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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MBC 기자가 5일 오전 트위터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1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장자연 사건에 국가정보원이 개입되었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분당서, 장자연 사건 국정원 불법 개인 알고도 조사 안해"라는 글을 올렸고, 트위터리안들이 자세한 내용을 묻자 "오늘 오후 6시 '손바닥뉴스'에서 보도해 올리겠습니다"라고 예고했다.

'장자연 사건'. 근 4년내 연예인의 자살이 정치권과 사회를 이렇게 흔든 사건도 없었다. 2009년 3월 7일 분당 자택에서 장자연이 자살할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무명의 여배우가 뜨지 못해 자살했다고 생각했고, 언론들 역시 단신 수준에서 이 내용을 다뤘다. 그런데 일명 '장자연 리스트'라 불리는 명단이 나오면서 대한민국은 발칵 뒤집힌다.

리스트에는 언론사 사장부터 시작해 사회 지도층들의 이름이 언급됐고, 이들은 장자연 소속사 대표로부터 술과 성접대를 받았는데, 이 접대를 행한 이들이 장자연을 포함해 신인 여배우들이라는 것이다. 즉각 거론된 언론사들은 그런 일이 없다는 식의 보도를 내보냈고, 그 외의 매체들은 제대로 조사해야된다고 보도했다.

연예계 역시 흔들거렸다. 당장 매니저들은 얼굴도 못 들고 다녔고, 여배우들에 대한 시각은 차가워졌다. 일부의 일이고, 사실상 그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연예계에서 항변하고, 자정노력까지 선보였지만, 한동안 연예계도 가라앉는 분위기였다.

아무튼 이런 분위기가 어느 정도 지나고 장자연 사건에 거론된 인물들이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나자 축소조사 의혹이 일었다. 장자연소속사 대표와 매니저만 각각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각각 선고받았을 뿐이다.

그런데 SBS 8뉴스가 지난해 3월 이를 다시 거론했다. 장자연이 생전에 작성한 편지 50여 통을 입수했다며,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한 것. 그러나 이 편지 역시 위조로 판명나고 SBS는 오보에 대한 사과 방송을 내보냈다. 하지만 SBS 담당 기자들은 장자연 사건에 대한 의욕을 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상호 기자의 국정원 개입 주장은  또 한차례 세상을 흔들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이상호 기자의 이력때문에 사람들이 이상호 기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믿음에서 출발한다. 과거 삼성 X-파일 보도를 비록해 굵직한 사건을 세상에 알린 이상호 기자이기에, 사람들은 오늘 오후 6시에 무엇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하는 것이다.

장자연 사건 당시 연예계에서는 사실 '터질 것이 터졌다'라는 말과 동시에 '그러나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동시에 내뱉었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화 됐다. 망자가 말을 할 수 없고, 사건에 개입한 사람들은 모두 부정하기 때문이다.

- 아해소리 -

 2011/04/01 - [미디어 끄적이기] - KBS, 9시 뉴스 보도 정신? 무모함?…나탈리 영화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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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상호 기자같은 사람 몇 명만 더 있으면 우리나라 기자들에 제법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검찰의 징역 1년 구형 보도를 들으며, mbc기자회의 성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이없다는 감정이 확 밀려왔다. 죄를 진 자보다 죄를 밝힌 자가 더 문제가 있다는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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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두려워하라!


오늘 이상호 기자에 대한 검찰의 징역 1년 구형을 바라보며 우리는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 노무현 정부 이후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위한 검찰의 움직임에 지속적인 격려와 박수를 보냈던 우리들로서는 참으로 암담한 심정으로 검찰을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상호 기자, 아니 MBC 기자들의 엑스파일 보도는 그동안 철저히 베일 속에 가려졌던 정치권과 재벌, 언론의 추악한 부패 고리를 드러낸 정당하고도 용기 있는 행위였다. 우리 사회 최대의 권력체인 정치권과 재벌, 언론이 유착돼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추측해왔던 실체가 MBC 보도를 통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유착관계는 우리가 상상했던 이상으로 추악했음이 밝혀졌다. 국민들은 MBC 보도를 통해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임을 안다. 그래서 국민들은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부패구조의 전모를 규명해줄 것을 간절히 원했던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정반대의 길을 갔고,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이번 사건의 본질을 애써 외면해왔다. 정작 범죄를 저지른 이건희 삼성 회장은 물론 관련 정치인들에 대해 단 한차례 소환조사도 하지 않았다. 또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에 대해서도 범행을 부인하는 진술에만 의존하고, 당시 녹취록에서 드러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객관적 노력을 한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거대 비리를 고발한 언론사 기자를 불러 온갖 흠집을 잡고 형식적인 법 논리를 내세워 사법처리를 기도해 왔다. 검찰의 이런 행태는 삼성이 지속적으로 심고 관리해온 검찰 내 ‘삼성 장학생들’의 존재에 대한 확신만 더해주고 있다. 검찰이 삼성이라는 막강한 재벌권력의 하수인에 불과함을 스스로 폭로하는 것이다.


이상호 기자에 대한 사법처리는 검찰이 국민의 알권리에 사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임에 다름 아니다. 국민의 뜻에 정면으로 거슬러 맞서는 무모한 행위이다. 검찰이 당장은 재벌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지만, 정작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국민과 역사의 심판임을 곧 자각하게 될 것이다. 국민의 뜻을 끝내 져버린 비겁한 검찰에 대해 MBC 기자들은 국민과 함께 끝까지 맞설 것이다.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 이후 국민의 사법부로 거듭 나려고 각고의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현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2006년 6월 14일 MBC 기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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