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노선 (Maginot line)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이 마지노선이 만들어진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하고 “‘최후 방어선’의 뜻으로 쓴다”고 적었다. 우리가 아는 그 뜻이다.
협상에서 ‘마지노선’은 서로가 제시할 수 있는 ‘최후의 그것’이다. 그런데 마지노선의 역사는 이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알려준다.
(그래서인지 정치권이 ‘마지노선’ 운운하면 못 지킬 것을 알게 된다)
“아무도 쳐들어올 수 없는 방어선”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인 1930년 프랑스는 2억 달러가 넘는 비용을 들여서 무려 10년 가까이 국경을 따라 지하의 철옹성을 구축했다. 이는 갑자기 시도된 것이 아니다. 1차 세계대선에서 얻은 교훈(?) 때문이다.
1차 세계 대전은 참호전이다. 양측이 길게 참호를 파고 숨어 있다가 날씨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돌격한다. 물론 당연히 몇 백 미터 가지 못하고 다 죽는다. 나폴레옹 시대 때부터 있었던 ‘돌격 앞으로’ 전법이다.
그러나 무기의 발달로 이 같은 참호에 있다가 돌격하는 방식은 무의미했다. 불과 수백 미터를 확보하기 위해 수십 만 명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이는 프랑스에 큰 깨달음을 준다.
“방어가 곧 승리” 마지노선이 만들어진 이유다.
프랑스는 스위스 국경에서 벨기에 국경까지 총 750km에 달하는 방어선을 구축한다. 마지노선 지하 시설에는 최첨단 기술이 동원된다. 두께가 30미터가 넘는 콘크리트 벽안에는 기관총과 대전차포를 배치했고, 각 요새 사이 지하에 이동할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프랑스 육군 장관 앙드레 마지노(Andre Magino)의 제안으로 구축되기 시작했기에 마지노선이라 명명됐다.
그러나 마지노선은 ‘최후의 방어선’이라는 제 구실을 하지도 못하고 무너졌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독일은 폴란드를 점령 후 당연히 프랑스를 노렸다. 독일에게 프랑스는 굉장히 원한이 큰 국가였다. 1차 세계대전이후 베르사유 조약으로 독일을 몰아세운 데 앞장 선 나라가 프랑스다.
독일의 전략은 간단했다. 마지노선이 끊어진 곳을 공격하거나 우회하는 것이었다. 독일은 마지노선 전방에 17개 사단을 배치해 프랑스 50개 사단을 견제했다. 그리고 기갑부대는 벨기에 국경지대인 아르덴숲 고원지대를 기갑부대로 돌파한다. 1940년 5월 10일이다. 독일군의 기동전은 마지노선을 순식간에 무력화했다.
마지노선 북부인 이곳은 언덕이 많고 숲이 우거져 프랑스는 약한 방어망을 구축했다.
(그러나 사실 마지노선을 구축하는 데 너무 많은 돈을 써 여기까지는 신경 쓰지 못했다)
황당한 것은 프랑스군의 움직임이다. 마지노선 뒤쪽의 연합군이 속절없이 깨질 때, 80만 프랑스군은 마지노선에 갇혔다. 고정된 진지에서 멍하니 바라보다 항복했다. 결국 1940년 6월 17일 프랑스 수상에 취임한 필리프 페탱이 휴전을 제의하고 22일 항복했다.
결국 누군가로부터 어떠한 것을 지키기 위해 세워진 마지노선은
‘최후의 방어선’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못한 방어선인 셈이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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