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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봐야 했던 영화들의 대다수는 뜻밖의 수확을 안겨준다. 기대를 안해서일까, 아무튼 보는 순간 ‘찌르르’하는 전율을 주기도, 빙그레 웃게 하는 감동도 준다. 영화 <두레소리>가 그렇다. 

 

<‘두레소리>는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합창단의 창단실화를 담은 영화다.

 

두레소리

 

뭐 줄거리는 이렇다. 3학년에 재학 중인 판소리 전공 슬기와 경기민요 전공 아름은 세상에 둘도 없는 단짝 친구사이다. 그러나 각자의 고민을 안고 방황하던 사고뭉치인 두 사람은 결국 부족한 출석일수를 채우기 위해 특별 수업에 참여하게 된다. 특별수업은 교육청이 주최하는 합창대회 참여를 위해 방향이 맞춰졌고, 이에 성악 전공인 함 선생이 투입된다. 우리 소리를 익혀왔던 아이들과 서양 음악을 익힌 함 선생이 호흡을 맞추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어느 순간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힌 이들은 멋진 합창단을 만들게 되고, 이는 ‘두레소리’라는 동아리 창단까지 이어지게 된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 어설픈 배우들의 연기와 포커스 안 맞는 앵글. 그리고 거칠함.

 

 

그도 그럴 것이 출연자 모두가 진짜 ‘두레소리’ 지도 선생에, 진짜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출신 혹은 현 재학생이기 때문이다. 주연 김슬기와 조아름은 동아리 선후배 사이이고, ‘두레소리’를 이끄는 함현상 선생 역시 실제로 ‘두레소리’ 지도교사다. 무대에 오르는 합창단원도 현재 활동하고 있는 2,3,4기 후배들이다. 화면 역시 친절하지 않다. 흔들리는 화면은 물론, ‘이 모습은 왜 담고 있는 거야’라는 장면까지 잡는다.

 

그러나 어느 순간이 이 어설픔과 거칠거림은 자연스러움으로 다가온다. ‘내’ 이야기를 ‘나’만큼 잘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연기’가 아닌 그냥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영화는 대학 입시에 찌든 고등학교 3학년의 힘든 삶과 그 사이사이 이해하고 오해하는 19살 청춘의 우정을 다룬다.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였던 슬기와 아름의 갈등은 그 시기를 거쳐 간 수많은 관객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백미는 음악이다. 화성과 음색이라는 동서양 음악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한 함 선생이 고민 끝에 한국의 장단에 타악기와 서양 악기의 음색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음악은 관객들의 눈을 자연스럽게 내리게 해 음악을 감상케 했고, 급기야 눈물까지 흘리게 했다. 극장 안, 팝콘 먹던 소리가 아이들의 합창이 시작되면서, 하나도 들리지 않게 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집중하게 되고, 잠기게 되며 빙그레 미소 짓게 된다. 친분이 있는 사람끼리 단체 관람이었다면 극장 안에서 박수까지 나올 법 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가락에 가사까지 가슴 절절히 다가오는 노래들이 풍성하게 깔리는 ‘두레소리’에 자신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지 않은가.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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