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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소극장 연극을 봤다. 소극장 연극은 보는 동안은 즐거움을 보고나서는 유쾌함을 느낀다. 내용도 내용이려니와 배우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읽을 수 있고, 더불어 숨소리까지 느껴지기 때문이다. 대형 극장에서 펼쳐지는 공연들을 보러갈때 '나'는 수동적 관객이 되지만, 소극장에서는 나 역시도 극에 참여하는 인물이 된다. 소극장에서는 나의 동작, 나의 환호가 그대로 배우들에게 전달되고, 다른 보는 이들에게도 전파되어 극을 움직일 수 있지만, 대극장에서는 이런 행위가 불가능하다.


16일 저녁에 본 연극 해피투게더는 정말 유쾌상쾌했고,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연극이 될 듯 싶다. 내용의 줄거리는 어렵게 돈을 모아 이곳저곳에 기부해 온 한 할머니의 집에 도둑이 들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다. 보다보면 재미도 있고, 찡한 기분도 느낄 수 있다. 일단 배우들의 감정몰입이 상당했고, 그것이 그대로 보는 이들에게 전달됐다는 점이 뛰어났다.


극중인물들은 하나같이 자식을 버렸거나 버림을 받은 이들이 주축을 이룬다. 사회적인 상식으로는 이들은 전부 불행한 사람들이다. 때문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 조차 가련해보이고, 슬퍼보인다. 그런데 비록 연극이지만, 이 상황에서 이들은 그것 하나하나를 진짜 기쁨으로 풀어나가려 하고, 보는 이들에게 이를 설명한다. 왜 그들이 슬프지만 기뻐하며, 사람들에게도 왜 기쁘게 살아가야 하는지 말이다.


세상 사람들중 불행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살아갈 수는 없다. 권력이 있든 돈이 있든, 스스로 행복감을 무한하게 느낀다는 사람조차도 스스로때문에 혹은 주위환경때문에, 아니면 타인의 영향으로 어쨌든 불행을 느끼게 된다.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행복'이라는 단어가 존재함을 가끔 잃어버리는 듯 하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영화  '파니 핑크'에서 이런 장면이 나온다. 주술사 오르페오는 주인공 파니에게 술이 절반쯤 들어있는 잔을 들어보이면 묻는다 "잔이 반이 차 있어, 반이 비어 있어?" 파니가 답한다 "비어있어" 그 때 오르페오는 파니에게 말한다. "왜 지금 네가 갖고 있는 것들은 생각하지 않지? 그것조차 없는 사람들이 있어"


맞는 이야기다. 어떻게 세상을 보느냐에 따라 스스로에게 부여된 불행을 줄이느냐 늘이느냐가 결정된다. 연극 해피투게더는 그 불행이 줄어들게 하는 방법을 설명해준다. 정말 해피하게 말이다. ^^.


만일 스스로가 여유가 없다면 한번쯤 권하고 싶은 연극이다.


ps1. 이 연극의 또 하나의 특징은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7시 30분에 연극이 시작한다면 반드시 7시 29분까지는 죽어도 입장해야 볼 수 있다. 여타 공연처럼 10~20분 딜레이 되는 경우가 절대 생길 수 없고, 생겨서도 안된다. 그 이유는 공연을 보면 알게 된다. 이런 공연이 무한히 생기기를..


ps2. 실제 바깥풍경을 세트로 이용하는 과감성을 보인다. 아마 해피투게더가 가지고 있는 결정적인 웃음 체크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다시 생각해봐도 기발한 아이디어다.


ps.3. 위에서 이야기한 바깥풍경을 이용한 과감성때문에 에피소드도 많이 생길 듯 싶었다. 만일 주위에 의사등장 장면에서 정말 엠블란스라도 지나가면 그야말로 금상첨화.^^...16일 공연때는 진지한 장면에서 커다란 나방 한마리가 공연장을 휘집어 놓았다. 그대로 진지하게 공연하는 배우들과 나방 피하고 잡는 관객들의 모습으로..^^



-아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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