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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서른이 되기 전에 인생의 숙제 둘 중 하난 해결할 줄 알았어. 결혼하거나 일에 성공하거나. 그런데 이게 뭐냐고.”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올려지고 있는 뮤지컬 ‘싱글즈’의 나난이 외치는 이 말은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29살 싱글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동시에 벗어나고픈 현실을 집어주는 말이기도 하다.

뮤지컬 ‘싱글즈’의 큰 흐름은 영화 ‘싱글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때문에 관객들은 다음 장면이 무엇인지 배우들이 어떤 표현을 할 것인지 대략의 스토리를 이미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관객들은 이런 ‘뻔히’ 아는 스토리임에도 엉뚱한 곳에서 웃음을 터트리고 의외의 장면에서 박수를 친다. 뮤지컬 ‘싱글즈’가 영화 ‘싱글즈’가 같으면서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29살이란 인생의 전환점 아닌 전환점에 대해 뮤지컬 ‘싱글즈’는 매우 유쾌하게 이야기한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거부하고픈 일들이 주인공 나난에게 연이어 일어나면서 이야기는 슬프지만 유쾌하게, 거부하고 싶지만 이미 한번쯤은 겪었을 법한 느낌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러한 느낌은 뮤지컬이 가지고 있는 힘인 생생한 움직임과 노래로 관객들을 휘어잡기 시작한다. 영화는 많은 공간에서 다양한 상황들을 연출하면서 극장 안 관객들을 끌어들이지만 공간이 제약이 따르는 뮤지컬은 ‘내 이야기’를 한 곳에서 동적으로 표현하면서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닌 동화시켜 버린다.

뮤지컬은 29살이란 나이를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싱글이란 존재도 ‘혼자’라는 것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자유’와 ‘책임’에 무게 중심을 이동시킨다. 나난도 초반에 “스물아홉, 전혀 특별하지 않아”로 시작된 노래가 끝에 가서는 ‘서른살’에 대한 칭송으로 바뀌어 버린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에서 29살과 싱글에 대한 처참한 선입관과 불안감을 일순 날려버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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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싱글즈’에서 또하나 주목할 것은 배우 김도현의 변신이다. ‘인당수 사랑가’나 ‘천사의 발톱’에서 보여준 강인한 느낌에서 이번에는 친숙한 옆집 총각의 모습으로 관객들을 웃기기도 하고 안타깝게도 만든다. 영화에서 이범수가 했던 역할을 맡은 김도현은 뮤지컬이 영화와 달리 나난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닌 남녀 주연배우 네 명의 싱글라이프가 골고루 표출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나난과 동미의 사이에서, 그리고 동미와의 관계에서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들까지도 지속적으로 부각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김도현의 모습과 반대로 아쉬운 것은 이현우의 모습이다. 여성관객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등장했지만, 노래를 제외한 이현우의 연기는 브라운관 드라마의 ‘실장님’ 이미지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이현우는 자신의 스타일을 억지로 바꾸려 하는 것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려 한다며 이번에도 자신의 스타일대로 자연스럽게 연기할 뜻을 이미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뮤지컬 속 ‘수헌’이 아닌 드라마 속 ‘실장님’의 이미지만 부각시키고 있는 이현우의 연기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는 그냥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뮤지컬 속에 스스로는 녹아내리는 것이 아닌 자신이 가진 모습만을 보여주는 그 이상의 노력도 없었다.

그러나 극 전체를 보면 분명 뮤지컬 ‘싱글즈’는 29살이라는 ‘의미없어’하고 싶은 숫자를 이미 겪었거나 겪고 있거나 겪을 예정인 모든 사람들에게 ‘의미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것도 아주 유쾌하고 기분좋게 말이다.

스토리를 따지지 말아야 한다. 영화가 아닌 뮤지컬이라는 것을 의식하고 본다면 제법 괜찮은 경험을 얻을 수 있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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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한 명이 극중 인물의 이중적인 성격을 한 공간서 짧은 시간 안에 보여주기란 쉽지 않다. 아무리 의상이나 특수효과를 적절히 이용하더라도 관객들에게 다른 성격이라는 것을 설득하려면 배우의 연기력뿐만 아니라 관객들을 향해 내뿜는 느낌이 달라야 한다.


2004년에 국내에 초연됐던 ‘지킬 앤 하이드’가 열혈팬들을 만들 정도로 호평을 받았던 것은 원작에 대한 기대감과 스토리가 탄탄했던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조승우란 배우가 이중적인 성격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창작뮤지컬 ‘천사의 발톱’은 이런 면에서 우선 합격점을 주고 싶다. 프리뷰 공연동안 이중적 성격을 드러내야 하는 주인공 역을 맡은 유준상과 더블 캐스팅된 김도현 모두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천사의 발톱’은 거칠고 악한 성격의 쌍둥이동생 이두가 순하고 착한 형 일두를 죽인 죄책감에 괴로워하다가 자신 앞에 나타난 아기 태풍을 보고는 형 일두로 살아가며 태풍을 키우기로 결심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일두가 된 이두는 오직 태풍만을 바라보며 살아가지만, 어느 날 나타난 가출소녀 희진에게 사랑을 느끼기 시작했고 동생으로 키운 태풍과 희진이 가까워진 것에 보며 죽어버린 줄 알았던 내면의 야수가 되살아나게 된다.


이런 이중적인 성격변화 때문에 ‘천사의 발톱’은 ‘지킬 앤 하이드’와 비교되기도 했다. 그러나 연출가 조광화가 “인간의 이중성을 묘사했다는 점에서 흡사한 점이 있지만 죄를 지은 한 인간이 그 괴로움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가면서 갈등을 겪는다는 설정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라고 설명한 것처럼 한국판 ‘지킬 앤 하이드’라기보다는 이와 비교될 수 없는 한국의 ‘천사의 발톱’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사실 ‘천사의 발톱’ 초반 10여분은 관객들에게 만족스러운 느낌을 주진 못했다. 일두와 이두 사이를 비롯해 줄줄이 엮어진 상황들을 빠르게 설명하다보니 스토리를 전혀 모르고 들어간 관객들에게는 지루함마저 안겨줬다. 창작뮤지컬이면 어떤 작품이든지 가지고 있는 어려움이긴 하지만, 배우들의 다소 어긋나는 듯 한 움직임과 중극장이란 공간을 ‘천사의 발톱’의 초반빠른 상황진행이 분주함으로까지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일두로 살아가는 이두의 심정변화가 느껴지는 1부 중반부터는 관객들의 극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졌다. 거칠게 꾸며진 무대와 화려하지만 어두운 조명 그리고 현란하게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배우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정리되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가벼워진 뮤지컬에서 보기 힘든 군무 스타일의 춤과 남성적인 강한 톤의 노래들은 관객들의 마음과 발을 동시에 움직이게 했다.


물론 ‘천사의 발톱’은 많은 아쉬움과 기대감을 남겼다.


단순히 웃음을 주려는 의도였는지 모르겠지만 왜 등장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횟집 아줌마라든지, 이두의 야성을 깨우는 중요한 존재이면서도 그 존재감이 관객들에게 공감대를 형성시키지 못한 가출소녀 희진의 극중 영역은 많이 다듬어야 할 부분이다.


또 일부 관객들이 지적했듯이 희진이 미술교수와 그 아들 그리고 일두와 태풍, 이두로 감정선을 옮기는 것은 더더욱 공감하지 못할 부분이다. 중간에 갑자기 피터팬과 웬디가 등장하는 것도 어색하다.


중극장에서 너무 많은 스토리를 넣다보니 산만해진 것과 이두의 노래이외에는 강하게 머리속에 어필한 넘버가 없다는 것도 아쉽다.


반면 유준상과 함께 더블 캐스팅된 배우 김도현의 재발견은 ‘천사의 발톱’의 커다란 성과라 할 수 있다.  ‘인당수 사랑가’에서 변학도역을 맡아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던 김도현은 농익은 연기를 보이는 유준상과는 또다른 모습으로 일두와 이두가 어떻게 다른지 분명한 선을 그어주면서 관객들의 감정을 흔들어댄다.

처음 공연을 볼 때 유준상이 아닌 김도현이 나온다는 사실에 당일 토월극장을 찾은 이들은 적잖게 실망했다. 그러나 공연이 끝난 후 반응은 “어 저 역할을 유준상이 할 수 있을까”라는 거꾸로 된 의문이었다. 그만큼 김도현의 카리스마는 강했다.


“‘지킬 앤 하이드’가 2004년 ‘조승우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면 ‘천사의 발톱’에서 ‘김도현 신드롬’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한 관객의 감상평이 이를 잘 말해준다.


공연기획을 맡은 악어컴퍼니 조행덕 대표는 지난 프레스콜 때 “아직 미숙하지만 장기적으로 키워나갈 뮤지컬로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조대표의 말대로 아직은 덜 익었지만 가능성 있는 몸짓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어대고 있는 보여주는 ‘'천사의 발톱’이 어떻게 커갈지 관심이다.


-아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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