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디셈버’의 개봉 전후에 홍보담당자들은 김준수 출연분의 티켓이 모두 매진됐으며, 3000여 관객들이 기립박수로 ‘디셈버’를 향해 열광했다고 전했다. 김준수를 띄우고자 함은 아니지만, 이는 뮤지컬의 힘이 아니라, 김준수의 힘이다. 즉 뮤지컬 홍보담당자들 입장에서는 ‘머쓱’해야 할 내용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한 셈이다.
과거 김준수는 또다른 엉망진창인 뮤지컬 ‘천국의 눈물’을 매진시켰었다. ‘이따구 뮤지컬을 어떻게 탄생시켰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처참한 뮤지컬조차 살려낸 셈이다. 때문에 ‘디셈버’의 홍보에 김준수의 티켓파워를 거론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런 화려한 홍보문구와 달리 ‘디셈버’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갈렸다. 뮤지컬 관계자들과 언론들은 혹평을 했다. 그러나 개막 초반과 달리, 수정해 나가면서 점점 좋아졌다는 말을 듣고 1월 24일 오후 8시 공연을 보러갔다.
어떻게 보면 이전까지 ‘디셈버’는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감독판 뮤지컬’이다. 시간도 그렇고, 곁가지가 너무 많았다. 마치 편집되지 않은 영화를 상영했다고나 할까. 그러나 서울 마지막 공연까지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의 ‘디셈버’ 역시 뮤지컬로서는 만족감을 주기 어려웠다.
개막 초반에 지적됐던 ‘뻔한 장면’에서의 ‘뻔한 노래’는 여전히 헛웃음을 안겼다.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사용하기 위해 지욱 친구 최훈의 부모이야기가 나오거나, ‘서른 즈음에’를 부르기 위해 복학생의 나이를 굳이 끄집어내는 방법들이 그렇다. 장진 감독이 자신의 장기인 뜬금없는 웃음과 아이러니한 상황 연출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을 이해하더라도, 이를 대극장 뮤지컬에 적절히 접목시키는 기술은 현저히 부족하다는 점만 드러낸 셈이다.
사실 기존에 잘 알려진 노래를 가지고 만드는 뮤지컬은 배우들이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열연보다는 익숙한 노래들이 주는 청각적 감동과 즐거움이 우선한다. 뮤지컬 ‘광화문연가’가 공연 초반 다소 부실한 듯한 짜임새에도 불구하고 호평을 받았던 것은, 대중들에게 익숙한 이문세 노래를 펼쳐 보이는 타이밍 때문이었다. 청각이 시각을 앞서기에 관객들은 전체 스토리보다는 세세하게 노래말이 펼쳐지는 시점을 구분해 들었고 느꼈다.
그러나 ‘디셈버’의 장진 감독은 익숙한 노래들로 어느 정도 점수를 먹고 갈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각적인 웃음만 주려 하다보니, 전체적인 흐름을 무너뜨린 것은 물론 먹고 갈수 있는 점수마저 깎았다. 동시에 너무도 강한 노래를 적당히 타협하며, 명장면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이를 누르고 가려니, 거꾸로 공연 직후 노래만 남는 꼴이 되어 버렸다.
공연 초반보다 어느 정도 다듬어졌다고는 하지만, 장진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연출스타일이 변한 것은 아니기에, 이 같은 문제 역시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다. 그러다보니 공감도 역시 떨어졌다.
그럼 ‘디셈버’는 문제만 있는가. 그렇지는 않다. 배우 개개인의 역량은 재확인했으며, 김광석 노래의 뛰어남을 알게 되었다. 어찌보면 즉사할 수 있었던 뮤지컬이 호흡기 없이도 이정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김광석 노래가 공연 내내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장진이 관객들에게 ‘디셈버’를 통해 던진 것은 아쉽게도 이정도일 뿐이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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