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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끝나면 으레 'K리그'를 살려야 월드컵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곤 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또 어느 샌가 이러한 논의는 사라지고, 4년 뒤 월드컵 시즌이 돌아와야 다시 되풀이한다.

이번에 K리그에 대한 논의를 보면서 어느 기자 말대로 "회사 부도나게 생겼는데, 우리 물건 사달라"라는 식의, 품질은 따지지 말고 일단 애국심에 호소하는 행태가 너무 눈에 선해서 한심해 보이기까지 했다.

K리그의 활성화. 좋은 이야기이고, 적극 공감한다. 하지만, 리그 활성화의 주체는 팬들이 아니다. 선수이고, 구단이다. 팬들은 이들의 모습을 보고 움직이며 즐기는 사람들이다. 간혹 어려울 때 같이 하는 것이 진짜 팬이라는 말을 하는 네티즌들이 있다. 그러나 그 어려움은 기대감을 동반한다. 언제가는 자신들에게 휼룡한 플레이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 말이다. 그런데 그 기대감을 줄 생각은 없이 무조건 읍소하는 모습은 팬들을 도리어 떠나보내는 작태일 뿐이다.

K리그 논의중 한 부분은 영화인들의 스크린쿼터 반대 입장을 연상케 했다. 기회를 달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일부에서는 리그 팬들에게 일단 와서 봐보고 결정해달라고 말한다. 꽉 찬 경기장을 보여주고 그래도 마음에 안들면 비판을 해달라고 요구한다. 스크린쿼터제도를 지켜 한국영화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스크린쿼터제가 지켜지지 않으면 한국영화는 발전할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가 K리그에게 기회를 안 주었던가? 아니다 2002년 월드컵이 끝난 후 K리그에는 대표팀 선수들을 보려고 경기장에 팬들이 몰렸다. 서로 서포터즈에 가입하며 월드컵 분위기를 이어나가려 했다. 그들을 내팽겨친 것이 과연 누구인가. 팬들의 냄비속성이라고 말할 것인가. 그렇다면 선수들이나 구단들은 양심이 없다. 팬들을 경기장 밖으로 내몬 것은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영화인들은 죽는 소리를 하며, 한국 영화 부흥을 위해 스크린쿼터가 지켜져야 하며, 이것이 곧 우리 문화를 지키는 것이라 말한다.  일단 문화부분은 한번 논했으니 넘어가자 (내가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에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 ) 기회를 달라는 부분에서 한국영화가 점유율이 80%를 넘나들며, 사상 최대의 흥행을 누릴 때 그들은 진정 우리에게 질적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적은 없는 것 같다. 오로지 스타 개개인의 몸가치만 올리려 노력한 것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관객들은 자기 돈 써가면서 충분한 기회를 몇년간 줬다. 이를 살리지 못한 것은 영화인, 영화계이다. (마지막 임권택감독님이 1인 시위를 나왔을 때, 그동안 1인 시위를 했던 젊은 스타들은 왜 하나도 안 보였는지..내 눈에는 그들은 어차피 전날 쇼맨십을 펼쳤으니, 이제 기획사의 의도대로 자신들의 돈벌이때문에 바쁜 걸음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않았는지..비판하고픈 영화계지만, 이들에게는 비판도 후하다...비난하고픈 생각밖에 안든다)

영화계나 K리그는 아직 정신 차리려면 멀었다. 일부에서는 외국영화계에 한국영화가 먹힌다음에 후회해도 소용없다고 말하지만, 그 후회는 영화인들의 몫이다. 관객들은 눈이 높아졌고 냉정해졌다.

유럽리그를 새벽마다 시청하는 이들에게 K리그도 무엇을 줄지 고민해야 한다. 늘 '수준'만을 탓한다면 팬들의 외면 역시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낫다. 뭐라 말 하는 것조차 창피해 해야 한다.

-아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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