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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의 조세 작가가 25일 저녁 7시께 강동경희대학교병원에서 별세했다.

 

<난쏘공>이라 불린 이 소설은 서울특별시 낙원구 행복동 무허가 주택에 사는 난쟁이 가족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도시 빈민의 삶과 계급 갈등을 다뤘다. 이 소설은 주인공들이 사는 곳 낙원구 행복동이라는 지역명부터 묘한 감정을 줬다. 그들은 천국의 삶을 살지 못하고 늘 지옥과 같은 삶지만, 사는 곳은 ‘낙원’이었고, ‘행복’이란 공간이었다.

 

1976년작 '난쏘공'이 2010년에도 유효하다니

대학때 쓰던 다이어리를 뒤적였다. 그러던 중 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1996년 3월에 쓴 글이다. 아마 이때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한차례 더 읽고 있었던 것 같다. 고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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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나온 직후 <난쏘공>은 최인훈의 소설 <광장>과 함께 신입생들의 필독서로 자리잡았다. 이후 대략 내 기억으로는 1990년대 말까지도 이 책은 나름 운동권을 비롯해 의식 있다는 대학생들에게는 필독서였다.

 

나도 <난쏘공>을 고등학교 시절에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이후 다이어리에 이런 글을 남겼다.

 

“햄릿을 읽고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이웃집에서 받고 있는 인간적 절망에 대해 눈물짓는 능력을 마비당하고 또 상실당한 것은 아닐까”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실제 그랬다. 당시에는 아무리 이해가 안됐다. 현실에는 고개 돌리는 이들이, 드라마에서, 영화에서, 소설에서, 연극에서, 음악에서 눈물을 찾는 모습은 이상했다.

 

그리고 이후 2009년 용산참사 당시 <난쏘공>이 다시 떠올랐다. 세상은 변한 게 없었다.

그리고 다시 13년이 지난 2022<난쏘공>은 아직도 유효했다.

 

조세희 작가가 별세한 다음 날인 26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시위 재개 소식이 들려왔다.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 예산을 올해보다 13044억원을 늘리라고 요구했지만, 지난 24일 국회는 106(0.8%)만 증액했다. 이에 전장연은 다음달부터 다시 지하철 시위를 재개할 것임을 선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에 “불법에 관한 한 이제 더 이상의 관용은 없다”며 “오늘 오전 서울경찰청장과 논의를 마쳤다. 서울교통공사에서 요청하면 경찰이 지체없이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다. 물론 교통공사 사장도 동의했다. 1년 넘게 지속된 지하철 운행 지연 시위에도 시민들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로 극도의 인내심을 보여줬다. 그러나 서울시장으로서 이제 더 이상 시민의 피해와 불편을 방치할 수는 없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겼다.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된 서울시장 선거.

가급적 10.26 서울시장 선거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려 했다. 이유는 너무나 뻔한 선거라는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소속인 오세훈 전 시장이 애들 밥 주지 말자며 그 난리를 쳤는데,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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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결과의 투표를 강행한 오세훈, 사퇴만 남았나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24일 오후 5시 현재 20.8%다. 30%는 고사하고 20% 후반도 힘들어 보인다. 현재 상황으로 보면 주민투표는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투표율 33.3%를 넘지 못하면 무산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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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보면 이들의 시위를 일방적으로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과연 이들의 목소리를 정부나 정치권에서 제대로 들었는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이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이 지하철 시위를 나선다면 문제지만 이들의 목소리를 과연 누가 들었을까 싶다. 장애에 대해 사람들은 나의 일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 주변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지인들의 삶은 쉽지 않다. 이들에 대해 국가의 관심과 지원은 당연하다.

 

장애인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에는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자신 앞에서 권리를 요구하는 전장연 회원들의 모습에는 왜 이렇게 냉정할까.

 

생각 없는 이들이 댓글을 많이 다는 네이버 뉴스 댓글은 물론 다음 뉴스 댓글에서도 전장연 향한 비난이 이어진다. 전장연 때문에 일반인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비난은 전장연이 아니라 전장연을 목소리를 20년 넘게 무시한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저들이 저렇게 우리의 출근길을 막지 않게 정치권과 정부가 해결하라고 말이다.

 

왜 손가락질을 몸으로 말해야 하는 약자들을 향하는지 모르겠다.

 

19786월 문학과지성사에서 초판이 나온 <난쏘공>1996년에 100쇄를 넘겼으며 2000년 이성과힘으로 출판사를 옮겨 속간되어 200512월에 200쇄를 돌파했다. 20079월에는 발행 부수 100만을 넘어섰으며, 2017년에는 문학작품으로는 처음으로 300쇄를 찍었다.

 

왜 이 책은 여전히 읽히고 유효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왜 이 책을 읽기만 할까.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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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때 쓰던 다이어리를 뒤적였다. 그러던 중 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1996년 3월에 쓴 글이다. 아마 이때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한차례 더 읽고 있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 읽었는데 대학 시절인 1996년에 표기된 것으로 봐서는 말이다.

 

쓴 글 대부분이 당시 시대와 내 고민에 대한 내용인데, '난쏘공' 이야기는 아마도 시대상에 대한 이야기인 듯 싶다. 1996년이면 김영삼 정권 말기로 온갖 안좋은 일은 모두 일어날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글귀는 이렇다.

 

이문열. 악만 남은 불쌍한 사람.

 

이문열. 악만 남은 불쌍한 사람.

이문열의 새 소설을 읽어보지 않았다. 아니 읽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소설가의 모습을 떠나 정치인의 모습으로 변신한 그의 소설은 소설이 아니라, 적을 죽이려는 정치칼럼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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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을 읽고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이웃집에서 받고있는 인간적 절망에 대해 눈물짓는 능력을 마비당하고 또 상실당한 것은 아닐까"

 

당시 왜 이 문구를 떠올리며 다이어리에 적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2010년 1월 새삼 다시 보게된 이 문구가 왜 지금 21세기를 사는 현재 대한민국에도 통용된다는 생각이 들까. '난쏘공'이 1976년 '문학과 지성' 겨울호에 발표되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무려 30년이 넘게 유효한 것이다. 조세희 작가가 용산참사 현장을 방문한 지난 해에 현장에서 '난쏘공을 쓴 30년 전과 다를 것이 없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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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쏘공'은 1970년대 도시화로 벼랑으로 몰리는 최하층민의 처참한 생활상과 노동환경, 주거문제, 노동운동의 한 에피소드 등이 여러 가지 상징적인 언어로 담겨져 있다. 난장이로 표현된 아버지의 존재는 이 소설의 주제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착한 사람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라면 달나라로 떠나야 한다는 지섭의 말에 동조하는 아버지는 현실에서 달나라로 비상하기 위해 굴뚝에 올라갔다가 결국 죽고 만다.

 

이것이 2010년에도 유효하고, 그 안에 나오는 글귀가 또다시 머리에 떠오른 것이다. 그리고 사실 현장에서도 이런 모습을 종종 본다.

 

김건희 ‘조명’ 논란을 보니 ‘정글의 법칙’이 떠오르네.

 

김건희 ‘조명’ 논란을 보니 ‘정글의 법칙’이 떠오르네.

윤석열이나 김건희를 보면 이번 정부는 참 재미있다. 문재인 대통령 때는 국민의힘이나 언론이 ‘논란’을 일으켰다. 즉 문제될 것이 없는 문재인 대통령의 행동에 대해 하나하나 꼬투리를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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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며, 연극을 보며, 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 받는 이들이, 또 드라마 안에서의 가상 내용을 보고 분노를 느끼는 이들이 정작 사회에서 벼랑 끝으로 몰리는 현실의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눈빛조차 주지 못하는 현실을 느끼게 된다.

폭설 속 수많은 인파가 지나가는 지하철 안 노숙자들의 모습을 보니, 다이어리 문구가 다시 떠오른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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