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이런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나름 저 당시에는 헌혈에 진심이었나 보다.
그 당시 몇 번의 헌혈을 한 후 올린 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적지 않은 숫자였을 것이다. 이후 대략 몇 년간은 불규칙한 생활로 인해 헌혈을 하지 못하다가 2020년을 넘어가는 시점에서 다시 헌혈을 했다. 과거에는 주로 성분헌혈을 했는데, 지금은 전혈 위주다.
그래도 지금껏 83번 정도 했으니 나름 적잖이 했다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100번 넘는 사람들이 많아지긴 했다) 그러다보니 아래와 같이 헌혈증 변천사도 보게 된다. 생각해보니 2000년대 까지는 헌혈의집 관계자들이 직접 저렇게 써줬다. 재미있던 시절이다.
앞서 이야기를 이어가면.....중간에 헌혈을 중단했던 것은 ‘음주 후 헌혈’ 경험 때문이다.
주로 성분헌혈을 하던 때, 전날 술을 많이 마시고 홍대 헌혈의집을 찾은 적이 있다. 젊은 시절이었고, 하룻밤 잤으니 술도 깼다고 생각해서 간 것이다. 그리고 시작한 성분헌혈. 피를 뽑아서 필요한 성분만 걸러낸 후, 다시 피를 내 몸에 넣어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정말. 앗. 음.
따로 걸러 낸 내 피 속 성분에 ‘기름’이 흐르고 있었다. 너무나도 육안으로 뚜렷하게 확인이 가능했다. 그것을 본 간호사의 한 마디가 더 충격이었다.
“이 피는 사용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수혈이 불가능한 피라는 것이다. 달리 생각하면 지금 다른 사람에게 수혈 불가능한 상태의 피가 내 몸속에 흐르고 있는 것이다. (더러운 피라니.... --;;) 이유는 뻔하다. 며칠 간 이어진, 그리고 전날에도 마신 술 때문이었다.
이때의 충격으로 잠시 헌혈을 중단했다. 아니 꽤 오랜 시간을. 직업상 술자리가 많았고, 저런 더러운(?) 상태의 내 피를 봤으니, 그것을 누구에게 줄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서 주변에 헌혈을 하려면 최소한 3~4일 전부터는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한다. 나 역시도 현재까지 그렇다. 며칠 술 약속이 없으면 그에 맞춰 헌혈을 한다.
음주 후 헌혈?,. 자신의 피를 제대로 보려면 성분헌혈 한번 해보시길. 술과 피의 관계를 확실하게 볼 듯.
- 아해소리 -
ps. 2006년에 블로그에 올린 글을 아래 다시 붙여본다. 지금과 조금 달라진 내용도 있지만, 16년 전임을 참고해주길. 글 형식도 풋풋하군.
1. 왠지 나쁜 피를 뽑고 새로운 피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물론 내 몸 안에 오래되고 나쁜 피는 없다. 단지 기분이 그렇다는 것이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하루하루 피가 만들어지는데 오래된 피와 새로 생긴 피의 성분이 적절히 섞인다고 한다.
2. 여러 가지가 생긴다. 지역적으로 다르지만, 참 다양하게 준다. 지금까지 받아본 것은 우산, 열쇠고리, 남성화장품, 영화예매권, 도서상품권, 전화카드 등으로 기억한다. 전혈 (주로 5분동안 그냥 피를 뽑는 것)보다 성분헌혈 (약 30여분 걸리며 일정 성분만 빼고 나머지(?)는 다시 몸속에 넣어준다)이 풍부한(?) 뭔가를 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TIP, 나만 그렇게 느낀 지 몰라도 꼭 영화관 앞에 있는 헌혈의 집은 영화예매권을 주고 서점 앞에 있는 헌혈의 집은 도서상품권을 준다.)
3. 무의식적으로 남에게 도움을 준다. 평소에 죄를 많이 짓는데 몸은 튼튼하다고 생각한다면 꼭 권하고 싶다. 5분 누워서 내 몸에 넘치는 피를 뽑는 대가로 나의 죄가 조금이나마 용서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괜찮은 일인가. 멀리 성당 가서 고해성사하지 말고, 가까운 헌혈의 집에 가서 베품의 봉사를 하는 것이 어떨는지.
4. 편안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성분헌혈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일는지 모르지만, 누워서 약 30~40분 동안 만화책을 보든 누워서 멍하니 있든, 바쁜 하루하루에서 편안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많은 헌혈의 집이 길가에 위치하며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커다란 유리창으로 되어있다. 누워서 밖에 내다보는 것도 꽤 괜찮다.
5. 음료수 무한제공. 더불어 과자도. 말이 필요 없다. 계속 마실 수 있다. 조심할 것은 1인 1컵이다. ^^. 과자도 가끔 싸 가지고 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눈치껏 해야 한다.
6. 헌혈증서를 받는다. 이게 의외로 요긴하게 사용된다. 먼저 본인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이 수혈을 하게 되면, 나중에 계산할 때 제시해 병원비를 할인받을 수 있다. (원래는 이게 주 사용처다) 다음은 헌혈증서로 누군가를 도와줄 수도 있다. 인터넷 사이트나 가끔 게시판 등에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실속'부분에서 이야기하자면 지갑에 한장정도 넣어다니면 "헌혈증을 주시면 냉면이 공짜입니다"라는 반가운 문구에 대비할 수 있다. 식당주인이 좋은 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본인은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7. 헌혈을 많이 한 사람들의 경우다. 폐지론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까지 유효한 것인데 헌혈횟수 30회와 50회에 헌혈유공장을 받는다. 30회에는 은장을 50회에는 금장을 받는다. 초청장이 날아와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받아도 되고, 바쁜 사람은 집으로도 보내주거나 주변 헌혈의 집에서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잘 모르지만, 전에는 은장의 경우 손목시계를 주었다. 금장은 알아서 알아보길.
8. 대학생의 경우다. 일부 대학에서 행해지는 봉사점수에 헌혈증 하나면 해결되는 곳도 있다. (고등학교 이하는 잘 모르겠고) 어디 가서 몇 시간씩 봉사하고 (물론 이것도 괜찮지만) 봉사점수 받는 것보다 누워서 5분 투자하고 받는 것이, 남은 시간에 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괜찮지 않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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