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2002년 난 붉은 악마였다. 붉은 옷은 이탈리아전부터 입었으니 겉은 조금 늦었지만, 이미 폴란드전부터 '대~한민국'을 외치며 광화문 길바닥에 앉아 응원을 했으니, 속은 그때부터 붉은 악마였다. 신났다. 경기도 경기지만,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았다.


무엇보다 '어느 장소'든지 모두 응원공간이였고, 붉은 악마들의 공간이 되는 것이 좋았다. 호프집이든, 길바닥이든, 친구집이든, 하다못해 일하는 사무실을 비롯해 군막사까지도 한국전이 있는 날에 대한민국 국민이 있는 곳은 모두 붉은 악마들의 응원장소가 되었다.


거기서 시작된 힘은 우리에게는 생소한 '광장문화'라는 말을 만들어냈고, 이내 서울시청앞의 복잡한 도로를 서울시민에게 돌려주기도 했다.


그런 이제는 그게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것은 지금뿐만 아니라, 붉은 악마가 기업화, 보다 조직화되면서 느껴졌고,  붉은 악마가 이끄는 국가대표 대항전때 응원을 가면서 분명해졌다.


지금은 국민들이 응원하는 공간이 붉은 악마의 공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서포터즈에 가입했거나 혹은 붉은 악마 집행부와 스폰서계약을 맺은 기업이 주최하고 연예인을 모셔다(?)놓은 공간이 곧 응원공간이 되어버렸다.


다른 공간에서의 응원은 왠지 소외감을 낳게 만들었다. 특히 기업에서 제공하는 무슨무슨 공짜물품을 못받으면 제대로 응원하러 가지 않은 모양새까지 연출되는 꼴이 되었다.


붉은 악마는 이제 나와는 상관이 없는 조직이 되어버린 듯 하다.


2006년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독일에 가서 다른 나라와 국가의 명예를 걸고 싸운다면, 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응원을 할 것이지, 붉은 악마의 자격으로 응원할 것 같지는 않다.


지금은 기업화되고 상업화되고 권력화된 붉은 악마가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붉은 악마이다"라고 말하다면 '명예훼손'으로 소송이라도 걸고싶은 심정이다.

-아해소리-

728x9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