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찾아간 길이다. 2019년 강화 교동도에 대륭시장 외에 뭐가 있을까 찾던 중 ‘망향대’가 눈에 들어왔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정보로는 강화 평화전망대와 더불어 북한 땅을 볼 수 있는 곳이라 나왔다.
전 세계 여권파워 2위인 대한민국 여권으로도 갈 수 없기에 현재 북한을 볼 수 있는 곳은 강원도 고성, 경기도 파주, 강화도 등이다. 그러나 이미 고성과 파주는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공간이기에 망향대가 궁금해졌다.
서울 서부 지역 기준 차로 1시간 30여분정도 가면 나오는 교동도는 과거 예능프로그램 ‘1박2일’이나 tvN ‘알쓸신잡’에서 소개되며 큰 관심을 모았고, 2014년 교동대교가 개통되면서 진입이 편리해졌다.
그러나 망향대는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일단 내비게이션이 위치를 못 찾았다. 여기에 안내표지판도 없었다. 농로로 잘못 들어가고, 바닷가로 잘못 찾아가다가 겨우겨우 안내표지판을 보고 갔다. 주차장? 그딴 거 없었다. ‘차도 끝’이란 적힌 돌 옆에 그냥 차를 세웠다. 거기서 조금만 올라가면 망배비와 망배재단, 그리고 북한 연안 땅을 볼 수 있는 망원경 2개가 놓여있다. 단출하고 한적하다.
“한국전쟁 중 황해도 연백군 연안읍에서 피난 온 주민들 중 애향모임인 비봉회 대표 김규태 외 15명의 회원이 중심이 되어 고향에 남아계신 부모형제 친지 친구 등을 그리워하며 조상님과 고향산천을 잊지 못하는 심정을 담아 연안읍 원로 유지 손원근, 장일서 등의 적극적 후원과 뜻일 같이 하는 고향 선후배 150여명의 협조와 찬조로 강화도 교동면 지석리 269-1에 망배비 망배제단과 협찬자 안내석 등을 갖추고 1988 8월 15일 망향대를 준공하게 되었습니다.”
망향대에 대한 설명이다. 망향대에서 북한 연안 땅까지는 3km다. 한국전쟁 이후에도 부모나 친구들을 보러 헤엄 쳐 교동도에서 연안까지 왕래했다고 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낮 시간대에 자유롭게 맨손어업도 가능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이 섬을 통한 월북 사건이 발생하면서 섬 전체에 걸쳐 해안 철책이 설치됐다.
그리고 1년 뒤 2020년 뭐가 좀 달라졌다. ‘차도 끝’이란 돌이 사라지고 ‘차도 끝’이란 통이 놓여 있었다. 뒤로 돌아가 보니, 주차장이 생겼고, 매점과 화장실을 만드는 중이었다. 원래 올라가던 길이 아닌, 계단으로 오를 수 있게 공사도 하고 있었다.
다시 1년 뒤인 2021년 정비가 끝낸 망향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왔다. 2020년 전에는 올라가봐야 한두 사람 정도 있었고, 차도 2~3대 정도였는데 이제는 주차장이 꽉 찼다. 사실 올라가도 북한 땅을 볼 수 있다는 것과 여러 뻔한 사진들인데도 제법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이다.
아쉬운 것은 그래도 이전에는 북한 땅에 사람들이 조금 보였는데 요즘은 안 보인다. (내가 갈 때만 그런가) 전에는 어른들이 논밭을 갈고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보였다. 옆에서 아주머니들은 “다 이게 보여주기 식이다. 저렇게 집들도 좋고”라고 하지만, 어쨌든 거기도 사람 사는 공간이다. 그럼에도 망향대가 그나마 강원 평화전망대보다 나은 것은, 좀더 인간적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어느 순간 망향대도 입장료를 받고, 주차료를 받는 때가 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관심도 많이 받을테고, 뭔가 더 꾸밀 것이다. 그러면서 난 이제 잘 안갈지도....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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