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점점 바뀌고 있다고는 하지만, 과거 연인들이 ‘더치페이’하는 것은 금기시됐다. 남자가 내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 요즘에는 여자들도 알아서 나눠 내든지 하는 듯 싶다.
물론 아직도 이 문제로 연애나 결혼할 때 싸우는 일이 있다는 뉴스도 종종 들린다.
그런데 이런 ‘더치페이’를 진짜 싫어하는 나라가 있다.
‘더치’(Dutch)는 네덜란드인을 의미한다. 그런데 1934년 네덜란드 정부는 ‘더치’라는 말 대신 ‘네덜란드’라는 말을 사용하도록 종용한 적이 있다. 왜??
‘더치’라는 말에는 네덜란드 사람을 깔보는 역사가 담겨 있다. 이 때문에 실제로 20세기 초까지 네덜란드 사람 앞에서 더치라는 말을 쓰면 심한 모욕이었다.
각자 알아서 내는 ‘더치페이’의 유래를 보면 이렇다.
네덜란드와 영국은 오랜 기간 경쟁자였다. 17세기에만 세 번의 큰 전쟁을 치렀다. 주로 식민지를 둘러싼 전쟁이었다. 서로 감정이 안 좋은 상황에서 영국인들이 네덜란드를 겨냥해 ‘더치’라는 단어에 경멸의 뜻을 넣어 유포시키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더치페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더치페이’의 어원은 ‘더치 트리트’(Dutch trea)다. ‘트리트’는 ‘대접’을 뜻한다. 남을 대접하는 게 네덜란드의 오래된 관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인들은 이 의미를 아예 바꿔버렸다.
‘트리트’ 대신 반대의 뜻을 지닌 ‘페이’로 바꿔 식사를 한 뒤 ‘자기가 먹은 음식비용을 각자 부담한다’는 뜻으로 썼다. 이기적이고 쩨쩨한 네덜란드인 이라고 비하하기 위한 용어였다. 그러다 보니 ‘더치’가 들어간 말은 부정적으로 쓰여왔다.
특히 ‘아임 어 더치맨’(I'm a Dutchman)은 “나는 네덜란드인이다”가 아니라 ‘성을 간다’ ‘내 손에 장을 지진다’는 말이다. 네덜란드를 조롱하는 영어식 표현으로, 영국과 네덜란드가 피 터지게 싸울 때 나온 말이다.
더구나 ‘더치’라는 단어에는 ‘독일의’(Deutsch)라는 다른 의미도 있다. 이는 이 단어가 원래 독일과 네덜란드를 포함한 게르만 전반을 가리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도이치 중에서도 열등한 도이치가 ‘더치’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한국 국립국어원에서는 이를 ‘각자내기’로 순화하여 사용하라고 권유한다. 물론 아직은 다들 ‘더치페이’로 쓰지만 말이다.
- 아해소리 -
'잡다한 도서와 지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박? 마약?’ 김다예‧‘정치적 사기꾼?’ 나경원…교황청이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진 ‘마녀사냥’ (0) | 2023.01.19 |
---|---|
<북두신권>에 등장하는 카산드라 감옥. ‘카산드라’가 여기에 왜 등장을? (0) | 2023.01.12 |
이기영, 김정윤, 안나 그리고 김건희…이들이 보여준 리플리 증후군은. (0) | 2023.01.08 |
<가이 포크스>는 어떻게 저항의 상징이 되었나 (0) | 2023.01.05 |
마지노선은 마지막 방어선이 아니라, ‘허망한’ 방어선이다. (0) | 2022.12.26 |
천재 미켈란젤로는 <천지창조>를 왜 작업했고, 어떻게 고통을 받았나. (0) | 2022.12.25 |
‘간편한 한 끼’ 대명사 된 샌드위치 백작이 남긴 것. (0) | 2022.12.24 |
우리는 왜 D-DAY(디데이)를 두려워 하는걸까. ‘D'가 무엇이냐. (0) | 2022.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