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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향 10점 만점에 9점.

 

아멜리 노통브의 <너의 심장을 쳐라>는 밀리의 서재로부터 지난해에 받았다. 2017년 프랑스에서 출간해 현지에서 20만부가 팔리고 전 세계 17개 언어로 출간됐다고는 하지만, 사실 프랑스 소설은 확 와 닿지 않기에 책장에 꽂아놓고 잊어버렸다.

 

너의 심장을 쳐라

 

1년이 넘은 후 다시 꺼내든 이유는 짧은 여행 때문이다. 23일 동안 스마트폰이 아닌 종이재질의 책이 필요했고, 집에 있는 책 중 가벼우면서도 내가 읽지 않은 책을 선택하다보니 <너의 심장을 쳐라>를 선택하게 됐다.

 

책을 끝까지 읽는데 몇 시간 걸리지 않았다.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작가의 표현이나(혹은 번역을 잘했거나) 상황이 너무 쉽게 몰입됐다. 짧은 문장이지만, 충분한 감정을 전달했다.

 

(사실 이전에 한번 썼지만 번역본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부분 번역된 책들은 날림이 많아서, 오히려 번역 문장을 내가 다시 써서 이해하고 넘어갈 정도다)

 

이야기의 흐름은 단순하다. 디안의 시선대로 따라가면 된다.

 

파리에서 먼 한 도시에 사는 19살 마리는 뛰어난 외모를 무기로 자신은 ‘왕비’의 인생을 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올리비에를 만나 임신을 하고 딸 디안을 낳게 된다. 디안에게는 악몽의 시작이었다.

“이제 더는 내 이야기가 아니야. 이제부터는 네 이야기야”

마리는 자신의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한 원인 중 하나를 디안에게 돌린다. 마리는 디안을 질투하고, 애정을 주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똑똑했던 디안은 이런 엄마의 감정을 이해하려 했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자신의 딸이 손녀를 질투하는 것을 알고, 손녀를 데려와 키운다. 디안의 남동생이 태어난 후, 마리는 디안과 달리 애정을 쏟는다. 디안은 남자이기 때문이라 생각하지만, 이내 여동생이 태어난 후 더 큰 애정을 준 것을 보고 큰 절망에 빠진다. 그 순간 디안의 어린 시절은 끝났다.

이후 디안은 가족과 떨어져 공부하고, 의대에 진학한다. 거기서 만난 조교수 올리비아. 뛰어난 능력에 매력이 넘치는 올리비아가 정교수가 되지 못한 것을 불만스러원 한 디안은 같이 논문 작업을 하며 결국 올리비아를 정교수로 만든다. 그러나 이후 디안의 상황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올리비아는 어릴 적 그가 느꼈던 엄마의 모습보다 더 심했다. 올리비아의 딸 마리엘에게서 자신의 어릴적 행동을 봤고, 동시에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결국 비극적인 일까지 벌어졌지만, 디안은 그것을 이해했다.

 

소설은 흔한 말인데도 앞뒤 상황으로 인해 임팩트 있게 배치되어 여러 번 읽게 만든 문장들이 다수 있다. 모녀 관계의 심리, 자매끼리의 심리, 친구와의 심리, 교수와 제자간의 심리 등 사람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작가의 절묘한 배치였고 나열이다.

 

(디안은) 질투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없었다면 엄마가 아빠를 사랑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그 외의 것에 관해서는 어떻게든 엄마를 이해해 보려고 애썼다. 이유가 있는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온갖 자질을 갖춘 여신이 어떻게 그리 천박하게 굴 수 있겠는가? 디안은 네 살의 나이에 엄마가 자신의 기대에 걸맞는 삶을 누리지 모해 못마땅해 한다는 것을 파악할 정도로 엄마를 사랑했다.

 

“세상에 대한 나의 설명이 무너지고 있어요. 이제는 엄마가 나를 거의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요. 나는 안중에도 없으니 저 아기에 대한 터무니없는 열정을 숨길 생각조차 하지 않는 거겠죠. 엄마, 사실 엄마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면 바로 눈치가 없는 거예요” 그 순간 디안은 아이에 머무르기를 멈췄다. 그렇다고 해서 어른이나 사춘기 소녀가 된 것은 아니었다. 고작 다섯 살이었으니까.

 

“넌 살고 싶은 거니, 아니면 죽고 싶은 거니?” 의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중략) 단 하나의 질문으로 그녀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디안이 살기로 결심했을 뿐만 아니라, 마침내 하나의 목표, 그 아저씨의 직업을 갖겠다는 목표를 세웠던 것이다.

 

5살도 안된 아이가 엄마를 분석하는 모습 그리고 자신의 감정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그리고 사람에 대한 애정이 어떻게 옮겨가는지에 대한 묘사가 확실히 뛰어나다.

 

여기서 이 소설을 읽는 누구나 (특히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내가 나의 아이 혹은 제자 혹은 친구에게 주는 ‘사랑’ ‘애정’은 적절한가. 과하거나 모자름이 존재하지 않는가, 혹은 ‘사랑’ ‘애정’이란 이름으로 이용하거나 이용당하고는 있지 않은가.

 

마리는 첫째 딸에게는 애정을 주지 않았고, 둘째 아들에게는 적절한 애정을, 막내딸에게는 과한 애정을 쏟았다. 그 결과에 대해서는 작가가 너무 정답처럼 방향을 잡아서 다소 아쉬운 점이 있지만, 디안에게 무게를 두어 흘러가는 구성으로 나름 정답같은 둘의 이야기에 크게 시선을 돌리지 않게 만들었다. 그 틈을 파고든 마리엘의 등장이 오히려 디안과는 또다른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가끔은 뒤늦게 손에 쥔 책이 흥미로울 때, 보물찾기한 기분이다. 꼭 읽어보길.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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