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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내내 답답했다. 해외 자본 투입해 만들지 않아도 국내 제작팀으로도 충분히, 아니 이보다 더 확실하게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리우드 진출작'이라는 떠들석한 홍보를 수년 전부터 한, 그러나 알고보니 그냥 외국계 자본이 투입된 영화라고 밝혀진 전지현 주연의 영화 '블러드'는 한마디로 B급 비디오용 영화였다. 극장에서 돈 주고 보기에는 웬지 본전 생각이상이 날 것 같다. (돈과 시간이 투자되기에)

내용은 이렇다. 인간 아버지와 전설 속의 뱀파이어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뱀파이어 헌터 '시야'가 어떻게 보면 같은 종족인 뱀파이어들을 하나하나 죽여나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뱀파이어들의 근본인 어머니 '오니겐'을 없앤려 한다. 내용은 일단 끝이다. 뭐 굳이 여기에 의미 부여를 한다면 뱀파이어이면서도 뱀파이어를 죽여나가며 자신이 인간임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는 '시야'가 가련하다는 정도?. 살짝 보면 터미네이터에서 기계이면서도 인간의 영혼을 가지고 있는 '마커스 라이트' (샘 워싱턴)가 살짝 생각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이상은 없다.

일본인으로 나오는 전지현은 (자신은 극구 아니라고 인터뷰를 통해 말하지만 영화 보면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화려한 와이어 액션을 펼치기는 하지만, 영 어울리지 않는다. 심각한 표정으로 영어로 대사를 처리하면서 액션을 선보이다보니, 감정이 살아나지를 않는다. 엉성한 CG와 빈약하다못해 어설픈 내러티브는 관객들의 몰입도를 확 떨어뜨린다. 내러티브 수준은 과거 심형래 영화 '디워'와 비등하다. 차라리 '디워'의 CG가 훨씬 낫다는 점에서 이번 영화의 최악일 수 밖에 없다.

전지현에게는 안타까운 부분이다. 차라리 국내 다른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 나았다. 교복입은 꼬마 전지현이 뛰어다니는 모습은 내내 안쓰럽기까지 했다. CF모델로서는 손색이 없고, 나름 그것을 바탕으로 '엽기적인 그녀'와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를 통해 톱스타 자리를 희한하게 유지하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 국내에서 알아주는 배우로서 전지현의 애처롭고 감흥도 없는 연기를 외국인들이 '팝콘' 먹으며 졸면서 볼 것을 생각하면 진짜 '어찌하여 이런 일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6월 11일 개봉 후 호기심에 볼 사람들은 있겠지만, 그 이후 과연 입소문을 어떻게 탈지는 웬지 눈에 선하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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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시리즈 중 비주얼로만 따진다면 가장 대작이라고 불리우는 4편 '터미네이터 : 미래 전쟁의 시작'(이하 터미네이터)은 평가가 갈린 것으로 보인다.

11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터미네이터'는 영화 초반부터 거대한 전투 장면으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인간 저항군의 리더인 '존 코너'가 '스카이넷'이 만든 실험 기지에 침투하지만, '스카이넷'이 만들어놓은 함정으로 인해 부대원을 모두 잃으면서 시작되는, 스크린 가득 찬 비주얼들은 현란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2018년년 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과 '트랜스포머'를 보는 듯 T-600, T-800, 헌터킬러, 하베스터, 모터 터미네이터 등의 터미네이터 군단은 그 자체로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전작들이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를 중심으로 각 시리즈마다 새로운 터미네이터를 선보였던 식이라면 이번 '터미네이터'는 인간을 괴롭히는 모든 로봇을 대거 등장시킨다. 시리즈 중 사상 최고인 2억 달러의 제작비를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터미네이터'는 아쉽게도 딱 볼거리만 나열하는 수준에서 그친다. 기존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가졌던 기계와 대척점에 서있는 인간을 통한 감동과 철학이 부족했다. '터미네이터'의 핵심은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가 자의식을 갖기 시작하면서 도리어 인간을 위협하는 상황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거기서 느껴지는 공포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기계의 진화에 대해 생각해보고, 거꾸로 '인간'이라는 그 자체를 되돌아보게 했다.

이번 '터미네이터'는 배우들의 대사를 통해서는 이같은 점을 지속적으로 표출한다. 하지만 "인간이 기계와 다른 점은…" "나는 인간이라고 생각한다"는 등의 대사는 영화 전체적으로 느껴져야 할 '터미네이터' 특유의 색깔을 보여주기에는 힘이 달린다.

그러다보니 이번 4편은 '터미네이터' 시리즈라기보다는 또다른 하나의 독립된 영화로 존재한다는 느낌마저 준다. 'I'll be back' 등의 대사와 컴퓨터그래픽으로 등장한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모습이 안 보였다, '터미네이터' 아류로 인식되어도 그다지 어색함이 없었을 정도다. 거대한 기계들의 향연에 인간은 영화 내용에서뿐만 아니라, 스크린 전체에서도 보이지 않게 된 셈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니 혹자는 말한다. 터미네이터에서 무슨 철학이냐고. 그러나 매트릭스와 터미네이터가 향후 다른 영화에 끼친 영향력은 막대하다. 단지 엔터테인먼트만이 아닌, 인간-기계에 대한 여러가지 고민을 낳았기 때문이다. 지구, 인간 외부의 침략이 아닌,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의 재앙 말이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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