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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가수 이문세는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를 그만두면서 울었다. 그리고 그 라디오를 듣던 고등학생 이상의 수많은 청취자들도 울었다. 그때 내가 감사했던 것이 내 나이였다. 이제 갓 20살을 넘긴 나에게 중고등학교 시절 '밤의 문화부장관' 이문세는 밤마다 재미나고도 편안한 이야기를 들려줬기 때문이다. 1996년 이후의 중고등학생들은 오랜 연륜 속에서 친구가 되어주던 이를 만나지 못한 안타까움을 알 수 있을까.

그런 이문세를 최근에 술자리에서 만났다. 콘서트 이야기, 사는 이야기 등 이문세의 이야기를 들어야 정상이지만, 그 자리에서 도리어 난 '이문세 선배님'이라 칭하며 내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떠들고만 있었다. 아니 떠들고 싶었다. 국민학교 시절 (현 초등학교) 앨범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에 실린 '광화문 연가'를 들으며 어린 나이에 감동에 젖었던 나에게 사석에서 술 한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는 그야말로 추억을 말하는 자리였다. 여기에 중고등학교 때 들은 '별이 빛나는 밤에'에 대한 소회는 꼭 전달하고 싶었다.

이문세는 어느 인터뷰에서 "1996년에 11년 동안 진행해온 '별밤'을 그만뒀다. 11년 동안 진행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교감 선생님이 된 듯 청취자들에게 훈계하고 있더라. '노땅'이 된 기분이었다. '이제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할 때가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밤'을 그만두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 자리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이문세는 "주 청취자가 청소년인데, 그들과 교감하기에는 내가 너무 늙어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과 교감할 수 있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다"고 말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문세의 매니저의 말이었다. 그는 "문세 형이 어느 날 길을 가다가 담배를 피고 있는 아이들을 보자, 차를 세우고 내려 아이들을 혼내켰다. 그런 모습들을 본인도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라며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그래도 아쉬웠다고 난 말했다. 물론 마이크를 놓았던 때 내가 대학생이었기 중고등학교 시절처럼 항상 들을 수는 없었던 시절이다. 아마 그 아쉬움은 누가 '별이 빛나는 밤에'를 진행하든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만 인정하고픈 마음이었을 것이다. 
 
- 아해소리 -

PS. 이날 막걸리 병을 들며 이리저리 따라주고, 사람들을 챙기는 이문세는 여전히 30~40대 '청소년'(?)들의 문화부 장관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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