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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영화이긴 하다. 그러나 1960년대의 사회적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영화 그 자체로만 본다면 이는 공포라기 보다는 '코믹'에 가깝다. 물론 1960년대 관객들이 받아들이는 공포와 2009년 관객들이 받아들이는 공포는 분명 다르다는 것이 한 몫 할 것이다.

이미 2009년 관객들은 다양한 국내외 영화를 통해 공포를 겪었다. 피 튀기는 장면은 이제 식상할 정도이고, 점차 조여오는 듯한 느낌의 음악 마저 어느 순간 익숙해져 버렸다. 혹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포스러웠던 것은 '전설의 고향'이라고 말할 정도다.

지난 제61회 칸 국제영화제 '칸 클래식' 프로그램에 초청되어 공개된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 완전 복원판이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되어 호평을 받았다.

영화 '하녀'는 지난 해 한국영상자료원이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세계영화재단(WCF)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복원한 작품으로 1982년 원본 네거티브 필름 일부가 발견됐으며 이후 1990년 발굴된 원본 프린트가 이를 보완했다. 110분짜리인 이 영화는 당시 화면의 3분의 2가량은 화질이 깨끗했지만 이후 발견된 프린트들의 장면들은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완전 복원판은 이같은 부분을 보완해 큰 무리 없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했다.

고(故) 김기영 감독의 1960년 작 '하녀'는 한국영화사에서 대표 걸작 스릴러로 손꼽히는 김진규·이은심 주연의 영화로 본처(주증녀)를 몰아내려는 가정부(이은심)의 파멸스러운 야욕을 그렸다. 안성기가 극중 김진규의 아들로 나왔고 이은심은 한국영화 사상 가장 그로테스크한 여성 캐릭터인 '하녀'를 연기한 후 너무나 강한 인상을 남겨 이후에 특별한 역을 맡지 못하고 사라진 비운의 배우가 되기도 했다. ( 이 부분이 흥미롭다. 개성 강한 캐릭터를 한 연기자가 사라지는 시기라면, 그만큼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연기자 한명 한명의 연기에 대해 굉장히 오랜 시간 여운을 가졌다는 말이 되니)

영화는 당시로서는 부유한 한 중산계층의 집안의 몰락으로만 그치지 않고, 산업화 과정에서의 여성의 계층간 갈등 그리고 하녀와 여공들의 잠재적 불안감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이야기한다. 더구나가 1, 2층으로 나뉘어져 뚜렷한 층간 경계선을 가지고 있는 집안 세트에서 '하녀'는 2층에, 부인은 1층에 머무르며 보여주는 기괴한 불안감은 덜 정제된 음향과 함께 공포감을 더해준다.

당시의 상황과 영화를 접해보지 못한 관객들에게도 쉽게 영화에 몰입시켜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다소 엉뚱한 듯한 장면과 마지막 엔딩 장면은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영화를 보면서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70년대 이후의 한국의 공포영화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가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무조건 90년대 중반 이후의 공포영화에 대해서는 미국이나 유럽만을 떠올리면, 한국적 공포영화는 조선시대 귀신만 생각하니 말이다. 의외로 '하녀'가 주는 공포가 새롭다는 것을 보고, 당시 故 김기웅 감독의 '하녀'류 작품들이 궁금해졌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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