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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다시 TV를 봤다. 삶에 지쳐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살아가기에 어쩌면 난 광주에서의 열린음악회에 큰 기대를 했는지 모른다. 눈물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설프게나마 치열하게 살았던 과거의 내 모습을 조금이나마 기억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거기에는 더 이상 아픔을 간직한 광주도, 시대의 민주화를 이끌었던 광주도 없었다. 그냥 가수들의 노래 한마당이었다.
천지인은 차라리 '청계천 8가'등의 자신들의 노래나 조용히 부르고 나갔으면 좋았을 것이다. 대학때 강한 메시지를 대학인들에게 어필하던 그 천지인이 아니었다. 홍대앞 흔히 볼 수 있는 밴드에 불과했다. 처음부터 '천지인'이 아닌 '천지인밴드'로 소개되었을 때 이미 알아차렸어야 했다. 그들이 부른 '님을 위한 행진곡'이나 '바위처럼'은 광주의 아픈 기억이 몇년도에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중고등학생들의 철없는 말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광주발 열린음악회는 다른 지역에서 해도 상관없을 듯 했다. 광주의 기억을 되짚은 것이 아니라, 그것을 빌미로 하나의 프로그램만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25년이 지난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광주를 이야기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들이 목숨바쳐 이룩한 민주주의 결실을 보았으니, 이제는 조금은 무거운 분위기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광주의 기억은 여전히 무겁고 또한 계속 무거워야 한다. 그것이 축제로 혹은 경축일로 기억되는 순간 광주는 다시 죽는다. 광주의 기억을 되짚고자 하는, 그리고 그 아픔을 같이 느끼고자하는 모든 행사는 무거워야 한다. 10분짜리 TV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그래야 한다. 그 기억을 가지고 있는, 80년 5월의 광주 거리를 기억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절대로 시대의 가벼움을 보여주어서는 안된다.
오늘 열린음악회는 광주를 선택하지 말았어야 했다.
-아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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