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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면 한 칸 양 옆에 6자리씩 12개의 자리가 노약자석으로 되어있다. 그 자리는 노인 (대략 65세이상), 장애인, 임산부 등을 위해서 마련된 자리다. 그런데 지하철을 아침저녁으로 타다보니 그 자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생각의 발단은 후배가 "노약자석을 없애면 안될까"라는 말을 하고부터이다.


며칠 전이다.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 한분이 지하철에 타셨는데, 그 위치가 지하철 한 가운데였다. 노약자석을 제외한 나머지 자리에는 모두 승객들이 앉아있었다. 할머니가 타시자, 자거나 자기만의 일에 심취된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노약자석쪽을 힐끔힐끔 보기 시작했다. (차량안에 서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노약자석이 빈 것이 그냥 눈에 들어왔다) 할머니도 노약자석으로 발을 옮기셨지만, 차량의 움직임때문에 쉽지 않았고, 결국 한 학생이 자리를 양보했다.  그리고 그 학생은 그대로 서있었다. 나머지 승객들의 표정은 그제서야 다시 자신의 일로 돌아갔다.


후배의 주장을 옮겨보자 "한 가지 상황을 일반화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때 상황은 모두 무언의 '공범' (구체적으로 죄가 뭔지는 모르지만)이 된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노약자석. 그자리가 지하철내 사람들의 심리적인 안식을 주기도 하고, 동시에 갈등도 주며, 또한 동시에 불안감을 주기도 하는 자리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렇다고 그 자리가 법적으로 반드시 노약자가 앉아야 된다고 규정되어 있지도 않다. 단지 우리나라 미덕의 차원에서 마련된 자리고, 뻔뻔한 젊은이가 버티고 앉아있다고 해서 신고할 수도 없는 공간이다. 그런데 그 자리가 존재해 일순간 사람들에게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노약자석을 제외한 모든 자리에 사람이 앉아있는 상황에서도 그 자리는 앉기가 꺼려진다. 자리에 앉더라도 불편하다. 매번 문이 열릴때마다 쳐다보게 된다. 그래서 아예 서서 가게된다. 물론 젊은 나이이기에 서서 가도 무리가 없다. 그런데 내 몸이 조금 안좋더라도 그 자리는 여전히 심리적 벽이 쳐져있는 듯 하다.


후배은 다시 "노인분이나 임산부, 혹은 어딘가 다치신 분이 타면 대부분 자리를 양보합니다. 굳이 노약자석이라는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노약자를 위한 최소한의 배려'라고도 말할 수도 있지만, 법적으로 강력하게 규제하는 것도 아니고, 상시 누군가가 그 자리를 지키고 규제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아마 대부분 사람들은 내 후배를 욕할 것이다. 과거 전에 어떤 신문 독자투고에서 "지하철에 사람이 만원이라도 노약자석이 비워있어야 아름다운 모습일 것 같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조금 힘들더라도 젊기에 노약자석은 누군가를 위해 비워놔야 한다는 주장과 "노약자가 타면 당연히 자리를 대부분 양보하기에 굳이 선을 그어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비워놔야 하는가"라는 주장 사이에서 얼핏 간단한 것 같지만 선뜻 답을 내리기 어려운 이유는 왜일까.


-아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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