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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을 보기위해서는 끊임없이 예매를 해야할 정도다. 스크린 독과점 운운하는 소리는 그저 헛소리를 들릴 뿐이고, 개봉관을 더 늘려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그 어느 할리우드 대작이 와도 현 시점에서는 명량에 도전장을 내밀지 못한다.

 

그런데 씁쓸하다. 왜일까.

 

명량은 지난달 30일 개봉 후 14일 만에 11746786명을 기록하고 있다.(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13일 집계) 전날인 12, 10위권에 진입한 후 하루만에 변호인’(누적 1137) ‘해운대’(누적 1145) ‘태극기 휘날리며’(누적 1174)를 누르고 흥행 순위 7위에 단숨에 올랐다.

 

이 기세라면 영화 흥행 순위 1위인 아바타’(1362)를 제치는 것은 물론, ‘2천만 관객이라는 경이적인 기록까지 넘볼 수 있다. 그러나 무조건 환호를 보낼 수 없는 이유는 영화의 흥행 요소에, 현실 속 리더의 부재와 사회에 대한 불안감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실 속에는 따를 수 있는 지도자가 없다는 전제가 관객들 마음에 자리 잡았고, 이에 이순신을 동경하게 만들었다. 특히 세월호 참사 때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가 믿음을 잃어버렸고, 이후 대책을 논의하는 정치권조차 뭘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백성을 바라본 417년 전 이순신은 꿈의 지도자로 등극하고 있는 셈이다.

 

굳이 사회학자, 심리학자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영화 관련 기사 댓글을 보면 왜 현실에는 이런 지도자가 없냐는 한탄의 목소리가 연이어 나옴은 이를 증명한다.

 

현실에서 찾을 수 없기에 영화에서라도 찾으려 하고, 이게 곧 영화 흥행으로 이어지는 현상은 최근에 또 사례가 있었다. 바로 201312월 개봉한 영화 변호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모티브로 했던 변호인역시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려 했던 관객들의 지지에 힘입어 천만영화에 등극했다.

 

당시 사문화(死文化)된 것이나 (물론 지금도 거의 마찬가지지만) 다름없는 헌법 제12항의 내용인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란 대사가 2013년 말 가장 큰 울림을 준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이 같은 현상은 여전히 씁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명량과 마찬가지로 현실의 암담함의 피난처로 영화를 선택한 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나 더 오늘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인들은 교황이 한국 사회에 큰 메시지를 던져주길 바란다. 주로 억압되고, 억울한 사람들이다. 이 열망이 높다는 것은 결국 사회가 개판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수많은 정치인에 리더 어쩌구 하는 한국에 417년 전 인물과 다른 나라 인물이 진정한 리더로 여겨지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는지.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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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은 역사를 기반으로 한 상업영화로서는 꽤 잘 만든 영화다. 게다가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선을 무찔렀다는 극적인 사실도 영화의 상업성에 한 몫한다. 그러나 스펙터클을 너무 강조해서일까, 드라마적인 아쉬움이 남은다.

 

명량은 정유재란 당시인 1597, ‘명량대첩을 영화화 한 것이다.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장수로 불리는 이순신 장군이 명량에서 단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선을 무찌른 이 전투는 조선 역사 뿐 아니라 전 세계 해전 역사에서도 손에 꼽히는 전투로 기록되고 있다.

 

영화는 전반과 후반으로 나뉜다. 전반은 모함으로 고문을 받고 백의종군하던 이순신이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부임 후, 12척의 배로 왜군을 막아내야 하는 고민을 그렸다. 왕은 이순신에게 육군에 합류하라 명하고, 부하들조차 12척으로 300여 척이 넘는 왜선을 막아낼 수 없다고 판단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는 상황. 명량으로 출전하기까지 이순신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후반은 명량대첩을 그렸다.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선을 상대하는 이 해전에 김한민 감독은 러닝타임 128분 중 무려 61분을 할애했다. 조선의 함포와 일본의 소총이 난무하고, 거센 조류의 바닷가에서 배들이 충돌하고, 갑판 위에서 조선군과 왜군이 섞여 처참한 백병전을 펼친다. 이순신의 전술 그리고 이를 따르는 조선군의 모습, 이순신에게 이를 갈며 덤비는 왜군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61분이 그다지 길게 느껴지는 않는다.

 

CG가 다소 불편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 백병전의 모습과 배 내부에서의 정신없고 처참한 모습들은 이런 CG의 불편함을 상쇄시킨다.

 

영화는 이순신이 중심이긴 하다. 그러나 주인공이라는 느낌을 갖기에는 민초들의 모습이 더 강하다. 이게 뭔 소리인고 하니, 전쟁의 피해자는 민초들이지만, 동시에 민초들로 인해 전쟁의 승부가 갈리고, 이들의 힘이 곧 국가의 힘임을 영화는 대놓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순신은 다양한 전술로 전투 자체를 승리로 이끌지만, 전쟁의 승패 여부는 민초들의 손에 있다는 것이다.

 

이순신이 탄 대장선을 향해 돌진하는 화약선을 저지하기 위해, 절벽 위에서 자신이 입은 치마와 옷을 벗어 흔드는 백성들의 모습이나, 이순신의 배를 구하기 위해 손이 찢어져 가면서도 밧줄을 끌어당기는 모습은 해전 못지않게 거대하게 느껴질 정도다. 애국심 어쩌구 저쩌구를 말하고 싶지 않지만, 이 부분은 분명 관객들의 눈을 적실 것이다.

 

김한민 감독도 이를 전달하고 싶었다. 전투가 끝난 후 한 병사가 우리가 이렇게 개 고생한 걸 후손들이 알랑가라고 말하고, 이순신 장군이 거센 조류 덕에 승리한 것을 두고 백성이 천운이었다라고 말한다.

 

아쉬운 것은 이순신과 조선 민초들에 무게를 두다보니, 왜군의 존재가 미미하게 느껴졌다. 이순신 역을 맡은 최민식의 한 명의 무게감에 왜장으로 등장한 류승룡, 조진웅, 김명곤은 눈에 띄지도 않는다. 강렬한 인상으로 스크린 전체를 지배하는 최민식에 비해 류승룡, 조진웅 등은 왜선에 갇혀 그동안 보여줬던 연기의 기()를 제대로 내뿜지 못한 것이다. 도리어 백병전 후 이순신을 바라보며 숨을 몰아쉬던 단역들의 모습이 더 강렬했다.

 

일설에는 이러한 영화 최종본에 류승룡 등이 다소 불편하게 반응했다는 말이 나온다. 즉 그냥 악역수준에서 머문 캐릭터에 불만을 표했다는 것이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류승룡과 조진웅은 단역 같은 조연 느낌을 풍기는 것은 분명하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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