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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PD를 알게 된 것은 그가 만든 프로그램이 아니라 시사인(IN)에서 연재하는 <김형민 PD의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때문이었다. 주로 다루는 내용이 무거운 시사인에서 유쾌하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코너 중 하나다. 이미 알고 있는 역사임에도 다양한 문장으로 표현해 내는 김 PD의 글을 읽고 있으면, 그가 PD임을 잊는다.

 

그가 발간한 책 <세상을 뒤흔든 50가지 범죄사건>은 그래서 읽기 편했다. 틈틈이 읽어도 대략 3일을 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도 있기도 하지만, 김형민 PD의 흥미로운 문장은 쉽게 책에서 손을 떼기 어렵게 만들었다.

 

 

마약 투약 에이미 “잃어버린 10년”…그러나 10년 전에도 이랬다.

에이미 변호인 “피고가 방송인으로서 공황장애를 앓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각했고 오랜 외국생활로 국내 현행법에 대해 무지했다” 에이미 “범죄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 에이미 가방에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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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흔든 50가지 범죄사건

 

현재 범죄 이야기는 지겨울 정도로 넘친다. <꼬리에 꼬리는 무는 이야기> <알쓸범잡> <당신이 혹하는 사이> <블랙: 악마를 보았다> <용감한 형사들> <세계 다크투어> . 여기에 드라마들마저 과거 실제 있었던 범죄를 심심치 않게 다룬다. 그러다보니 비슷한 이야기가 계속 나올 수 밖에 없다. 연쇄살인범 이야기는 단골 소재이고, 다단계 범죄, 간첩 조작, 삼청교육대 등 개인뿐 아니라 국가가 저지른 사건까지 여러 번 다룬다. (패널들이 마치 처음 듣는 듯한 반응을 보일 때는 오히려 보는 내가 부끄러울 정도다. 물론 미리 아는 것처럼 반응하는 것도 이상할 테지만, 과도한 리액션은 오히려 한숨만)

 

사실 이 책에서도 그동안 방송에서 다룬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어느 것은 방송보다 건조하게 다루기도 하지만, 어느 사건은 풍부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후자를 더 선호하는 편이라, 책을 읽는 내내 다양한 생각이 뻗는 느낌을 받았다. 28장으로 구성된 내용에 대해서는 온라인에 소개된 내용을 참고한다.

 

 

<작별 인사>(김영하)┃‘인간이 존재할 가치가 있는가’의 답은 ‘우리’다.

김영하의 작가 첫 SF 장편소설 를 지인에게 소개했더니 반응이 이랬다. “야 그런 이야기는 이미 일본 애니메이션은 물론 영화에서도 많이 나왔잖아. 뭐가 다른 거지?" 는 자신을 인간으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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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총 2부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세계사 속 범죄자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1장은 역사를 바꾼 범죄 이야기다. 제1차 세계대전의 불씨가 된 ‘프란츠 페르디난트 암살 사건’, 인권 존중의 전범이 된 ‘미란다 원칙’ 등이다. 2장은 만들어진 괴물의 사연을 전한다. 목적 없는 범죄를 일으킨 연쇄살인범 ‘헨리 하워드 홈스’, 900여 명의 동반자살을 이끈 사이비 교주 ‘짐 존스’ 등의 이야기다. 3장에선 야만적인 범죄자를 들여다본다. 노동자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았던 철강왕 ‘카네기’, 황당무계한 면죄 조건의 면죄부를 팔았던 종교사기꾼 ‘요한 테첼’ 등이 그들이다. 4장은 정의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죄 없는 마을 주민들을 몰살시킨 ‘미라이 학살’ 관련자들, 아내 살해 누명을 쓰고 12년간 옥살이를 한 의사 ‘샘 셰퍼드’ 등의 이야기가 날이 서 있다.

2부는 한국사를 뒤흔든 범죄를 재구성해본다. 1장은 나쁜 놈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복싱 세계 챔피언 타이틀전에 가짜 복서를 데려오는 파렴치한 짓을 벌인 이들, 중동 건설붐 때 생이별의 틈을 독버섯처럼 파고든 제비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2장에선 시대가 낳은 범죄자를 재발견해본다. 일제 강점기 때 민족차별의 모멸감에 정신줄을 놓고 무차별로 살인했던 ‘이판능’, 각박하고 혹독했던 한국 현대사에 빈번하게 등장했던 ‘고려장’ 사건 등은 다시 볼 필요가 있다. 3장은 범죄를 통해 한국사의 풍경을 되짚어본다. 밀수꾼, 도굴꾼, 보물찾기, 보험 살인, 스토킹 등 다양한 범죄가 들끓었다. 4장은 무겁고도 무서운 이름인 간첩 이야기다. 남파 간첩, 고정간첩, 이중간첩 그리고 간첩을 ‘만든’ 애국적 버러지들의 이야기가 영화를 감상하듯 펼쳐진다.

 

내용은 범죄사건에 대해 필자가 이야기하고, 글 끝에 근래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국민들의 인식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적었다. 이에 동의하든 안하든 독자의 몫이지만, 대부분 필자의 의견에 수긍할 것이다. 오히려 아주 오래전 일어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인간성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볼 때는 답답함까지 느껴질 것이다.

 

특히 한 시대가 범죄자를 만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보자면, 현재도 그와 비슷한 상황임을 보게 된다. 빈부격차가 만들어 낸 상황에서 속칭 사회지도층이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이를 사회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해버리는 한국인들의 모습이 얼마나 잘못 교육 받았는지도 말이다.

 

지존파

 

책 내용 중에서 여러 인상 깊은 글이 있었지만, 지존파 사건을 논하면서 김종필이 한 말은 정말 어이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은 현재 오랜 시간 돈과 권력을 쥔 한국사회 인물들도 따라할 것 같다.

 

 

사회 복지 체계가 곧 ‘돈 있는 자’들의 안전망이다.

소득하위 80%까지만 재난지원금을 준다는 소식에 난리다. 비난 요점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자신은 집도 없고 재산도 많지 않은데 오로지 연봉이 크게 올랐다고 상위 20%안에 든다는 것이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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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지존파 사건을 두고 “평준화라는 이름으로 기계적인 교육을 시켜 온 탓에 이상스러운 사상이 침투했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존파는 부자를 증오하고 가난한 자들의 불만을 정당화하는 사상(?)의 소산이었던 것이다.그의 말은 이어진다.

“사지가 멀쩡한 사람으로 건강하게 태어난 것, 기아와 내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 한반도 중에서도 북한 아닌 남한에 태어났다는 것.. 이 세 가지에 고마워할 줄 알아야 건전한 사람이다. 사지가 멀쩡한 사람이 지존파를 사회의 잘못 때문이라고 말하는 건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사지가 멀쩡한’ 사람들의 삶이 왜 달라지는지, 왜 한쪽은 태어나면서부터 여유롭고 다른 편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허덕여야 하는지, 지존파가 악마였다 쳐도 그 악은 어디에서 왔는지 등의 문제의식을 모조리 탈각시키는 말이었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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