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채동하가 SG워너비를 탈퇴하고 낸 첫 앨범은 '에세이'였다. 그의 독백. 그때 선물로 받은 그 앨범을 다시 들춰봤다. 이유는 당연히 채동하가 자살을 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앨범을 선물로 받으면 별 의미없이 쌓아놓는다. 들을 곳은 집과 차 안일 뿐이고, 그 안의 내용들은 (특히 아이돌의 경우에는)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물론 채동하의 앨범은 다소 다른 경위로 내 손에 들어왔기 때문에, 안에 적힌 내용을 봤지만 의미를 두기에는 채동하란 인물이 주는 감동이 없었다. 하지만, 다시 들쳐본 그 안의 내용들에게서 채동하의 무게를, 고민을 느끼게 됐다. 외로웠을 것이다.

내용 중 몇 개만 적어본다.

선택

모두가 말렸다.
솔직히 후회는 할 수도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내가 내린 선택.


알코올

일년에 한두 번 있는 오늘....
머리에 헬리콥터 날개가 달린 것처럼 알코올을 위에 가득 채우고
새벽 5시가 다 되어서야 집으로 향했다.

무서운 택시아저씨가 대뜸 말을 걸었다. 요즘은 왜 TV에 안 나오냐고..
헉! 날 알아보다니..순간, 알코올이 한순간에 증발해 버렸다.

잔돈 천 칠백 원을 거슬러주면서 작은 딸이 좋아한다고 사인을 부탁하셨다.
살짝 윙크를 하시며, 술 먹은 건 딸애한테는 비밀로 하시겠다고..

노래하는 양반이 이렇게 술을 많이 마시면 어떻게 하냐며..
얼굴이 점점 무섭게 변하셨다.

일년에 한두 번 만 이런다고 변명하고 싶었지만, 그냥..참았다.
정말 너무 무서워서..

"다음에 술 먹으면 다른 택시 타지 말고 이리로 전화해요
주말에는 이 근처에서 일하니까, 그리고 빨리 TV에 좀 나와요!"

이 아저씬 가수는 술 마시면 잡혀가는 줄 아시나보다..
그리고 나도 빨리 TV에 나오고 싶다고..

그날 이후..나는 술을 끊었다.


운명

생각한 일들이 거짓말처럼 모두 다 이루어졌다.
그래서 불만도 많았다.

야속한 마음도,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보이지 않는 무거운 짐이 내 눈에도 보이는 순간
결국엔 모두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노래하는 것이 행복했다. 그 기회를 준 것이 감사했다.
SG워너비....그 성공은 나에게 생명이었다.


Do not Disturb

그때부터였다.
내가 변한 것은...

세상과 통하는
모든 길을 차단하고

나만 생각했다.
나밖에 몰랐다.
나밖에 없었다.

성공하려면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좌우명

성공하자....정말 열심히 하자...돈도 없고 빽도 없다...
젠장...그냥 열심히 하자...그냥 열심히..


심실중격결손증

사실 그랬다.
난 어려서부터 남들과 달랐다.

슈퍼맨, 에스퍼맨, 우주인...
난 이런 거랑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난 남들과 다르다는 표시가 있다.

6살.
작은 몸에 새겨진 수술 자국...
슈퍼맨이 되는 순간이었다.

심실중격결손증

남들처럼 잘 뛰지도, 잘 놀지도 못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등을 토닥이며 밤을 지새웠다.
그렇게 나는 긴 숨을 이어갔다.

그런 나에게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노래다.
노래....

노래가 하고 싶다.


2009년 7월 9일.

나에겐 첫 키스보다 더 짜릿했던 순간이 있다.

내 생에 첫 매니저...
나의 위로였던 나의 친구였던 내 형이었던...
한 사람.

그 사람을 만난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을 얻었다.

그는 더 이상 내옆에 없다.
심장의 절반이 날아간 듯 하다.
아직도...

"형 행복해야해. 알았지? 꼭 행복해야해.."

- 아해소리 -

반응형
  1. 태양 2015.11.04 16:46

    마음이 참아프네요ᆢᆢ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