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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뮤지컬이나 연극 공연 경향이 너무 가벼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도 '애니깽' 이후에는 거의 가벼운 느낌의 공연만을 보고다닌 듯 싶다. 사람들도 공연에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싶어하지 그 안에서 어떤 진지함을 찾으려 하는 것에 인색해졌다. 가벼운 공연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간혹 조금은 생각해볼만 공연을 접하는 것도 자신의 공연 안목을 넓히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산아트센터 'Space 11'에서 선보이고 있는 더글라스 맥스웰의 작품인 연극 '나쁜 자석'은 이런 안목을 넓히는데 도움을 줄 듯 싶다. 사실 관객을 웃기고 참여시키는 공연에 길들여진 관객들에게 '나쁜 자석'은 어렵고 지루할 수 있다. 이런 면은 분명 웃긴 장면이 아닌데 (어느 정도 미소를 지을 수 있지만) 이곳저곳에서 웃음이 나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스스로 공연에서 웃음을 찾고자 하는 관객들이 종종 보이는 것이다. '나쁜 자석'은 미소 이상의 즐거움을 주지는 못한다.

연극은 9살과 19살 그리고 29살에 겪는 일종의 성장기를 보여준다.  현재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의 나이의 남성들이 충분히 겪었을만한 일들을 액자식 구성으로 나열한다.

연극은 민호, 은철, 봉구 세 친구가 오랜만에 만나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19살에 자살한 친구 원석과의 과거를 떠올리면서 이들의 이야기는 시작한다. 9살과 19살 시절 서로를 믿었던 그리고 다시 서로를 미워했던 그때와 현실을 번갈아 보여준다.

'나쁜 자석'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무엇보다도 추억이다. 그리고 아픔이고 다시 그리움으로 변화되는 과정이다. 9살 시절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추억이다. 소방차의 노래가 그렇고 딱지가 그렇다. 19살 시절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아픔이다. 친구라는 이름아래 어울렸던 그들에게 원석의 죽음과 친구들간의 불화는 바로 아픔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29살의 그들에게는 그리움이 남는다. 비록 서로가 서로를 이해못하는 과정을 아직도 겪고 있지만, 20년 기간의 그리움은 여러가지 감정을 그들에게 부여한다.

이 과정은 위에서도 말했듯이 현재 20대 후반 30대 초반 남성들에게는 십분 수긍되는 감정들이다. 현재의 내가 그렇고 내 친구들이 그렇다. 가장 아름다운 시절과 가장 꿈을 크게 꾸던 시절, 그리고 친구들끼리도 가장 격없이 세상을 안을 것 같은 시기를 거쳐 세상과 맞짱 떠야 하는 시기인 이즈음의 자신과 친구들과의 간격은 찾기 힘들 정도다.

공감을 일으키는 연극만큼 훌룡한 연극은 없다는 것이 여기서 드러난다. (그러나 희한하게 여자관객이 더 많다)

그러나 연극 '나쁜 자석'이 공연되는 공연장에 대해서는 낮은 점수를 주고 싶다. 커다란 두 개의 기둥은 시선을 가리고 높낮이가 거의 없는 좌석은 배우들이 바닥에서 펼치는 연기를 보기위해 앞사람 사이사이를 노려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음향의 울림 역시 배우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보하지 못한다. 조금 높은 단을 쌓은 후 콘서트를 하면 딱 좋을 장소이긴 하지만 대학로에서 느끼는 소극장만의 맛을 보기에는 어려울 듯 싶다.


- 아해소리 -


연극이 끝난후 마음에서 계속 울려퍼지는 노래 'Knockin' On Heaven's Door'이 연극 '나쁜 자석'으로 인해 추억과 그리움을 대표하는 노래로 남길 수 있는 것은 뜻밖의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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