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광화문연가’를 처음 본 것은 2011년이었다. 초연이었던 ‘광화문 연가’에는 송창의와 리사, 김무열이 주인공을 맡아 무대에 올랐다. 고 이영훈 작곡가의 30편의 명곡으로 꾸민 ‘광화문 연가’는 진부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노래의 힘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끌고 나갔다. 특히 1막 마지막에 여주 역의 리사가 부른 ‘그녀의 웃음소리뿐’은 1막 후 기립박수를 이끌어내기까지 했다.
뮤지컬 <드라큘라>┃10년의 역사 속 ‘김준수의 성공’과 ‘작품의 미숙함’
김준수의 캐릭터 ‘사큘’로 대표되는 뮤지컬 는 2014년 초연 당시 업계에 ‘파격’과 ‘애매함’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줬다. 그러나 이를 배우들의 인지도와 캐릭터로 어느 정도 극복했다. 그
www.neocross.net
그리고 13년이 지난 현재의 ‘광화문 연가’는 당시의 ‘광화문 연가’와 전혀 다른 뮤지컬이다. CJ ENM이 제작해 지난 2017년 초연했고, 2018년 재연, 2021년 삼연에 이은 네 번째 시즌의 ‘광화문 연가’다. 이 뮤지컬을 이야기하면서 굳이 2011년 뮤지컬 ‘광화문 연가’를 언급한 것은 현재의 ‘광화문 연가’가 많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광화문 연가’의 스토리는 이렇다.
주인공은 죽음을 단 1분 앞둔 명우. 응급실에 누워 있던 그는 ‘기억의 전시관’에서 눈을 뜬다. 이곳은 사람의 인연을 관장하는 월화가 사람이 죽기 전 추억을 되감아 주는 장소다. 명우는 첫사랑 수아와의 꼬여버린 사랑을 풀기 위해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
곡은 당연히 훌륭하다. 이영훈이 만들고 이문세가 불렀고, 대중적으로 히트작이 넘쳐나니 당연하다. 1막에서는 서곡을 시작으로 '깊은 밤을 날아서2', '가을이 오면', '내 오랜 그녀', '그게 나였어', '애수', '사랑이 지나가면', '그녀의 웃음소리뿐' 등 16개의 넘버가 펼쳐진다. 이어 2막에서는 '휘파람'을 시작으로 '광화문 연가', '회전목마', '가로수 그늘 아래에 서면', '옛사랑', '기억이란 사랑보다' 등 14개의 넘버를 선보인다.
배우들도 탄탄하다. 윤도현과 엄기준, 손준호가 명호 역을, 차지연, 김호영, 서은광이 젠더프리 캐릭터인 월하 역을, 명우의 여자친구 수아 역은 류승주, 성민재가, 명우 아내인 시영 역은 송문선, 박세미가, 과거 명우 역에는 기세중, 조환지가 과거 수아 역에는 박새힘, 김서연 등이 출연한다.
그러나 작품이 주는 매력도는 급격히 떨어진다. ‘광화문 연가’를 보러가는 이들 중에서는 과거의 ‘광화문 연가’를 떠올린 이들도 있을 수 있고, 이영훈의 곡이기에 그 자체를 즐기로 가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광화문 연가’는 실망감을 안겨준다.
우선 대사가 어색하고 딱딱하다. 그리고 대사에서 음악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부드럽지 않다. 음악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스토리에 억지로 맞추려 하다보니 그렇다. “저 음악이 왜 여기서 나오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뜬금없지만, 그 앞에 미리 ‘단어’를 던져 그 곡이 나올 것임을 보여주긴 한다. 하지만, 어색하다.
게다가 1막의 대부분을 민주화를 쟁취하기 위한 대학생들 이야기로 채웠는데, 굳이 이럴 필요가 있나 싶었다. 물론 2011년 작품도 1막을 학생운동으로 채우긴 했지만, 이렇게 산만하진 않았다. 차라리 1막의 3분의 1정도만 이끌어 나가도 무방할 터였다. 생각해보면 2017년 초연이라고는 하지만, 2011년 ‘광화문 연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에 배우들 활용도도 낮았다. 월하 역의 서은광은 대사에서 음악으로 전환되어 노래를 부를 때 타이밍을 종종 놓쳤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전화시 부자연스러움이 배우에게 영향을 미친 듯 싶다. 폭발적인 음색의 윤도현 활용도도 낮았다. 윤도현은 노래보다 대사가 많은 느낌이고, 과거 명우들이 오히려 노래를 더 많이 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억에 남는 하이라이트 장면이 없다는 것이다. 2011년 작품에서 리사가 1막 후 엄청난 박수와 호응을 얻은 것과 비교하면 이번 ‘광화문 연가’는 끝나고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없다. 유머스러운 장면을 많이 넣었지만, 억지스럽다. 정말 이영훈의 노래만 아니었다면, 더 실망했을 뮤지컬이다.
- 아해소리 -
'대중문화 끄적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혈사제2’ 등장인물 몇부작 방송OTT 촬영지 재방송 영향 시청률 (+금새록 하차 비비 합류) (0) | 2024.11.10 |
---|---|
김광수, ‘미다스의 손’일까 기획형 가수 생산자일까…2010년 평가 ‘다시 보기’ (0) | 2024.11.09 |
뒤늦은 ‘소방관’ 개봉, 곽도원은 곽경택 감독 말대로 살아야 (+곽도원 음주운전) (0) | 2024.11.08 |
넷플릭스 ‘지옥2’, 알려줘야 하는데 알려주지 않은 불편한 내용들. (0) | 2024.11.07 |
하이브 내부 문건, 외모 품평의 진실은? (+민희진 +하이브 대응) (0) | 2024.10.25 |
고준희, SNL코리아서 ‘버닝썬 루머’ 다뤄도 ‘이상’ 안 다뤄도 ‘이상’, 왜? (0) | 2024.10.17 |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의 상황을 보니…도서 판매량‧도서관 대출‧중고 거래‧극장가 (0) | 2024.10.14 |
이진호 불법도박 피해자를 살펴보니…BTS 지민‧이수근 그리고 (+변제 능력?) (0) | 2024.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