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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사학법 재개정’을 다른 법안 처리와 연계하겠다며 고집을 부려 6월 국회도 파행으로 치달을 우려가 큰 가운데, 새 사학법 왜곡에 앞장서 온 일부 신문들이 감사원의 사학 감사 결과 발표를 축소보도하거나 폄훼, 왜곡하면서 여전히 ‘사학 편들기’, ‘사학법 흠집내기’에 나서고 있다.

22일 감사원은 124개 사학(대학 24곳, 중·고 100곳)들에 대한 감사의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124개 가운데 30여 곳은 지적 사항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학교 운영이 모범적이었다”며 “그러나 나머지 학교에서는 교비 횡령, 공사 관련 리베이트 수수, 재산 임의처분, 교직원 채용비리, 편입학 관련 금품 수수 등 250여건의 문제점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감사원은 이 가운데 형법상 범죄 혐의가 있는 사안에 대해 22개 학교, 48명의 관계자를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감사원이 밝힌 사학들의 비리 내용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비리 백화점’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특히 재단 이사장과 그 일가들에 의한 학교재산 ‘사유화’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한편, 사학재단들이 학교 운영을 정부 보조금과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면서 교육에 대한 투자는 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현재 전국의 초·중·고 1,673개 사학들의 교비 회계 가운데 정부와 학부모 부담률은 96.2%에 이른 반면, 재단전입금은 2.2%에 불과했다.

이 같은 사학재단의 사학 운영 실태는 설령 사법적인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학을 건립하고 운영하는 데 개인의 재산과 노력이 들어갔다’며 개방형 이사제도를 포함한 새 사학법에 대해 ‘사유재산 침해’, ‘위헌’, ‘건학이념 훼손’ 운운하며 최소한의 공적 감시 제도를 거부해온 사학들의 주장을 무색하게 한다.

그런데도 일부 신문들은 감사원 발표 가운데 형사상 문제가 되는 몇몇 비리 사례만을 보도하고, 사학비리가 극히 일부 사학에서나 벌어지는 일인 양 사태를 호도하면서 감사의 ‘정치적 의도’를 문제 삼아 사학비리의 본질을 흐렸다.

23일 조선일보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8면 하단에 <비리혐의 사학 22곳 48명 고발>이라는 제목의 5단 기사를 싣는 데 그쳤다.

기사 내용에서도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감사원이 22개 사학, 48명의 관계자를 검찰에 수사요청 했다’는 사실과 비리 사례 2개만을 짧게 언급하면서, 감사원 감사에 대한 사학단체들의 반발을 부각했다.

기사는 감사원 감사가 “‘보복감사’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형사상 문제점이 적발된 22개 사학은 전체 사학의 1.1%다”라는 등의 주장을 펴면서 비리 학교가 극히 소수인데도 감사원이 정략적 목적을 갖고 감사를 벌인 것처럼 호도해 사학단체들의 반발을 뒷받침해 주었다.

중앙일보도 이날 두 개의 관련 기사와 사설을 실었는데, 역시 감사원 감사의 ‘정치적 의도’를 집중 부각하면서 사학 비리가 극히 일부의 문제인 양 호도했다.

6면 기사 <기숙사비 빼돌려 비자금 만들고 설립자 땅, 학교서 비싸게 사줘>는 ‘감사원이 사학비리 22곳을 확인했다’는 사실과 몇몇 비리 사례, 사학단체 등의 반발을 싣는 데 그쳤다.

또 같은 면의 ‘취재일기’ <실명 안 밝힌 ‘사학특감’…왜>는 “조사 대상 학교는 124개라고 했지만 예비감사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만한 곳만 뽑아냈기 때문에 사실상 1998개 전체 사학에 대한 감사 결과나 마찬가지”라며 “1998개 학교 중 22개 학교가 문제가 있다면 그 비율은 1%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감사결과를 발표한 시점도 석연치 않다”면서 감사 의도, 감사 결과 발표 등을 문제 삼고 “이번 감사가 이 전 총리의 얘기대로 된 것이라면 정치적 의미를 띤 청부감사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폈다.

나아가 이 기사는 감사원이 2월 지방자치단체 감사 결과 발표 때는 수사의뢰 된 단체장들의 실명을 모두 공개해놓고, 이번 발표에서는 비리가 드러난 학교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모든 사립학교가 ‘비리 집단’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고 비약했다. 감사원이 비리학교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사학 비리가 극소수’라는 왜곡된 사실을 전제로 ‘비리학교를 대다수의 사학과 구분하지 않아서 문제’라고 비난하는 것은 그야 말로 ‘비판의 의도’가 의심스럽다. 게다가 감사원은 “지자체 감사 결과 형사고발 되는 자치단체장의 실명을 공개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자료를 내 중앙일보가 최소한의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사실을 알면서도 감사를 흠집 내기 위해 의도적인 오보를 한 것인지 궁금하다.

한편 이날 사설 <비리 사학과 사학법 재개정은 별개>에서 중앙일보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 드러난 사학들의 심각한 비리 실태가 새 사학법에 힘을 실어주고 사학법 재개정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못하도록 단속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사설은 △이번 감사는 처음부터 사학들을 억누르기 위한 ‘기획 표적감사’라는 의혹을 받았다 △감사원이 전체 사학을 뒤져 형사 고발하는 비리 사학도 극소수에 불과한데도 사학 전체를 ‘잠재적 비리 집단’으로 몰고 가고 있다 △사학 비리는 척결돼야 하지만 사학의 자율과 존립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개정 사학법은 이와 별도로 봐야한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뿐만 아니라 “교육 사업·투자를 왜 하느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를 “개정 사학법의 후유증”이라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동아일보도 조선, 중앙과 다르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23일 12면에 <감사원, 사학비리 22개교 수사요청>라는 제목의 관련 기사를 하나 실었는데, 기사의 절반 정도를 사학단체의 반발과 감사의 경위 등에 할애했으며, 감사원 발표 가운데 몇몇 비리 사례만 짧게 언급했다.

또 이날 사설 <‘학내분규 일으켜 경영권 뺏기’ 제동 건 대법 판결>은 ‘대법원이 교비 횡령 혐의로 기소된 경인여대 설립자와 학장을 무죄 취지로 다시 재판하라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는 내용을 다뤘는데, 여기에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슬쩍 언급했다. 사설은 관선이사 제도가 “학교 경영권 침탈 수단으로 악용되는 폐단”이 있는데도 개정 사립학교법이 관선이사 파견 범위를 더 확대했다며 관선이사가 “친여 인사들의 인기 직업이 될 전망”이라는 등 새 사학법을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리더니, 마지막에 감사원 감사를 언급하며 “개정사학법에 반발하는 사학을 위협하려는 의도가 깔린 감사이긴 하지만 일부 사학에서 적지 않은 비리가 발견된 것은 유감”이라고 덧붙이는 데 그쳤다.

이들 세 신문은 ‘전체 1998개 사학 중에서 22곳만 문제’라는 식으로 사학비리 실태를 축소했으나 이는 명백한 사실 왜곡이다.

감사원의 감사 대상은 124개 학교이며, ‘형사상 문제점’이 적발된 학교는 그중 22개로 20%에 가깝다. 뿐만 아니라 감사원은 30개 학교를 제외한 나머지(94개) 학교들에서 250건의 문제점이 발견되었고, 사립학교법 등 개별법 위반 사항, 제도 개선 사항 등은 감사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감사원이 1998개 전체 사학 가운데 재산 변동이 많은 학교, 구체적 비리가 제보된 학교 등의 기준을 세우고 124개 학교를 감사 대상으로 선정했다는 사실을 두고 ‘나머지 학교들은 비리가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다. 따라서 조선일보 등이 ‘전체 사학의 감사 결과 단 1%의 학교만 (형사상)문제’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사태를 호도하려는 교묘한 왜곡이다.

또 이들 신문은 감사원 발표 가운데 재단전입금이 2.2%에 불과하다거나 사학재단들이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등의 총체적인 사학운영 부실 실태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으로 1,075개 사학법인의 수익용 재산 확보율은 61.1%에 그쳤으며, 이마저도 운영 수익이 거의 없는 토지가 58.8%에 달해 학교 운영을 위한 법정 수익용 재산조차 갖추지 않은 사학재단이 많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수익용 재산에서 난 수익의 80% 이상을 학교 운영비에 쓰도록 한 관련법의 규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나아가 이 같은 사학재단의 취약한 재정 기반과 수익용재산 운용수익의 학교전출 불이행 등은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 부실로 이어져 사립대 교원의 1인당 연구비가 50만원도 안되는 곳이 47개, 학생 1인당 도서구입비가 1만원도 안되는 곳이 52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가 이런 심각한 실태를 보도하지 않은 이유가 이런 내용들이 학교법인으로서의 법적, 사회적 책임은 다하지 않으면서 ‘자율권’, ‘재산권’만 주장하는 사학재단의 이중적 태도를 보여주기 때문이 아닌지 묻고 싶다.

한편, 이들 신문이 감사원 감사의 ‘정치적 의도’를 문제 삼는 방식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정당성도 없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가 이미 예정되어 있던 것이라며 ‘감사 시기의 문제’를 비롯해 정치적 의도를 문제 삼는 신문들의 보도에 해명 자료를 냈다. 그러나 감사원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124개 감사대상 사학에서 심각한 비리 실태가 드러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조선·동아일보는 이 같은 사학비리에 대해 따끔한 질책 한번 없이 그저 ‘감사 의도’에 대한 반발만 늘어놓았다. 또 중앙일보는 드러난 비리에 대해 말로만 ‘일벌백계’를 주장하면서도 이와 같은 비리의 원인이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근절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그러면서 “사학의 자율을 높이는 대신 책임을 철저하게 묻는 것이 순리이고 민주주의 시대에 합당한 정책”이라는 막연한 주장이 고작이다.

한마디로 이들 신문은 ‘사학비리’라는 결과에 대해 원인과 대책은 내놓지 않으면서 비리를 밝혀낸 감사의 ‘정치적 의도’만 문제 삼는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반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23일 관련 기사들을 통해 개별 비리 사례를 보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학재단의 부실한 운영 실태를 다뤘다. 또 사설을 통해서는 사학비리의 근절을 위해 사학의 폐쇄적인 운영구조를 투명하게 바꾸고, 공적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솔직히 우리는 조선·중앙·동아 등 수구보수신문들이 감사원의 감사를 결과를 충실하게 보도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들이 반대해온 새 사학법을 ‘재개정’ 하는데 불리하다고 해서 ‘정치적 의도’만 문제 삼고, 사학비리가 ‘전체의 1%’도 안 되는 양 현실을 호도하는 등의 행태는 만연한 사학 비리를 눈 감아 주자는 말이나 다름없다.

만약 이들 신문이 ‘사학비리는 근절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 최소한 사학재단들에게도 ‘자율만 주장하지 말고 사회적 책임도 져야한다’거나 ‘사학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소수의 개방형 이사는 수용하라’는 정도의 요구는 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사학비리를 축소보도 하고 감사원을 비난하는 데에만 열을 올리는 것은 ‘사학재단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꼴일 뿐만 아니라 사학법 흔들기를 위해 감사원감사를 ‘정략적 목적’으로 편파왜곡보도를 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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