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를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벌인 한 아버지의 실화를 그린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편안하게 보기 힘들 것 같다. 천만영화 ‘변호인’은 상식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영화로 남았지만, ‘또 하나의 약속’은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상황은 이렇다.
CGV는 전국 45개 스크린에서 ‘또 하나의 약속’을 개봉한다. 메가박스는 아예 확정도 안 지었고, 롯데시네마는 겨우 7개 극장에 걸린다. 서울 1개, 인천 1개, 일산 1개, 부산 1개 등이다.
이 규모의 초라함이 어느 정도일까. 쉽게 비교하면 조금 당황스러웠던 영화 ‘전국노래자랑’이 561개 스크린에서 개봉됐고, 비슷한 시기 개봉한 ‘아이언맨3’가 1235개 스크린에서 개봉됐다.
‘또 하나의 약속’이 아예 찌질한 영화라면 모를까, 현재 화제를 모으고 있고 ‘변호인’과 궤를 같이하는 분위기로 몰아가면서 나름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이에 대해 롯데시네마 측은 “상영기준으로 예매율도 중요하지만 프로그램팀에서 자체 기준에 의거해 상영관수를 정한다.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외압설은 전혀 사실 무근이다”라고 언론을 통해 말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 ‘프로그램팀 자체 기준’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하고 있다. 웃긴 것은 ‘기준’이라는 것이 ‘또 하나의 약속’의 어디 부분에 적용될지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만약 이에 대해 대답이 적절하지 않으면, 아무리 홍보팀을 통해 ‘외압이 아니다’를 외쳐도 외압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회성을 담은 영화라서 사람들이 예민하게 굴 수도 있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이런 내용 조차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사회라는 것이 안타깝다. 이제는 누구의 말도 믿지 않는 대중의 심리가 ‘모든 것’을 휘어잡고 있는 세상인 것 같다.
‘또 하나의 약속’은 삼성 반도체를 상대로 세계 최초로 산재 인정 판결을 받은 황상기 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황상기 씨 딸 고(故) 황유미 씨는 2003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입사, 2005년 백혈병 진단을 받고 2007년 세상을 떠났다. 이번 작품은 오로지 크라우드 펀딩과 개인투자금으로 영화의 제작비를 마련한 최초의 영화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또 하나의 약속'은 2월 6일 개봉한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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