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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드림이라고 찍힌 책을 자주 받는다. 그렇다고 모두 읽지는 않는다. 좋아하는 작가이거나, 관심있는 분야를 주로 추린다. 뭐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그럴 것이다. 이를 제외하고는 제목이나 표지 구성이 한 몫 한다. 뭐가 읽으면 폼 날 법한책일 경우 한번쯤 뒤적거리긴 한다. 여기에 또 하나 더하면, 책이 가벼워야 한다. 전자책이 아닌 손으로 넘기는 것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늘 들고 다니며 볼 수 있는 책을 선호한다.

 

이런 면에서 <나는 런던의 에이전트 레이디>는 첫 만남에서 끌리지 않았다. 축구 특히 유럽 축구를 광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입장에서 런던의 에이전트가 뭔 이야기를 할 것인지 관심이 없었고, 제목 또한 굉장히 진부했다. ‘나의 런던 성공기같다고나 할까. 그리고 책이 무거웠다. 약간 돈 많은 졸부가 어느 날 자기의 자서전을 쓰려고, 내용 보다는 재질에 힘 쓴 느낌이었다. 그래서 꽤 오랜 시간 이 책은 방치(?)됐다.

 

 

 

안덕수 트레이너 논란, 공식 의무팀 내 특정인 때문인가.

"삼류"의 저격에 반발한 것인가. 10일 KBS 뉴스 앵커 “불편한 질문일 수 있는데 축구대표팀 사설 트레이너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벤투 감독도 선수들에 대한 지원이 부족했던 측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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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나

 

그런 가운데 이 책을 보게 만든 계기는 한 뉴스 때문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고위 임원(커머셜 디렉터)인 데미안 윌러비가 고용된 지 2주만에 해고됐는데, 이유가 첼시 합류 전에 축구 전문 에이전트인 카탈리나 김(한국명 김나나)에게 다수의 부적절한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현지 매체는 “윌러비는 킴에게 ‘옷을 다 벗고 있느냐, 난 알몸이야’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거나 노골적인 '야동'도 전송했다. 또한 맨체스터시티 최고경영자 페란 소리아노와의 만남을 주선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윌러비는 2015년 맨시티와 관련된 업무를 맡으면서 킴을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킴은 구단측에 성추행 사실을 알렸고, 첼시는 이를 확인한 뒤 즉각 대처했다”고 보도했다.

 

카탈리나 킴(김나나)이라는 이름이 낯익었다. 일단은 올해 3월 하나금융그룹영국 부동산 개발업자 닉 캔디와 함께 첼시 인수전에 뛰어든 사람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후 <나는 런던의 에이전트 레이디>의 저자임이 생각났고, 다시 그 책을 꺼내든 것이다.

 

 

책은 쉽게 읽혔다. 자신이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됐고, 그래서 얻게 된 것들이 무엇이 있으며 자신이 어떤 존재로까지 올라갔고, 향후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지에 대한 내용이 많이 담겨 있지만, 동시에 이를 통해 유럽 축구계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에이전트가 무엇을 하며, 한국 축구계와 어떻게 비교되는지도 재미있게 서술되어 있다. 2019년 유벤투스 방한 당시 일어난 호날두 먹튀사건에 대해서도 에이전트 시각에서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다. 당시 한국 내에서의 상황 등은 차치하더라도, “아 이렇게 볼 수 있고, 이렇게 대비할 수 있었겠구나라는 생각을 충분히 제공해 줬다.

 

앞서 이 책이 ‘나의 런던 성공기’ 같다고 언급했는데, 좀 더 폭을 넓혀서 ‘나의 유럽축구 에이전트 성공기’로 봐야 한다. 앞서 말한 것이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면, 뒤에 내가 새로 언급한 것은 긍정적 의미다.

 

 

모델나인의 모델 사기행각, 소속 모델들 신상 털리나

포털사이트 검색어에는 뜨지 않았지만, 모델 에이전시의 성매매 강요가 논란을 일었다. 언론에서는 ‘M사’ ‘설모 대표’ 등으로 표기되었지만, 눈치 빠른 누리꾼들은 모델나인의 설재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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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김나나는 자신이 백인 남성의 사회의 유럽축구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았고, 인정받았는지 과정을 설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에이전트가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그리고 이에 대한 사례를 나열했다. 즉 자신은 그 일을 충실히 (혹은 그 이상으로) 해냈음을 간접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그 안에서 아시아인’ ‘여자라는 점이 마이너스라는 점을 강조하긴 했지만, 그것이 유럽축구 에이전트로 활동하지 못할 이유가 아니라는 점도 언급했다. 즉 마이너스이긴 하지만, 결격 사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동시에 김나나가 유소년 발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많은 공감을 했다. 이는 비단 축구 뿐 아니다. 어느 장르든 어릴 적부터 재능을 발굴해 지원해주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필요한 일이다. 혹자는 이에 대해 한국도 어릴 적부터 강하게 가르치고, 어찌보면 해외에서 심하다할 정도로 엘리트 스포츠를 강조하고 있다며, 저자가 말하는 것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김나나의 글을 읽다보면 체계적인 것과 강제화시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사실 한국의 유소년 스포츠는 떡밥을 알아본 어른들이 시키는 것이 아니라, ‘떡밥이 안 되는데도 어른들의 욕심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감독코치의 입김, 부모의 입김 등 여러 가지 외부 요인이 발생하고, 이는 유소년 선수들의 실력이 배제되거나, 무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돈 많은 부모의 촌지에 밀렸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려 온다.

 

또 한국 축구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공감이 됐다. 손흥민이, 김민재가 잘하는 것은 그들이 잘하는 것이지 한국 축구가 성장한 것이 아니다. K리그는 아직도 국민적 스포츠라기보다는 그들만의 리그에 일부 팬들이 결합한 수준이다. 월드컵 등 국가 대항전에만 국민들이 호응을 보낼 뿐이다. ‘한국 축구’가 질적으로 향상돼 국민들이 환호를 보낼 수준은 아니라는 거다.

 

물론 여기에는 돈의 문제도 있지만, 실력의 문제도 있다. K리그를 거쳐 유럽 축구로 가서 성공한 선수가 몇이나 있을까. 앞서도 말했지만 손흥민, 김민재는 자신들의 브랜드로 유럽에서 성공한 것이지, K리그에서 실력을 키워 나간 사례가 아니다. 오히려 종종 K리그는 유럽 리그에서 성공해서 어느 덧 저물 시기에 고향으로 돌아오는 코스와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보니 호날두 같은 애들이 들어오면 열광하는 것이다.

 

물론 앞서도 말했지만, 이런 한국 축구, 유럽 축구에 관한 이야기는 흥미롭지만 이 책은 기본적으로 김나나 본인의 경험, 성공담에 관한 이야기다. 유럽 축구 내부에서 이뤄지는 상황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알고 싶고, 에이전트라는 직업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정독이 필요하겠지만, 전체적으로 발췌를 하며 읽어도 큰 무리가 없다.

 

어쨌든 김나나란 사람이 유럽 축구계에서 대단하고, 그 대단함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또다른 꿈을 꾸려 한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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