적으로 처진다는 나라의 소개서일수록 예의보다는 우리가 피해를 입지않도록 하기 위한 안내가 더 많았다.


결국 많은 여행 안내서를 본 다음에는 결론은 하나였다. 내가 피해를 입더라도 (나를 죽이거나 상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면) 여행서는 보지 말고 최소한의 그 나라 문화만을 안채 가보는 것이 그 나라를 알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무모하더라도 말이다.


-아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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