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소녀 츄(본명 김지우)가 그룹에서 제명됐다. 이유는 츄가 소속사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스태프들에게 폭언 등 ‘갑질’을 했다는 것이다. ‘갑질’. 현재 연예계에서 학교폭력, 음주운전 못지않은 심각한 문제다. ‘갑질 연예인’으로 찍히는 순간, 연예계 뿐 아니라, 대중에게 매장당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끌고 가는 것이 연예매체다.
그런데 그런 연예매체가 조용하다.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입장과 츄의 입장만 전할 뿐, 이들의 싸움에 한발 빠져 있다. 최근 후크 엔터테인먼트 권진영 대표와 이승기가 충돌할 때, 쏟아지던 다양한 단독기사와 분석 기사가 칼럼 기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이번 일이 벌어진 흐름을 일단 보자. 시작은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였다. 25일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당사 소속 아티스트인 츄(본명 김지우)를 금일 2022년 11월 25일부로 이달의 소녀(LOONA) 멤버에서 제명하고 퇴출하기로 결의해 이를 팬 여러분들께 공지드립니다. 올 한 해 이달의 소녀 츄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난무하였으나 당사와 이달의 소녀 멤버들은 소속팀의 발전과 팬들의 염려를 우려하여 문제가 발생되지 않게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내왔습니다.이는 이달의 소녀 멤버들의 팀에 대한 애정과 오직 팬들을 위한 배려 때문에 진실의 여부를 말하기보다 최선을 다해 무대와 콘텐츠를 통해서 좋은 모습들만 보여드리려 했던 마음의 표현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당사 스태프들을 향한 츄의 폭언 등 갑질 관련 제보가 있어 조사한 바 사실이 소명돼 회사 대표자가 스태프들에 사과하고 위로하는 중이며, 이에 당사가 책임을 지고 이달의 소녀에서 츄를 퇴출시키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우선 당사는 이 사태로 인해 큰 상처를 입으신 스태프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를 드리고 그 마음을 위로하고 치료에 전념하실 수 있도록 향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하실 수 있게 마음을 다해 돕겠습니다”
소속사 대표가 스태프들에게 사과하고 위로할 정도면 작은 일이 아니다. 그래서 ‘퇴출’ 시켰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츄의 ‘갑질’에 의문을 제기한 글이 바로 올라온다.
같은 팀 멤버인 현진 “머리가 아프다. 마음도 아프고 화나. 정말 화난다. 누구보다 지금 가슴 아픈 건 츄 언니일 거야. 츄 언니 많이 응원해주고 사랑해달라”
츄가 출연 중인 웹예능 ‘지켜츄’ 작가 “갑질이라니 진짜 웃긴다. 지우는 자기도 힘든데 딴 스태프가 돈 못 받을까봐 걱정해주던 앤데. 내가 답답해서 ‘너부터 신경 써 지우야!’ 했더니 ‘저도 겪어봐서 힘든 거 아니까 그냥 못보겠어요’ 하던 애다. 애 제대로 케어 안 해준 거 우리가 전부 아는데. 그래봤자 지우는 잘 될 거예요. 워낙 사람들한테 잘해서”
츄의 데뷔 티저를 촬영했던 사진작가 무궁화소녀 “촬영 때마다 따뜻하게 꽉 안아주며 에너지를 주던 츄와 이달소 멤버들의 따뜻함을 늘 기억하고 있다. 항상 애정 갖고 응원하고 있다”
이쯤되면 소속사는 가해자로, 츄는 피해자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소속사가 반격을 가한다.
“사실관계와 관련한 부분은 억울한 일이 있거나 바로 잡고 싶은 것이 있는 분이 밝혀야 할 문제일 것이다. 당사에서는 확인을 마쳤다. 폭언과 갑질 관계 등 모든 내용의 공개는 츄와 피해자 분이 동의한다면 회사는 언론의 요구에 모든 협조를 할 것이다"
츄와 피해자가 동의한다면 츄의 ‘갑질’을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츄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바로 반박을 한다.
“저도 일련의 상황에 대해 연락받거나 아는 바가 없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팬분들께 부끄러울 만한 일을 한 적은 없다”
여기까지 왔으면 이제 언론매체가 어느 한쪽 편을 들어야 한다. ‘연예인 갑질’ ‘연예인이 스태프를 괴롭혔다’는 프레임은 한국 사회에서 ‘연예인 매장’과 비슷한 말로 강력하다. (서인영이 아직도 대중 앞에 제대로 못 서는 상황을 보면 안다) 그런데 앞서도 언급했듯이 연예 매체들이 물러나 있다. 아니 정확히는 지지하는 무게가 츄 쪽으로 가 있다.
여기서 잠시 과거를 돌려보자. 2021년 9월 안무가 김화영은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린다. 당시 기사를 보자.
안무가 김화영이 그룹 이달의 소녀 소속사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측에 ‘밀린 안무비를 정산해달라’고 촉구했다.
김화영은 30일 자신의 SNS를 통해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기사를 공유하며 “일단 일한 건 주세요. 매너 있게. 이번 ‘PTT’ 활동도 2020년 미지급 있어도 진행함. 기안서 보낸 거 빠짐없이 확인하시고 체크해서 입금 부탁드립니다. 9월 30일 오늘까지 입금하기로 하셨네요”라고 썼다.
‘PPT’는 이달의 소녀가 지난 6월 발표해 활동을 펼친 곡이다.
김화영은 “‘PTT’ 활동 전에도 미지급금 있었는데 8~9월에 다 지급될 거라고 얘기 듣고 시안 맡기고 안무 진행하고…”라며 “기획사들은 돈 없으면 돈을 쓰지 말던지. 예산 분명히 물어봤고 그리고 많은 금액도 아니고 누가 들으면 정말 몇억 되는 줄 알 듯”이라며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측의 업무 처리 방식을 지적했다. 이어 “창피해요. 얼마 안 되는 거 가지고. 얼마 안 되는 비용이 자꾸 밀리니까 커진 거죠. 제 때 제 때 정산했으면 얼마나 좋아요”라며 “애들이 활동을 자주 한 거도 아니고 활동할 때만 비용 발생한 건데 서로 복잡한 일 만들지 말고 이번 일본 활동 안무비까지 깔끔하게 입금하시고 정리 부탁드립니다”라고 정산을 촉구했다.
과거 안무가들의 안무비를 제대로 기획사들이 지급하지 않았던 일은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그리고 케이팝이 세계적으로 뜨면서 이런 부분은 대부분 없어졌다. 특히 안무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기획사들도 대부분 안무비를 제때 지급하는 것을 원칙을 한다. 그런데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는 ‘얼마 안 되는 돈’의 지급을 계속 미룬 것이다.
그리고 올해 중순 츄가 소속사에 전속계약 가처분 신청을 낸 후부터 개인 스케줄에 매니저와 차량도 지원받지 못하고 직접 택시를 타고 다니는 등 각종 차별과 홀대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 이달의 소녀 팬 계정을 중심으로 온라인상에 제기됐다.
여기에 지난 10월 츄가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 출연해 이런 이야기를 했다.
“병원에 한 달에 한 번씩 간 것 같아, 링거 맞으러.. 위가 고장났다. 스트레스 받고 매운 걸 엄청나게 먹었다. 고통스럽게 먹어 스트레스 받으면 숨도 못 쉴 정도로 꾸역꾸역 먹는다 먹고 토하고 했다”
이야기를 앞으로 돌아가자. 왜 연예매체들은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거나 츄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무게를 두는 지 얼추 알 것이다.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라는 기획사는 이미 신뢰를 잃었다. 아니 정확히는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가 신뢰를 잃었다. 경영권 분쟁 등은 넘어가더라도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의 아들인 이종명 폴라리스 대표와 그의 아내이자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김선혜 대표는 제대로 회사 운영을 못해 내부에서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00억이나 들인 이달의 소녀를 제대로 키우지도 못함과 동시에 이를 위해 업계에서 새로 끌어들인 경영진들마저 임금 문제 등으로 나가게 된 상황이 만들었다.
이 같은 사정에 앞서 말한 츄의 상황, 그리고 사실상 이달의 소녀에서 홀로 일하고 있는 츄에 대해 제대로 정산 못하는 상황들이 맞물려 블록베리나 폴라리스를 향한 부정적 이미지는 극에 달한 상황이다.
그러니 블록베리가 주장한 “츄의 갑질” 프레임이 먹힐 수 있을까. 설사 츄가 ‘갑질’을 했더라도 연예매체들은 그 ‘갑질’의 성향, 정도, 수준을 따지고 들 분위기다. 즉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다.
츄의 이번 상황은 여러모로 아쉽지만 특히, 케이팝이 세계 어쩌구 하는 상황에서 아직도 저런 식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일방적 프레임을 짜는지 한심스러운 모양새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블록베리나 폴라리스는 많은 비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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