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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공경해야 한다'. 이 말은 동방예의지국이라 칭하는 대한민국에서 금과옥조처럼 받들여진 말이다. 어른 앞에서 댓거리도 하지 말아야 하고, 어른의 말은 그 어느 순서부터 우선이었다. "어디 나이도 어린 것이" "너 몇 살이야" "너는 애미애비도 없냐"는 말은 '옳다''그르다'에 앞서 위치해 있었다.

이같은 상황이 가능했던 것은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지혜'때문이었다. 정보 유통이 느리고, 공유가 어려웠으며 체계적인 정리가 안되어있던 농업사회에서는 오랜 시간 배우고 몸으로 익힌 어른들의 삶과 지식, 지헤는 필수적이었다. 그들보다 몰랐기에 나이 어린 이들은 그들은 존경하고 우러러봤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다.

어른들의 지식과 지혜를 '나이 어린 것들'이 뛰어넘기 시작했다. 그들의 오래된 삶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러나 지식과 지혜를 존경받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어론을 공경해야 한다'는 진리는 '올바른 정신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진짜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범위로 좁혀지기 시작했다. 어른 같지 않은 어른은 대접받지 못한 세상이 된 것이다. 도리어 거꾸로 '어린 놈들'입에서는 "저렇게 늙지 말아야겠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지식이, 지혜가 먹히지 않으며 권위를 존중받지 못하자 우리네 어르신(?)들이 이제 손수 몸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가스통 들고 다닌 것은 물론이요, 가스총까지 쏘신다. 그러더니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를 가볍게 짓밟았다. 경찰은 그런 어른신들을 공경한다는 차원에서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었다. 중구청은 이런 어르신들의 뜻을 이어받아 오전에 짓밟힌 분향소를 하루도 지나지 않아 9개 중대의 경찰을 동원해 가뿐하게 철거해 버렸다.

군복 입은 미친 어르신들이 결국 승리했다. 어떻게 보면 이들도 불쌍한 이들이다. 과거 자신들의 모습에만 사로잡혀, 평소에는 세상 삶에 대해 직시하지 못하다가 군복만 입으면 50년대로, 60년대로 돌아가 씩씩한 청춘으로 돌아가니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청춘을 바로 제대로 살려준 것이 바로 이명박 정부다.

삶의 생존권을 부둥키고 살아보고자 하는 용산 철거민들에게는 '도심 테러'라 규정 짓고 몇 가뿐하게 죽여주시더니, 할일 없는 노인네들 보여 시계추 거꾸로 돌리며 시민들에게 피해 입히는 것에 대해서는 무한 관대하며, 노인 경로사상을 펼치고 있다. 물론 모든 이들에게 노인 경로 사상을 펼치지는 않는다. 군복 입지 않으신 분들은 사회 혜택 못받는다.

군복입은 정신나간 어르신들에게 그 노인 경로 사상은 무한대로 확대된다. 도심 테러를 저지른 국민행동본부라는 아직도 전쟁을 그리워하는 미친 할배들의 모임에 3천여만원이 지원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세금이다.

변희재가 자신의 돈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을 치루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을때, 난 내 돈으로 이명박 월급 주는 거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것은 한 술 더 뜬다. 누가 내 돈 가지고 마음대로 미친 어르신들 지원하라고 했나. 변희재가 답해주길 바란다.

아무튼 대단한 대한민국이다.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밑의 논공행상이나 바라는 거지 새끼들은 떡고물 바라며 낙하산으로 이리저리 배치되고, 그 첨병에는 양촌리에서 삽질하던 유인촌이 '세뇌' 운운하며 대한민국 문화계에 대고 삽질하고 있고, 경찰은 방패로 자기들에게 월급 주는 국민들 뒷통수 갈기고, 이제는 군복입은 미친 어르신들까지 총 들고 도심에서 설쳐댄다.

누가 좀 말해줘라. 내가 제 정신이 아닌지, 나라가 제대로 미쳐가는지.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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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가 개최된 서울 구로구 항동 성공회대 대운동장으로 들어가는 길은 길었다. 지난 5월 마지막주 봉하의 추모행렬, 그리고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의 추모행렬을 보는 듯 했다. 줄의 길이가 그런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사람들의 질서 정연함과 표정이 닮아있었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혹은 혼자서 노란색 풍선과 스카프를 들고, 다시 노란색 풍선으로 길게 연결된 길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7시가 지나자 2500여 좌석과 운동장 옆 스탠드는 순식간에 노란색 물결로 가득찼다. 운동장 뒤편에는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에 걸려있던 노 전 대통령이 그려진 걸개 그림이 걸려있고, 이를 둘러싼 풍선들에는 시민들이 적어놓은 글귀들이 가득했다. 가운데 좌석에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전 장관을 비롯해, 이해찬 전 국무총리,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명계남 전 노사모 대표 등이 자리했다. 노란색 풍선으로 만들어진 입구의 안내줄은 왔다갔다하며 시민들을 안내했다.

"여러분 조금만 앞으로 그리고 옆으로 움직여 주시길 바랍니다. 아직도 밖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곳에 들어오려고 역곡역까지 2만여명의 줄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분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십시오"

주최측의 말이 끝나고 사람들은 앞과 뒤로 자리를 움직였다. 공간이 생긴 곳에는 새로 의자가 놓였고, 의자가 놓이지 못하는 곳에는 사람들이 종이를 깔고 앉았다. '앞에 앉아주세요'라는 말은 종종 들렸지만, 자리 다툼은 보기 어려웠다. 7시 30분이 되자 박종훈 연세대 총학생회장이 무대에 올라 시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건넸다. 연세대에서 공연이 주최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그러나 운동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박수와 환호로 이 젊은 대학 총학생회장의 미안함을 없애줬다.

"오늘만큼은 진짜 희망의 바람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오늘 이 자리, 다시 바람이 부는 이 자리, 다시 바람이 느껴지십니까? 바람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바람을 향해 뜁시다. 함께 뛰시겠습니까? 우리 그동안 너무 지쳤습니다. 너무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진짜 희망의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사회를 맡은 배우 권해효의 이 첫 말은 이날 왜 추모공연이 '다시, 바람이 분다'인지를 1만여 시민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했다. 그리고 권해효는 연세대측의 공연 불허로  공연을 성공회대에서 개최한 것에 대해서도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 말에는 이 땅의 사법권력에 대한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연세대도 애 많이 썼습니다. 내일 사법고시 2차 보시는 분들 꼭 좋은 성적 올리시길 바랍니다. 그저 아주 작은 바람이 있다면 혹 연수원에서 졸업해 검사, 판사, 변호사 등 법조직으로 갔을 때 좋은 법조인이 되시길 바랍니다. 부끄러움을 아는 법조인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는 이렇게 관대하고 너그럽습니다. 그렇지요?"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대상이 사법 개혁의 대상이면서도 스스로 개혁하기 꺼려하며 국민들에게만 칼 끝을 겨누는 사법권력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박수와 환호가 끝난 후 무대에 오른 이들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었다. 첫 곡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을 부른 이들은 "재임시절 당신은 '과거의 썩은 다리로는 미래의 강을 건널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당신께서는 당신의 생명을 바쳐 오늘 우리에게 거대한 다리를 남겨주고 가셨습니다. 그 다리로 이제 우리는 미래로 가겠습니다. 당신께서 생전에 좋아하셨던 노래 '타는 목마름으로'를 올려드리겠습니다"라며 '타는 목마름'과 '광야에서'를 연이어 불렀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시민들 사이에서는 촬영을 하던 KBS 기자들이 시민들의 항의로 밀려나는 모습도 보였다. 한 시민은 KBS 카메라 앞부분에 모자를 씌우는 등 촬영을 저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뒤이어 무대에 오른 록밴드 '피아'는 대다수의 시민들이 자신들을 모른다는 것을 의식한 듯 "아마 오늘 출연자 중 저희가 가장 막내일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도와주시지 않으면 저희는 울지 모릅니다"라며 분위기를 돋운 후 시민들을 서서 즐기게 만들었다. '피아'의 무대는 추모콘서트라기 보다는 록페스티벌에 가까웠다. 시민들은 일어나 노란 손수건이나 풍선을 흔들며 '피아'의 공연을 즐겼다.

노래패 '우리나라'는 그대로 이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그 하늘 그 향기'를 부른 '우리나라'는 "누가 민주주의를 죽였습니까? 누가 이 땅의 민주주의를 벼랑 끝에서 밀었습니까? 누가 이 땅의 민주주의를 길거리에서 팼습니까? 시민 여러분 이제 우리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다시 광화문에서 만납시다"라며 '다시 광화문에서'를 불렀다.

이어 무대에 오른 권해효는 "이럴 때 사회자가 광화문에 나가자고 해야 하는데,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광화문에 나가기 싫습니다. 그냥 투표를 열심히 잘하겠습니다"라며 현 정부에 대해 비판했고, 곧 "혹자들은 색안경을 끼고 이 문화콘서트, 추모콘서트를 바라보고 있다고 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분이 나온다니까 또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떠나가신 그분의 가치와 이상에 대해 늘 가까이에서 현실 정치에서 대변하기 위해 애쓰던 분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봉하마을을 지키셨죠.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을 모시겠습니다"라며 참석한 유 전 장관을 무대에 올렸다.



유시민 "우리는 사랑할만한 사람을 사랑했습니다"

유 전 장관은 "故 노무현 대통령님의 유가족을 대신해 감사 인사드립니다"라고 운을 뗀 후 "수 많은 국민들이 상주된 심정으로 국민장을 치룬 지 한달이 다 되어갑니다. 여기 모두 노무현이란 한 사람에 대해 저마다 특별한 감정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고인의 삶과 죽음에 대해 평가할 때가 아닌, 좋은 기억을 더듬어야 할 때입니다. 내 마음의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님은 떠난보낸 후 저는 제 자신에게 물어봤습니다. 저에게 노무현 대통령은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좋은 사람을 사랑했습니다. 인간 노무현은 반칙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정말 반칙하지 않고 성공했습니다. 판사가 되고, 변호사가 되었고 국회의원이 되었고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성공한 다음에는 부당한 특권을 누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정말로 그를 사랑했던 이유는 그가 작은 허물도 크게 부끄러워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된 후에도 그는 언제나 부끄러움이 많았습니다. 저는 그가 완벽하기에 사랑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실수도, 오판도 하지만 작은 잘못이라도 깨달았을 때는 크게 자신을 자책했기에 저는 그를 사랑했습니다. 저는 이제 더 큰 용기를 내서 말합니다. 우리는 사랑할만한 사람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했습니다"라며 노 전 대통령을 회상했다. 이어 유 전 장관은 "저는 오늘 그 분이 저에게 주었던 위로의 말씀을 여러분 모두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여러분, 우리 서로 따뜻한 위로를 나눕시다. 이 가슴에, 여러분의 가슴에 인간 노무현의 기억, 사람사는 세상의 꿈이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임을 굳게 믿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여러분, 바람이 되어 여기 오신 그분을 느끼십니까. 그분을 향해 제가 준비한 마지막 구절을 함께 외치고자 합니다"라며 끝을 맺었다.

'안치환과 자유'의 무대는 무거웠고 동시에 거칠었다.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부를 때는 모두가 화답했고, '개새끼들'을 부를 때는 환호했다. 그 '개새끼'의 상대를 아는 시민들은 소리를 질렀다. 일부에서는 아예 이름 자체를 지적하며 나섰다.

안치환은 "오늘 저는 사실 추모의 마음만을 가지고 이 자리에 함께하는 건 아닙니다. 더군다나 이제는 추모의 마음과 함께 살아남는 자들이 할 몫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아야 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을 새라고 표현한다면 좌우의 날개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자신이 추모콘서트에 참석한 의미를 전했다.

'신해철과 넥스트'의 무대는 놀라움과 슬픔으로 시작했다. 삭발을 하고 무대에 오른 신해철의 모습에 사람들은 놀라워하면서도 열광했다. 이후 '민물장어의 꿈'을 부른 신해철은 마이크를 잡고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다.

신해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인 것은 누구일까요? 이명박 정부? 조선일보? 아닙니다. 접니다. 그리고 바로 우리입니다. 저는 가해자라서 문상하러 가지 않았고, 담배 하나 드리지 못했습니다. 쥐구멍에 숨고 싶은 생각 뿐인데,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노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지 않았습니다. 그 죄의식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고, 죽을 때까지 이는 우리 발목에 쇠사슬로 묶여 있을 것"이라며 미안함을 드러냈다.

뒤이어 전인권의 무대와 '일어나라 열사여' 편지가 낭독된 후에는 사회를 보던 권해효가 무대에 올라 '92년 장마, 종로에서' 노랠르 불러 시민들을 놀래켰다. 권해효는 노래를 부른 뒤 "17년된 이야기가, 이 시가, 이 음악이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한 것은 무척 가슴아픈 일입니다"라고 의미를 전하기도 했다.

강산에와 윈디시티는 또다시 무거웠던 분위기를 풀어줬고, 이어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영상메시지가 전해졌다. 신 교수는 메시지를 통해 "시대가 바다를 만들어내는 방법은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자신을 낮추는 것입니다. 바다는 가장 낮은 물이지만 가장 큰 물입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시내를 다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이름이 '바다'입니다. 시냇물이 바다가 될 수 있는 것은 끊임없는 자기 변화입니다. 변화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낡은 사고, 낡은 방식을 버리고 새롭게 변화해야 합니다. 아픔을 넘어 분노를 넘어 '민중의 바다'를 만들어내야 합니다"라고 전했다.

마지막 무대는 YB가 장식했다. 예정시간 1시간여나 늦게 무대에 올랐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윤도현은 '너를 보내고'를 부른 뒤 "저희가 7년 전에 ‘바람이 분다’라는 공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다시, 바람이 분다. 7년전에는 그 공연 제목이 왜 이렇게 붙였는지 이해가 안됐는데 이젠 그 바람의 의미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엔 바람은 오늘처럼 '자유의 바람', '생명의 바람', 그리고 함께 살려는 '공존의 바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는 희망의 바람'인 것 같습니다. 오늘 다시 희망의 바람이 우리 안에 깊게 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해 시민들을 열광케했다.

공연은 11시 30분께 끝났다. 예정보다 1시간 30분여나 늦은 시간이다. 한껏 덥던 날씨는 약간의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이날 성공회대 대운동장을 찾은 시민들의 숫자에 대해 주최측은 1만여명, 경찰측은 6천여명이라는 통계를 냈다.

그러나 이날 공연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주변에서 길게 앉아 '들리기만'하는 추모콘서트를 즐기는 이들부터 시작해 건물 뒤쪽에서 '그들만의' 추모콘서트를 연 이들까지 고려하면 콘서트 참여 숫자는 사실상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이날 콘서트는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 됐다. 이런저런 상황을 생각하면 성공회대 대운동장 현장에서 추모콘서트에 참가한 이들의 '숫자'는 무의미한 것이었다. 아직도 지금 시대에 참여자 숫자로 그 세를 따지는 것이 우습다.

이날 한달여전 봉하의 바람이 성공회대에 안착했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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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 보수 세력 입장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뿐만 아니라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도 이 땅에서 지우고 싶은 모양이다. 물론 정치인 지지 모임의 회장을 맡은 한 인간의 견해일 수 있지만, 아해가 보기에는 아마도 이 땅의 적잖은 수구 세력들의 입장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여옥을지지하는모임(전지모) 최정수 회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살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지모 홈페이지에 올린 '김대중씨의 국가내란죄성 발언에 대한 전지모의 입장'이란 제목의 글에서 "민주당과 진보세력들은 분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을 최대한 이용해 이익을 챙기려 하고 있고 어느 정도 수확을 얻은게 사실"이라며 "김대중씨도 차라리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살을 하라. 그러면 또한번 한무리들의 굿판이 경복궁 앞에서 벌어져 또 한명의 자살열사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정권에 항거하라고 하는 김대중씨는 이제 살만큼 살았다고 생각한다"며 "차라리 국민 앞에서 사라지든지 아니면 본인이 은덕을 베푼 북한으로 돌아가 편한 여생을 보내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씨는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 국민의 화합을 주장해도 부족할 상황에서 국민을 분열하고 더 나아가 현 정권에 저항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김대중씨는 국가내란죄로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전여옥 의원도 1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인간 노무현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벼랑끝전술'하듯 구사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이어 "지금에야 열렬히 사모한다며 '노사모당'을 자처하는 민주당, 딱하다"며 "어느 네티즌의 댓글 그대로 '별거한 남편 내치더니 죽자마자 보험금 챙기러 온 아내'와 진배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또 보수논객 조갑제씨도 '조갑제닷컴'에서 '호남인들의 선택 "김대중이냐, 대한민국이냐"'라는 제목의 글에서 부마사태 등을 거론하며 "경상도 출신 박정희, 전두환 두 대통령이 민주주의에 역행한다고 판단했을 때 경상도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 두 사람의 정치적 운명을 바꾼 적이 있다"며 "김 전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이 6.15 선언을 실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6.15 선언대로 하면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국가정통성을 포기해야 한다. 이는 국체 변경을 뜻한다. 따라서 김대중씨는 헌법질서를 부정하는 국가변란을 선동하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 땅에서 사라져 주길 바라는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민주화 10년'은 과거 군사 정권과 같은 시기로 회귀하려는 이들에게는 눈엣가시이기 때문이다. 그 중 한명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거했으니, 그를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어떻게 해보겠다는 셈이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유언장을 근거(?)로 화합을 내세운다. 그러나 그 화합을 실질적으로 저버리고 있는 것은 보수세력이다. 상대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은 현 시대를 보면 알 수 있다. 광장을 닫고, 귀를 닫고, 눈을 감고 입만 연 현재의 집권 세력이 모두 열지 않는 이상, 화합은 절대 불가능하다. 그들에게 화합은 상대가 없어지지거나 무조건 항복해 자신들의 말만 따라오길 바라는 것인 듯 싶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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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결국 사람들을 울렸다. 평소에서 화려한 입담을 자랑한 그였지만, 진심이 담겨 울먹인 그의 목소리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인 수십만 시민들의 눈물을 이끌어내고 말았다.

김제동은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식전 사회를 맡아 서울광장 무대에 섰다.

김제동은 "그분의 마음, 뜻 그리고 열정이 단지 그 분 만의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여러분들이 직접 보여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추모 행사 오프닝 멘트를 시작한 뒤 "비가 오는 날이든, 맑은 날이든 그 분을 생각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눈과 마음을 통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는 마음이 언제까지 지켜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물을 보이게 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유서 내용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유서 내용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국민의 마음을 대변할 때였다.

김제동은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고 했는데 우리는 그분에게서 사랑이 무엇인지를 배웠습니다"며 "'운명이다'라고 유서에 남겼는데 "이 운명만큼은 받아들이지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죄송하다. 오늘은 좀 슬퍼해야겠습니다. '미안해하지 말라 했는데, 오늘 좀 미안해 해야겠습니다. 지켜드리지 못했으니까"라고 말해 결국 시민들을 울먹이게 했다.

또 김제동은 "노 전 대통령이 아주 작은 비석을 세워 달라고 했는데 우리 마음 속에 잊지 못할 큰 비석을 세우겠습니다. 바보 대통령 그러나 자랑스러웠던 대한민국의 16대 대통령 노무현 감사했습니다"는 말로 애도를 표했다.

김제동은 앞서 가수 양희은이 노 전 대통령 애창곡 '상록수'를 부르고 나자 "겨울 찬바람, 비바람 부는 곳에서도 이 땅의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이 왜 저렇게 돌아가셨냐고 물었을 때 푸른 상록수처럼 대답할 수 있는, 지금 보이는 여러분의 눈빛 손빛이, 시선이 상록수와 같은 역사가 되길, 진실에 답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결국 시민들의 눈물을 이끌어내던 김제동도 눈물을 보였다. 경복궁에서 영결식을 마친 노 전 대통령의 운구차가 시청쪽으로 들어오자 김제동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바보 대통령 그러나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웠던, 앞으로도 영원히 마음 속에 자랑스러울 대한민국 16대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님을 맞이하겠습니다"라고 울먹였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방송을 보던 사람들도 모두 김제동의 눈물과 떨리는 목소리에 같이 눈물을 보였다. 사람들은 노제 식전 사회를 맡은 김제동에게 감사의 뜻을 보였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 그 자리가 얼마나 승락하기 어려운 자리임을 알기 때문이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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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에서 열린 영결식을 방송으로 봤다. 한승수 국무총리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영결식 조사와 종교 행사 등이 이어졌다. 그러나 참석자 면면을 보거나 불참한 인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왜 거기서 그딴 식으로 영결식이 열렸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결식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최대의 가치로 생각했던 국민이 없었기 때문이다. 텅텅 빈 뒷자리의 모습은 도리어 노 전 대통령의 사후 모습을 쓸쓸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차라리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야유는 노 전 대통령에게 들려주는 위로곡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11시 딱 맞춰 등장한 영결식 인사들과는 달리 오랜 시간 자리에 묵묵히 앉아 지키던 수십만명의 추모 인파들의 모습은 노제가 아닌 진정한 영결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진정 추모했고 진정 슬퍼했다.

잠깐 고개 숙인 이명박 대통령에게서는 볼 수 없는 눈물들이었다. 국가 주도의 영결식, 국가 설치 분향소를 거부하며 야유를 보낸 국민들에게서 이 정부와 한나라당은 무엇을 읽었을까 싶다.

서거한 노 전 대통령도 서울시청 앞 광장에 들어서는 순간 웃음을 짓지 않을까 싶다.

노무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좋은 세상으로 가셔서 편안히 지내시길 바랍니다. 당신은 영원한 대한민국 대통령이셨습니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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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봉하마을 직접 조문 계획이 무산됐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언론을 통해 "충분한 애도의 뜻과 진정성이 전달되면 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며 "처음 봉하마을을 찾으려 계획했던 시점과 사정이 달라진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측에서도 안전 문제 등을 거론하며 직간접적으로 오지 않는 게 좋겠다는 뜻을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MB의 조문은 정부 대표 분향소가 설치된 서울역사박물관을 찾거나 경복궁에서 열리는 영결식에 참석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같은 결과에서 대해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인즉, MB가 봉하를 찾는 순간, 어떠한 형태로든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지지자들에게 실(失)이 되면 되었지 득(得)이 될리는 없기 때문이다.

만일 MB가 봉하를 찾았을 때 노사모를 비롯해 봉하마을 주민들, 지지자들이 거센 항의 표시를 하고 이에 경호원들이나 경찰들과 충돌이 일어날 경우 비난의 화살은 MB측이 아닌 노 전 대통령측이 받게 된다. 비록 많은 비난을 받기는 하지만, 한국의 대통령 입장에서 조문하러 오는데, 물리적 마찰이 일어난다는 것은 일면 포용력이 없다고 느껴질 수 있고 노 전 대통령의 과열 지지자들의 그릇된 행동을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구 언론들이나 한나라당이 자기들은 제대로 행하지도 않으면서 늘 반대쪽에 잣대를 들이대는 '순수성'이 여기서 또한번 거론되어 역풍이 될 수 있다.

지난 촛불집회에서도 수구언론들과 정부, 경찰은 수십, 수백만명의 '뜻'은 마치 버려진 쓰레기만도 취급안하며, 몇몇 흥분한 시민들의 폭력만 열심히 부각시켜 '촛불집회=폭력집회'라는 등식을 기여코 만들어 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으로 봤을 때, 충분히 위의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런 측면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MB가 봉하를 내려간다는 자체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굳이 가서 조문을 한다면 그 자체는 인정하겠지만, 정치 보복을 '그따위'로 한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할 뿐이다.

- 아해소리 -

PS. 부드러운 노 전 대통령의 사진과 MB의 얍삽한 사진을 배치한 것에 대해 '너무 의도적으로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있네요. 네 의도적입니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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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에 대해 끌려가면서 글을 쓰는 편은 아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어쩔 수가 없군요.

연예계가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인해 이래저래 복잡하다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많은 예능프로그램과 음악프로그램들이 결방했고, 적잖은 영화 제작 현장 공개 및 공연계 프레스콜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으니까요. 대학 행사나 지역 축제들도 취소되면서 수입에도 타격이 생겼습니다. 더욱이 노 전 대통령 서거 전날 암으로 사망한 여운계 선생님으로 연예계는 긴 시간 '정지' 되어있는 듯 싶습니다.

일부 매니저들은 자사 연예인들의 홍보를 위한 보도자료를 제대로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슈가 되지 않을 뿐더러, 지금 분위기에서 "자 우리 연예인 잘 나가니 잘 봐주세요"라는 것은 웬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제대로 활동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보낼 자료도 없습니다. 답답한 것은 앨범 발매 예정일이 잡힌 이들이나, 컴백 프로그램을 잡아야 하는 이들이지요. 영화 홍보에 맞춰 인터뷰도 해야하는 이들도 답답하기 마찬가지입니다.

연예 매체들 역시 쏟아내는 기사량이 확실히 줄었습니다. 보도자료가 줄어든 것 이외에도 취재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그동안 인터뷰나 기획 취재를 했던 것들이 현 상황에서 포털이나 인터넷 상에서 이슈되기 힘들다는 판단이 개입되었을 겁니다. 괜히 지금 내보내봐야 묻힐 것이고, 인터뷰나 특정 대상으로 하는 기사의 경우에는 내보내놓고도 반가워하지 않을 듯 싶으니까요.

그러나 이런 가운데 많은 연예인들이 분향소를 찾거나 미니홈피 등을 통해 애도의 뜻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때문인지 지난 촛불집회에 이어 이번에도 많은 연예인들이 검색어에 오르면서 네티즌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그렇다고 개념있다 없다 말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단 해야할 일을 하는 연예인 정도로 우선 생각하고 싶습니다.

어쨌든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한동안 연예계는 잠들듯 싶습니다. 연예계 이슈로 가득 채웠던 포털들도 잠시 멈추어진 상태고요. (북한 핵실험까지 더해져 더더욱 그런 상황이 되었지만) 하긴 이제는 그럴 때가 되었죠. 비단 이번 뿐이 아니라, 평소에도 잡다한 것들이 아닌, 필요한 것들로만 채워진.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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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29일 금요일. 한달에 한번 찾아오는 클럽데이로 홍대 주변에는 시끌벅적할 것입니다. 이전의 풍경을 예를 들면, 한 손에 맥주 하나 들고 시끄럽게 구는 외국인들과 술 취해 쓰러진 반라의 청춘 남녀들, 그리고 클럽 앞에 길게 줄 서서 들어갈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 새벽까지 북적북적 대는 술집들로 새벽 동이 틀때까지 사람들은 음주가무를 즐길 것입니다.

그러나 이날 오전 11시에는 경북궁 앞 뜰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릴 예정입니다. 물론 최종 결정은 26일 하겠지만, 어쨌든 그 장소가 서울이든 김해든 영결식은 29일 열립니다.

모두는 아니겠지만 많은 국민들에게 존경받았고 권려을 국민에게 넘겨준 분이었습니다. 서거 이후 수십만명의 조문과 수백만개의 애도의 글이 넘쳐나고 있으며, 방송은 물론 각계에서 애도의 뜻으로 행사와 축제를 잠정 연기했습니다.

5월 29일 홍대 클럽데이를 꼭 열어야 할까요? 1년에 한번 있는 날도 아니며, 매달 돌아오는 날입니다. 게다가 평소에도 금요일이나 토요일 밤에는 비슷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충분히 즐길 날은 많다는 것이지요.

물론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온 국민에게 애도를 강요할 수도, 즐거움을 빼앗는 것이 과연 민주적인 것이냐고 반발하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개인의 권리이고 개인의 즐거움이며 개인의 선택입니다. 이 글이 그같은 마음을 먹은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단지 '꼭' 그날 클럽을 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면, 1년에 한번쯤은 춤추고 흥분하기보다는 가벼운 술 한잔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는 어떠신지요?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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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노짱'이라는 단어를 오랜만에 올려본다. 어느 네티즌들의 글 때문이었을 것이다.

"노무현이란 존재가 우리 가슴 속에 남는 이유는 대통령이란 자리때문이 아닌, 국민으 '짱'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둘러보다가 '노짱'에 대한 몇몇 글들을 모아봤다. 물론 이 글들보다 더 노짱에 대한 가슴으로 추모하는 글들은 많을 것이다.

"잊지 않겠습니다. 정말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정말 죄송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당신에 대해 이야기 할 것입니다"

"바보에게 용서를 빌며 머리를 숙입니다"

"제가 버린 한 표가 당신을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제 그만 울겠습니다. 이 미친버린 세상에 울기만 한다고 나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이 원하던 세상을 저희가, 국민이 만들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하나의 증거를 꼭 남기고 싶습니다....저희가 하겠습니다"

"당신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5천만 국민의 가슴 속에 5천만명의 '노무현'을 남기셨습니다. 사랑합니다"

"권력을 국민에게 넘겨준 최초의 노무현 대통령님 존경합니다"

"아직 어리지만 나중에 결혼을하고 엄마가 되면 아이에게 당신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당신이 가던 날 마음이 아팠다고. 그리고 당신과 같은 시대를 살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힘없는 학생이기에 노무현 대통령님을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편안한 곳으로 가세요"

"당신이 바보가 아니었습니다. 국민이 바보였습니다. 대통령 선거에 기권도 권리라 생각한 제가 바보였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대한민국에서 서민도 살만하다는 것을 잠깐이나마 느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이 몇몇 글을 읽으며 눈물이 났다. 사람들은 노짱에게 진심으로 죄송해했고, 진심으로 감사해했고, 진심으로 애도했다. 그 어느 대통령이 이러했을까. 향후에도 과연 이런 대통령이 나올까.

인터넷에서는 추모곡이 울려퍼지고 있고, 밤 새서 사람들은 분향소를 찾아간다. 피곤해 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역사의 현장으로 간다. 재직 시절 공과 과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가치관으로서 평가받는 한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을 보러 국민들은 한 장소에 모여든다.

2009년 5월 29일. 대한민국 국민들은 경복궁으로 광화문으로 모일 것이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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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노무현이란 한 정치인이 대선에 도전한다. 지지 국회의원 1명만을 데리고 민주당 경선에 나선 정치적으로는 초라한 행보였지만, 그 뒤에는 '국민'과 팬클럽 '노사모'가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노무현은 2002년 12월 '기적'이라는 표현을 낳으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다.

이후 2009년 현재까지 대한민국은 '대통령 노무현'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재직때에도, 퇴임 후에도, 그리고 죽음을 맞이한 이 순간까지도 대한민국은 '노무현'이라는 이름 안에서 사고와 행동이 갇혀있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군대라는 조직과 철권통치로 국민을 억눌렀던 전두환-노태우나 정치적으로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던 김영삼-김대중도 재직시는 물론 퇴임후에도 그 공과가 논해지기는 했지만, 그들이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미치지는 못했다. 이들이 정치적 훈수를 하더라도 국민들은 정치권 큰어른의 목소리로 듣기보다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감'잃은 늙은 정치인의 '쉰' 소리로 치부했을 뿐이다. 그런데 노무현의 발언은 바로 그의 지지층은 물론 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것이 때로는 노무현에 대한 지지일 수도 있고 반대일 수도 있지만, 어찌되었든 영향을 미친 것이다.

왜일까. 왜 대한민국은 노 전 대통령에 갇혀있게 된 걸까.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국민은 6년 전부터 노 전 대통령식의 자유와 '국민이 최고 권력'이라는 가치에 몸담게 되었고, 다른 하나는 이명박 정부가 이같은 가치를 무너뜨리려 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노무현'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참여정부 시절 '모두 노무현 때문이야'라는 말장난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을 정도로 대통령에 대한, 정부에 대한, 국회의원에 대한, 경찰에 대한, 검찰에 대한, 즉 이전에 국민을 무시하는 잘못된 권력, 권위에 대해 까발리고 비판할 수 있었다. 그것을 수년동안 누리다 보니 당연한 상황이라 생각하게 되었고, 참여정부 말에는 '대통령 노무현'까지 포함한 모든 권위가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국민은 국민이 최상위의 권력임을 실감하게 되었고, 취임 초 권력을 내놓겠다는 대통령은 정말 자신의 권위를 낮추고 또 낮췄다. (이를 일부 군사정부때 활개를 치던 정치인들과 언론은 가볍고 생각없는 대통령으로만 치부하며 비난했다. 권위를 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큰 권위를, 권력을 갖는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퇴임후 1년여가 겨우 지난 즈음, 국민은 참여정부때 대통령이 얼마나 국민을 위했으며, 권력을 놓았는지 알게되었다. 2MB(용량 2메가 바이트)로 놀람감이 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덕분이다. 세간의 말처럼 국민들에게 '민주주의''자유''국민'을 '억압'공안''철권''폭력' 등으로 절실하게 느끼게 해준 것이 이명박의 유일한 업적일 수도 있다.

이러다보니 현 정부나 정치권은 노무현의 그림자를 지우지 않으면 자신들 마음대로 할 수 없음을 지난 여름 촛불집회를 통해 느끼게 되었다. 11년전 자신들이 했던 방법대로 추진하면 모든 것이 그대로 이뤄질 수 있는 줄 알았던 한나라당과 정부는 국민들의 행동이 달라졌음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통령 노무현'이 남긴 '자유'와 '최고의 권력은 국민'이라는 인식을 지우지 않으면, 자신들의 뜻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은 결국 노 전 대통령을 정치적 수사의 한가운데로 끌여들여 '도덕성'을 무너뜨리는 방법을 택했다. 혹자는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 명명백백 드러나고 있는데, 이것이 무슨 소리냐고 할 것이다. 죄가 있으면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은 '죄'라는 것이 성립이 되고 난 뒤이다. 그러나 현 정부와 검찰은 언론재판을 먼저 선택했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희한한 검찰 수사'라고 할 정도로 매일같이 수사 브리핑을 했고, 검증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수구 언론들은 연일 보도했다.

검찰이 증거를 확보하고 조사해야하는 절차 대신 '노 전 대통령이 이런이런 의혹이 있어 조사를 할 것이다'라고 공표를 먼저 한 것이다. 여론재판은 법정에서 이뤄지는 재판보다 더 영향력을 발휘한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의 도덕성은 무너졌고, 그의 지지층은 물론 중립에 서있던 국민들조차 노 전 대통령에게 실망스러운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 어떤 결론이 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사실 현정부와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구속시키지 않아도 이미 얻어낼 것은 다 얻어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을 통한 서거는 이 모든 것을 뒤집어놓았음은 물론 현 정부와 검찰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증명했다.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실체는 이미 봉하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대통령 출신 '인간 노무현'에게서 떨어져 나간 하나의 신화적 의식으로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현 정부와 검찰이 '인간 노무현'을 아무리 지지고 볶고 때리며 밑바닥으로 끌어내리더라도 권위와 권력을 스스로 무너뜨렸던 '대통령 노무현'은 그대로 국민들 안에 살아있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경찰-검찰 통치에 반발을 하며, '최고의 권력은 국민이다'라는 명제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을 만들어 낸 것은 '인간 노무현'을 넘어 '대통령 노무현'이었다는 것을 이번 일로 인해 새삼 다시 느끼게 해주었다.

한 발 더 나아가 국민들은 '대통령 노무현'과 '인간 노무현'을 다시 하나로 합치는 과정을 밟고 있다.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의식이 머문 머리와 가슴이, '인간 노무현'의 서거로 인해 육체까지 다시 움직이게 하고 있는 것이다.겨우 이틀동안 수십만명의 조문객이 '인간 노무현'을 보기 위해 발을 옮겼고, 수백만명의 네티즌들이 애도의 글을 남기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머리와 가슴과 몸이 하나가 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여기에 시청광장을 막고, 청계광장을 막으며, 덕수궁 대한문까지 경찰력을 동원해 통제하는 또한번의 패착으로 더욱 '대통령 노무현'과 '인간 노무현'을 국민에게 다가가도록 만들어주고 있다.

현 정부는 국민에게서 '대통령 노무현'을 없애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인간 노무현'까지 끌어들이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결과를 낳고 만 것이다. 결국 향후 이명박 정권은 노 전 대통령이 만들어놓은 틀 안에서만 행동해야 되는 꼴이 되어버렸다. 또 매년 5월 23일이라는 국민들의 의식이 집결되며 정부에 대한 강한 비판을 가할 수 있는 '기념일'까지 만들어줘 버렸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가 극단의 상황에 처하지 않으려면 '대통령 노무현'을 인정해야 한다. 그가 뿌린 씨앗을 인정하고 그가 만들어놓은 틀을 다시 한번 맞춰놔야 한다. 그 안에서 또다른 길을 만들고 씨앗에서 나온 또다른 씨앗을 걷어들여야 한다. 지금처럼 부수고 밟고 할 것이 아니고 말이다. 그러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 나라 국민의 의식 속에 있는 대통령은 이명박이 아니라 노무현이 될 수 밖에 없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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