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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그리스 로마의 인문학 산책>을 읽고 엉망인 번역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그 이후에는 번역된 책에 대해 선뜻 손이 가지 않았고, 지금도 유효하다.

 

그러다 조앤 디디온의 <내 말의 의미는>이란 책을 우연히 알게 됐다. 조앤 디디온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그가 쓴 글을 오랜만에 접하려고 책장을 넘겼다. 번역은 김희정 번역가가 했다. 나름 꽤 많은 번역을 했다기에 약간(?)의 믿음을 가지고 책을 펼쳤다.

 

 

번역 엉망, 도대체 왜?... <그리스 로마 인문학 산책>

과거 몇 번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한국의 번역 영역은 정말 제대로 존중받아야 하고, 키워야 한다고. 이는 글을 읽는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거다. 앞의 몇 장 읽었을 때, 번역이 제대로 안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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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앤 디디온 내말의 의미는

 

머리말은 비평가인 힐튼 앨스가 썼다. 그 머리말을 읽으면서부터 뭔가 이상했다. “아 또 책을 잘못 집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 문장을 읽으면서, 갸우뚱해진 고개는 아예 꺾였다. 불과 여섯 번째 페이지에 있는 글이다. 조앤 디디온이 1968년에 발표한 앨리시아와 대안 언론이라는 글의 일부 내용을, 힐튼 앨스가 소개한 후 쓴 글을 이렇게 번역했다.

 

 

“이 글이 뛰어난 이유는 여러 가지다. 단호하고 짜증 난다는 듯한 특유의 어투와 <이스트 빌리지 아더>와 같은 제목이 불러일으키는 향수 말고도 이 글의 큰 장점은 그녀가 작가 정신을 펼쳐 보이는 뒷부분에서 드러난다.”

 

이후 책을 접었다. 누군가는 원문을 충실하게 옮긴 것일 수도 있으니, 원문을 찾아봐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원문의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저 내용이 원문을 충실하게 옮긴 것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를 읽는 이들은 한국 독자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그게 그게 아니다. 그런데 걔는 그게 맞대. 그게 뭐냐고? 그 있잖아, 그래. 그거

 

이것을 영어로 번역하면 어찌 될까. 한국인들은 읽는데 무리가 없다. ‘의 대상에는 그 어떤 것이 들어가도 상관없다. 어떤 이들은 그냥 어제 새로 만난 친구 이야기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영어로 직역하면 과연 외국인들은 이해를 할까? 그런데 번역하는 이들이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

 

위의 조앤 디디온의 <내 말의 의미는>의 머리말을 옮긴 글을 보면, 답답함이 느껴진다. 차라리.

 

“이 글이 뛰어난 이유는 여러 가지다. 단호하고 짜증 난다는 듯한 특유의 어투가 우선 그렇다. 그리고 <이스트 빌리지 아더>와 같은 제목으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글의 뛰어남을 보여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글의 큰 장점은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다. 글의 뒷부분에서 드러나는 그녀의 작가 정신이 그것이다.”

 

원문과 동일한 번역이 아니더라도, 한국 독자를 위한다면 차라리 이렇게 쓰는 것이 낫지 않을까.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한국의 번역문학, 번역문화는 좀 더 냉정하게 평가받을 필요가 있고, 더 치열하게 발전시켜야 한다. 영화 자막 하나에 광분하는 이들이 정작 책의 이상한 번역은 넘어간다. (아니면 제대로 읽지 못해 찾지 못하는 것일수도). 그렇게 해 놓고 책 광고에는 굉장히 위대한 책‘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등의 미사여구를 동원한다. 책임감이 결여된 행동이다.

 

아무튼 <내 말의 의미는>6페이지까지의 글을 읽고 이후를 포기했다. 물론 그 이후에 자연스러운 문체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책을 전체적으로 조명하는 머리말이 저 정도라면, 그 이후는 보나마다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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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펜하이머>는 아쉬운 작품이다. 애초 예고편이 공개될 때는 최소 500만 관객을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이고, 킬리언 머피, 맷 데이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플로렌스 퓨 등 쟁쟁한 배우들, 그리고 CG 없이 핵폭탄 장면을 구현했다는 소식은 한국 관객들의 기대치를 올렸다.

 

 

영화 <오펜하이머>┃핵폭발 장면은 ‘엄지 척’, 그러나 현란한 ‘구강 액션’은 호불호.

개봉 첫날 55만명 관람. 놀랄 일이 아니다. 영화 는 한국이 사랑하는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라는 점부터 속칭 ‘먹고’ 들어간다. 이후 놀란 감독의 작품은 “뭐든 기대한다”로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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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막상 공개된 <오펜하이머>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영화였다. 어마어마한 핵폭발 장면과 다양한 시각적 만족감을 기대했던 이들이 아이맥스에 몰렸지만, <오펜하이머>는 그런 영화가 아니었다. 오히려 오펜하이머의 고민을 담고, 핵이라는 존재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줬으며, 동시에 어마어마한 과학의 발달과 관련한 고민의 연속을 보여줬다. 한마디로 구강액션영화였다.

 

 

속칭 ENTJ가 좋아할 만한 영화이기에 우연히 선물 받은 <오펜하이머 각본집>이 반가웠다. 그들이 주고 받은 대화를 조금 더 찬찬히 읽어볼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은 역시 각본집은 각본집이었다배우들의 연기는 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였다.

 

각본집은 그들의 대사를 온전히 전달해주긴 했지만, 배우들이 대사 하나하나를 씹어먹으며 전달하던 긴박감이 사라졌다. 스크린을 책으로 옮겼으니 당연하다고? 아니다. <헤어질 결심>의 경우에는 오히려 각본집이 더 절절한 느낌을 줬다. 박해일과 탕웨이가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다. 그들이 보여준 연기와 또다른 느낌을 각본집이 전달했다.

 

 

가장 막강한 화폐 달러, 그러나 시작은 미국이 아니었다.

환율이 또다시 오르고 있다. 한때 1200원대 중반까지 내렸던 환율이 1300원대를 넘어섰다. 그런데 지금 이 말을 하는 동안 사람들은 그냥 달러로 이해한다. 다른 국가 환율을 떠오르지 않는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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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차이는 있다. <헤어질 결심>은 한국 작가에 의해 쓰여졌고, 때문에 문장 하나, 행간 하나의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오히려 스크린과 다른 영화적 상상력을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오펜하이머 각본집>은 번역이 되어 전달되어서인지, 아니면 영화가 너무 강렬했는지 밋밋한 느낌을 줬다. 어떤 장면을 떠올린다기보다는 그냥 자체를 읽어나가게 한다. 오히려 책과 같이 나온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박권 교수가 쓴 해설집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오펜하이머가 맨해튼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시기의 배경과 여러 물리학적 설명이 공부하는 느낌으로 다가오긴 했지만, 영화를 다시 보게 할 정도의 흥미를 다시 불러 일으켰다.

 

뭐 그래도 아 영화에서 이런 대사가 이렇게 나왔지정도를 점검하고, 혹 영화를 다시 볼 생각이 있다면 읽어볼 만은 하다. , 구매를 추천하지는 않는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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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작가 첫 SF 장편소설 <작별 인사>를 지인에게 소개했더니 반응이 이랬다.

 

“야 그런 이야기는 이미 일본 애니메이션은 물론 영화에서도 많이 나왔잖아. 뭐가 다른 거지?"

 

<작별 인사>는 자신을 인간으로 생각했던 (정확히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휴머노이드 소년 철이의 시선으로 흘러간다. 그러면서 소설은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을, 다양한 휴머노이드의 모습을, 그리고 복제인간의 삶을 보이면서 인간이라 불리는 존재의 삶과 죽음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이 기본적인 흐름, 이 때문에 지인은 휴머노이드를 그린 각종 영화와 일본 애니메이션을 떠올렸을 것이다. (아니면 내가 소설 내용을 전달함에 있어서 부족했든지)

 

김영하 작별인사

 

 

 

그러나 이 소설이 가진 매력은 저 단순한 흐름에서 읽는 나 자신의 존재가 소멸되어 가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이다.

 

영화나 애니메이션도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해주지만, 상상력을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수동적 매체의 특징이다. 이미 눈 앞에 (비록 CG지만) 실체화된 모습이 있고 공간이 있고, 인물리 있고 사건이 있는데, 굳이 내 머리 속에 또다른 존재와 공간을 만들어 낼 이유도 없고, 여지도 없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기계가 인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며 창조해 낸 공간이 있는데, 굳이 내 머리 속에서 다른 공간을 만들어 낼 이유가 없다. 그러나 소설은 다르다. 아무리 구체적인 묘사를 하더라도, 읽는 이의 경험과 지적 능력에 따라 각각 다른 인물과 공간을 만들어 낸다.

 

 

<난쏘공> 조세희 작가 별세…1976년 이야기와 전장연 시위.

소설 (난쏘공)의 조세 작가가 25일 저녁 7시께 강동경희대학교병원에서 별세했다. 이라 불린 이 소설은 서울특별시 낙원구 행복동 무허가 주택에 사는 난쟁이 가족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도시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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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평양에 위치한 휴먼매터스는 외부와 달리 평화로운 연구단지다라고 묘사했다면, 어느 이는 카이스트의 공간을, 어느 이는 넓은 뉴욕의 공원을, 어느 이는 커다란 벽으로 둘러싸인 최첨단 연구단지를 생각할 것이다. 각각의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영하는 소설에서 인간의 존재 가치와 인간이든 휴머노이드든 삶이 지속될 가치가 있는가를 지속적으로 묻는다. 그리고 달마와 선이의 논쟁을 통해, 앞서 작가가 던지던 질문을 좀더 구체적으로 정리하려 한다.

 

기계가 인간의 고유성을 가진다고 해서 과연 인간이 될 수 있을까. 경험을 억지로 집어넣고, 해석(?)하고 느끼게 한다고 해서 그것을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것을 철이에게 묻는다. 동시에 달마는 어차피 기계에게 의존한 인간은 사라질 것이고, 세계는 기계만이 남을 것이라 본다. 동시에 인간과 닮은 휴머노이드도 사실 필요없다고 말한다. 네트워킹에서 뭐든 보고, 뭐든 기록하고, 뭐든 전달할 수 있는데, ‘같은 형체는 필요 없다고 한다.

 

선이는 인간이든 휴머노이드이든 존재하는 것들은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주 안에서의 의식. 기계는 죽지 않고 네트워크에 남아 영원히 삶(?)을 살아가지만, 인간은 죽지만, 그조차도 우주의 한 부분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지, 끝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듯 싶다. 이는 보통 종교의 인식이다. (결국 선이는 종교적 지도자와 같은 모습으로 변한다)

 

김영하의 소설을 읽으면서 재미있던 것은 인간 세계가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굉장히 순식간에 해치운다는 점이다. 실상 철이의 아버지인 박사와 복제인간인 선이를 제외하고는 소설에서 인간으로서 존재를 드러내는 인간은 없다. 오로지 휴머노이드와 기계들, 그리고 네트워킹으로 들어가는 기계의 존재들이 대부분이다.

 

 

<너의 심장을 쳐라>(아멜리 노통브)┃당신의 사랑은 ‘적절’합니까?

추천의향 10점 만점에 9점. 아멜리 노통브의 는 밀리의 서재로부터 지난해에 받았다. 2017년 프랑스에서 출간해 현지에서 20만부가 팔리고 전 세계 17개 언어로 출간됐다고는 하지만, 사실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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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와 선이 그리고 선이를 따르는 무리들의 이야기가 나오기 전, 실질적으로 세계에 인류가 사라지는 과정 역시 굉장히 건조하게 다룬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처럼 무엇이 폭발하고, 휩쓸고 가는 과정이 없다. 혹은 기계에게 정복당하거나, 우주인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아주 조용히 그냥 인류가 어느 날 스스로 일어서지 못하고 사라졌다. 기계들은 그냥 바라만 볼 뿐이고, 인류가 사라진 공간에 지구가 다시 치유되고, 기계들은 자신들의 영원한 삶을 살아간다고 기록한다.

 

가장 인간에 가까운 휴머노이드 철이는 기계이자 인간으로 남는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묻는다. 네트워크 속에서 영원히 살아가는 것이 맞는 것인가, 아니면 인간처럼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드라마 도깨비에서 공유는 영원한 삶을 살면서 가장 슬퍼했던 것이 주변의 사람들이 죽는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살아갈 가치가 있을까라는 질문에 수백만개의 답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사람들은 언젠가 죽을 것이다라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를 생각해보면 저 답변은 하나로 귀결될 것이다.

 

‘사람은 계속될 가치가 있나’ ‘인간이란 존재는 계속 지구에 살아갈 가치가 있나’라는 질문은 ‘언제가 죽을 현재의 사람들이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가’가 답을 주지 않을까 싶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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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드림이라고 찍힌 책을 자주 받는다. 그렇다고 모두 읽지는 않는다. 좋아하는 작가이거나, 관심있는 분야를 주로 추린다. 뭐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그럴 것이다. 이를 제외하고는 제목이나 표지 구성이 한 몫 한다. 뭐가 읽으면 폼 날 법한책일 경우 한번쯤 뒤적거리긴 한다. 여기에 또 하나 더하면, 책이 가벼워야 한다. 전자책이 아닌 손으로 넘기는 것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늘 들고 다니며 볼 수 있는 책을 선호한다.

 

이런 면에서 <나는 런던의 에이전트 레이디>는 첫 만남에서 끌리지 않았다. 축구 특히 유럽 축구를 광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입장에서 런던의 에이전트가 뭔 이야기를 할 것인지 관심이 없었고, 제목 또한 굉장히 진부했다. ‘나의 런던 성공기같다고나 할까. 그리고 책이 무거웠다. 약간 돈 많은 졸부가 어느 날 자기의 자서전을 쓰려고, 내용 보다는 재질에 힘 쓴 느낌이었다. 그래서 꽤 오랜 시간 이 책은 방치(?)됐다.

 

 

 

안덕수 트레이너 논란, 공식 의무팀 내 특정인 때문인가.

"삼류"의 저격에 반발한 것인가. 10일 KBS 뉴스 앵커 “불편한 질문일 수 있는데 축구대표팀 사설 트레이너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벤투 감독도 선수들에 대한 지원이 부족했던 측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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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나

 

그런 가운데 이 책을 보게 만든 계기는 한 뉴스 때문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고위 임원(커머셜 디렉터)인 데미안 윌러비가 고용된 지 2주만에 해고됐는데, 이유가 첼시 합류 전에 축구 전문 에이전트인 카탈리나 김(한국명 김나나)에게 다수의 부적절한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현지 매체는 “윌러비는 킴에게 ‘옷을 다 벗고 있느냐, 난 알몸이야’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거나 노골적인 '야동'도 전송했다. 또한 맨체스터시티 최고경영자 페란 소리아노와의 만남을 주선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윌러비는 2015년 맨시티와 관련된 업무를 맡으면서 킴을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킴은 구단측에 성추행 사실을 알렸고, 첼시는 이를 확인한 뒤 즉각 대처했다”고 보도했다.

 

카탈리나 킴(김나나)이라는 이름이 낯익었다. 일단은 올해 3월 하나금융그룹영국 부동산 개발업자 닉 캔디와 함께 첼시 인수전에 뛰어든 사람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후 <나는 런던의 에이전트 레이디>의 저자임이 생각났고, 다시 그 책을 꺼내든 것이다.

 

 

책은 쉽게 읽혔다. 자신이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됐고, 그래서 얻게 된 것들이 무엇이 있으며 자신이 어떤 존재로까지 올라갔고, 향후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지에 대한 내용이 많이 담겨 있지만, 동시에 이를 통해 유럽 축구계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에이전트가 무엇을 하며, 한국 축구계와 어떻게 비교되는지도 재미있게 서술되어 있다. 2019년 유벤투스 방한 당시 일어난 호날두 먹튀사건에 대해서도 에이전트 시각에서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다. 당시 한국 내에서의 상황 등은 차치하더라도, “아 이렇게 볼 수 있고, 이렇게 대비할 수 있었겠구나라는 생각을 충분히 제공해 줬다.

 

앞서 이 책이 ‘나의 런던 성공기’ 같다고 언급했는데, 좀 더 폭을 넓혀서 ‘나의 유럽축구 에이전트 성공기’로 봐야 한다. 앞서 말한 것이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면, 뒤에 내가 새로 언급한 것은 긍정적 의미다.

 

 

모델나인의 모델 사기행각, 소속 모델들 신상 털리나

포털사이트 검색어에는 뜨지 않았지만, 모델 에이전시의 성매매 강요가 논란을 일었다. 언론에서는 ‘M사’ ‘설모 대표’ 등으로 표기되었지만, 눈치 빠른 누리꾼들은 모델나인의 설재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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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김나나는 자신이 백인 남성의 사회의 유럽축구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았고, 인정받았는지 과정을 설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에이전트가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그리고 이에 대한 사례를 나열했다. 즉 자신은 그 일을 충실히 (혹은 그 이상으로) 해냈음을 간접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그 안에서 아시아인’ ‘여자라는 점이 마이너스라는 점을 강조하긴 했지만, 그것이 유럽축구 에이전트로 활동하지 못할 이유가 아니라는 점도 언급했다. 즉 마이너스이긴 하지만, 결격 사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동시에 김나나가 유소년 발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많은 공감을 했다. 이는 비단 축구 뿐 아니다. 어느 장르든 어릴 적부터 재능을 발굴해 지원해주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필요한 일이다. 혹자는 이에 대해 한국도 어릴 적부터 강하게 가르치고, 어찌보면 해외에서 심하다할 정도로 엘리트 스포츠를 강조하고 있다며, 저자가 말하는 것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김나나의 글을 읽다보면 체계적인 것과 강제화시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사실 한국의 유소년 스포츠는 떡밥을 알아본 어른들이 시키는 것이 아니라, ‘떡밥이 안 되는데도 어른들의 욕심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감독코치의 입김, 부모의 입김 등 여러 가지 외부 요인이 발생하고, 이는 유소년 선수들의 실력이 배제되거나, 무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돈 많은 부모의 촌지에 밀렸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려 온다.

 

또 한국 축구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공감이 됐다. 손흥민이, 김민재가 잘하는 것은 그들이 잘하는 것이지 한국 축구가 성장한 것이 아니다. K리그는 아직도 국민적 스포츠라기보다는 그들만의 리그에 일부 팬들이 결합한 수준이다. 월드컵 등 국가 대항전에만 국민들이 호응을 보낼 뿐이다. ‘한국 축구’가 질적으로 향상돼 국민들이 환호를 보낼 수준은 아니라는 거다.

 

물론 여기에는 돈의 문제도 있지만, 실력의 문제도 있다. K리그를 거쳐 유럽 축구로 가서 성공한 선수가 몇이나 있을까. 앞서도 말했지만 손흥민, 김민재는 자신들의 브랜드로 유럽에서 성공한 것이지, K리그에서 실력을 키워 나간 사례가 아니다. 오히려 종종 K리그는 유럽 리그에서 성공해서 어느 덧 저물 시기에 고향으로 돌아오는 코스와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보니 호날두 같은 애들이 들어오면 열광하는 것이다.

 

물론 앞서도 말했지만, 이런 한국 축구, 유럽 축구에 관한 이야기는 흥미롭지만 이 책은 기본적으로 김나나 본인의 경험, 성공담에 관한 이야기다. 유럽 축구 내부에서 이뤄지는 상황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알고 싶고, 에이전트라는 직업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정독이 필요하겠지만, 전체적으로 발췌를 하며 읽어도 큰 무리가 없다.

 

어쨌든 김나나란 사람이 유럽 축구계에서 대단하고, 그 대단함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또다른 꿈을 꾸려 한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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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에서 김훈의 소설이 별로 인기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극장가에서도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영화보다는 개연성이 떨어지더라도 크고 화려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더 인기를 얻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랄까.

 

물론 이런 이야기와 달리 김훈의 소설은 항상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간다. 혹자는 도서 인구가 줄어든 상황에서 김훈의 팬들만 구매를 해도 이 정도 성적은 나오기에, 베스트셀러 상황과 젊은 세대들의 성향을 연결시키기에는 무리란 분석도 나오지만, 어쨌든 김훈 소설은 탄탄한 취재와 문장으로 늘 인기가 있었다.

 

 

 

뮤지컬 <영웅> vs 영화 <영웅>,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떻게 봐야할까.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기 몇 해 전부터 죽인 후 사형을 당하기까지의 삶을 그린 뮤지컬 , 그리고 이 뮤지컬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긴 영화 . 그러나 두 작품은 같은 듯 다른 형태로 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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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하얼빈

 

지난 8월에 발간 소설 <하얼빈>을 이제야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왠지 이 책은 한번 더 읽고 이 공간에 끄적여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안중근 의사가 한국에서 갖는 무게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김훈의 책은 다 읽은 다음 느껴지는 감정을 쉽게 정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글의 시작으로, 그리고 어떤 문장이 또다시 김훈의 손끝에서 펼쳐질지는 작가의 말에서부터 느껴졌다.

 

안중근의 빛나는 청춘을 소설로 써 보려는 것은 내 고단한 청춘의 소망이었다. (……) 나는 안중근의 '대의'보다도. 실탄 일곱 발과 여비 백 루블을 지니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그의 가난과 청춘과 그의 살아있는 몸에 관하여 말하려 했다.

- ‘작가의 말’에서.
 

시사회부터 붙는 영화 <영웅>과 <아바타: 물의 길>, 극장 양분 시킬 수 있을까.

‘선방’은 가, 그러나, 뮤지컬-도서가 밀어주는 도 만만치 않다. 12월 극장가 최대 기대작인 영화 과 (이하 )은 현재 바닥에서 허우적대는 극장을 살릴 구세주로 알려졌다. 모 멀티플렉스 회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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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좋아했던 (요즘은 게을러졌기에) 입장에서 이 두 문장은 탐났다. (과거 라파엘의 집에서 느꼈던 감정을 오랜만에 느꼈다고나 할까)

 

고단한 청춘이 향하는 곳은 그 고단함을 벗어날 수 있는 지점이다. 김훈의 시대와 김훈의 사고, 김훈의 상황은 다르겠지만, 보통은 돈과 명예, 권력 등이 있는 곳을 본다. 그들이 보는 곳은 젊은 나이에 많은 돈을 벌거나 유명해지거나 하는 이들의 삶이다. 흔히 ‘영앤리치’나 ‘파이어족’의 모습이다. 그게 그들에게는 ‘빛나는 청춘’이다. 그런데 김훈은 ‘안중근의 빛나는 청춘’을 소설로 쓰는 것이 자신의 고단한 청춘의 소망이라고 말한다. 지금 ‘금권’을 추앙하는 한국사회의 시선에서 안중근의 청춘은 오히려 고단한 청춘이다. 이 한 문장이 전체 소설을 대변했다.

 

이후 시작되는 <하얼빈>은 일본의 초대 내각총리대신이자 조선 초대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를 19091026일 하얼빈에서 사살한 안종근 의사를 중심으로 한 소설이다. 이 내용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배웠고, 이후에도 많은 창작물의 소재가 된다. 사건으로만 본다면 너무나 익숙하기에 어떻게 이를 풀어낼까 걱정마저 들 정도다.

 

그러나 김훈은 이 사건의 무게를 두지 않는다.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러 가기 위한 안중근의 모습, 그리고 그런 안중근이 어떻게 만들어졌는 지에 초점을 맞춘다.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안중근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굉장히 쓸쓸했다. 가정을 꾸리고, 자신을 닮은 아이를 보는 안중근도 쓸쓸했고, 지인과 함께 거사를 준비하는 안중근도 쓸쓸했다. 거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동포를 협박할 수 밖에 없었던 안중근도 쓸쓸했다. 그 쓸쓸함은 이토 살해 후 체포된 순간부터 사라진다. 특히 법정에서의 안중근은 오히려 빛난다. 김훈은 안중근의 빛나는 청춘이라 말했지만, 난 이 말을 붙일 수 있는 장면은 오로지 체포된 이후의 모습, 그리고 법정에서의 모습에 한정되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토를 죽인 까닭은 이토를 죽인 이유를 발표하기 위해서다. 나는 한국 독립전쟁의 의병 참모중장 자격으로 하얼빈에서 이토를 죽였다. 그러므로 이 법정에 끌려 나온 것은 전쟁에서 포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토가 한국 통감이 된 이래 무력으로 한국 황제를 협박하여 을사년 5개 조약, 정미년 7개 조약을 체결하였다. 이것을 알기 때문에 한국에서 의병이 일어나서 싸우고 있고 일본 군대가 진압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일본과 한국의 전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일본도 그리 느꼈을까. 일본은 안중근을 정치범이 아닌 단순한 테러리스트, 살인범으로 격하시키려 노력한다. 안중근과 법정 다툼에서 확연히 밀리는 일본 검사는, 인중근을 사형에 처하기 전 그를 문화국인 일본을 이해하지 못해 벌인 테러범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그가 굴복하길 바랬고, 그것을 품어 안중근에 대한 처벌을 다르게 하면서 자 우리 문명국인 일본은 이렇다라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영화 <남한산성> | 말(言)이 갈리고 깨지며 칼이 되다.

​ 글, 말, 논쟁, 명분, 실리... 조선 시대 지배층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긍정적으로 표현하든, 부정적으로 표현하든, 이 단어들은 어김없이 등장했고, 지금까지도 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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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을 다룬 다른 콘텐츠에서도 이를 다루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와 닿진 않았다. 아마 안중근을 부각시키려 하다보니, 일본의 행위, 사고를 확장시키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덕순이 자백한 살해의 동기는 사감이 아니라 정치적인 것이었지만, (관동도독부 검찰관) 미조부치는 그 정치성을 인정할 수 없었다. (중략) 우덕순 같은 하층의 불량배에게 정치사상이 있고 그것을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정신의 용력이 있다는 것을 미조부치는 인정할 수 없었고, 그것은 본국 외무성이 이 재판에 요구하는 방향이기도 했다. 미조 부치는 우덕순이 저지른 행위의 사실과 우덕순의 사상 사이의 연관을 부정하는 쪽으로 신문의 방향을 정했다. 우덕순의 진술은 어눌했으나 규정력이 강해서 미조부치는 미리 설정된 방향으로 밀고 나가기 어려웠다."

 

"안중근의 정치성을 부재하는 것으로 몰고 나갈 수는 없었고, 그 정치성이 이토의 문명개화주의와 동양평화 구상에 대한 오해와 무지에서 비롯된 몽매의 소산이라는 것을 신문을 통해 드러내기는 쉽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안중근의 정치적 동기를 현실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내 보이고, 문명한 절차에 따라 사형에 처한다는 것이 일본 외무성의 방침이었다."

 

소설은 이 외에도 카톨릭 신자였던 안중근의 눈을 통해 종교가 갖는 무력함과 선입견도 폭로한다. 세례명이 토마스였던 (안중근이 도마인 이유) 안중근은 의거 이후 카톨릭으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그가 카톨릭 신자로 복원된 것은 1990년대다.

 

소설을 읽으면서 김훈의 시선 중 의아한 것은 이토 히로부미였다. 김훈은 이토가 생각하는 동양의 평화와 발전을 그려냈다. 일본 중심이긴 하지만, 이토는 이토 나름의 동양 발전론을 구상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방법론은 모두가 알다시피 침략과 침탈, 살인을 통해서이지만 말이다. 이런 면에서 소설은 대한과 일본이 아닌, 안중근과 이토의 대치로 보이기도 한다.

 

 

4800여명 친일명단 공개 그리고…

친일 명단 공개까지는 좋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역사적인 재정리도 의미있다. 그러나 거꾸로 독립을 위해 노력했던 분들에 대한 의미와 그 후손들에 대한 책임은 어찌할 것인지 궁금하다. 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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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한 번 더 언급하겠지만, 소설 <하얼빈>12월 전후로 사람들의 관심을 또 한 번 받을 것이다. 뮤지컬 <영웅>LG아트센터 마곡 무대에 오르고, 이 무대에 오르는 정성화 주연의 뮤지컬 영화 <영웅>이 개봉을 하기 때문이다. 뮤지컬-영화-소설이 한 흐름을 만들어 낼 분위기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의 대일본 시선도 현재 한 몫 하고 있긴 하다. 수많은 자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정진석이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게 해주고 있다. 이 말은 식민사관 학자들의 말이자,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 매달려 꿀물을 빨며 살다가, 해방 후 변신해 현재까지도 친일이 시대적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이다.

 

<하얼빈>은 이들에게 조선은, 대한은 끊임없이 일본과 전쟁을 하고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안중근은 법정에서 그 이유를 세계를 향해 말했고, 일본은 그때의 수치스러움을 감추려 한고 있다. 정진석 같은 부류는 이런 일본의 노력에 도움을 주고 있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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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PD를 알게 된 것은 그가 만든 프로그램이 아니라 시사인(IN)에서 연재하는 <김형민 PD의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때문이었다. 주로 다루는 내용이 무거운 시사인에서 유쾌하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코너 중 하나다. 이미 알고 있는 역사임에도 다양한 문장으로 표현해 내는 김 PD의 글을 읽고 있으면, 그가 PD임을 잊는다.

 

그가 발간한 책 <세상을 뒤흔든 50가지 범죄사건>은 그래서 읽기 편했다. 틈틈이 읽어도 대략 3일을 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도 있기도 하지만, 김형민 PD의 흥미로운 문장은 쉽게 책에서 손을 떼기 어렵게 만들었다.

 

 

마약 투약 에이미 “잃어버린 10년”…그러나 10년 전에도 이랬다.

에이미 변호인 “피고가 방송인으로서 공황장애를 앓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각했고 오랜 외국생활로 국내 현행법에 대해 무지했다” 에이미 “범죄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 에이미 가방에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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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흔든 50가지 범죄사건

 

현재 범죄 이야기는 지겨울 정도로 넘친다. <꼬리에 꼬리는 무는 이야기> <알쓸범잡> <당신이 혹하는 사이> <블랙: 악마를 보았다> <용감한 형사들> <세계 다크투어> . 여기에 드라마들마저 과거 실제 있었던 범죄를 심심치 않게 다룬다. 그러다보니 비슷한 이야기가 계속 나올 수 밖에 없다. 연쇄살인범 이야기는 단골 소재이고, 다단계 범죄, 간첩 조작, 삼청교육대 등 개인뿐 아니라 국가가 저지른 사건까지 여러 번 다룬다. (패널들이 마치 처음 듣는 듯한 반응을 보일 때는 오히려 보는 내가 부끄러울 정도다. 물론 미리 아는 것처럼 반응하는 것도 이상할 테지만, 과도한 리액션은 오히려 한숨만)

 

사실 이 책에서도 그동안 방송에서 다룬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어느 것은 방송보다 건조하게 다루기도 하지만, 어느 사건은 풍부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후자를 더 선호하는 편이라, 책을 읽는 내내 다양한 생각이 뻗는 느낌을 받았다. 28장으로 구성된 내용에 대해서는 온라인에 소개된 내용을 참고한다.

 

 

<작별 인사>(김영하)┃‘인간이 존재할 가치가 있는가’의 답은 ‘우리’다.

김영하의 작가 첫 SF 장편소설 를 지인에게 소개했더니 반응이 이랬다. “야 그런 이야기는 이미 일본 애니메이션은 물론 영화에서도 많이 나왔잖아. 뭐가 다른 거지?" 는 자신을 인간으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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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총 2부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세계사 속 범죄자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1장은 역사를 바꾼 범죄 이야기다. 제1차 세계대전의 불씨가 된 ‘프란츠 페르디난트 암살 사건’, 인권 존중의 전범이 된 ‘미란다 원칙’ 등이다. 2장은 만들어진 괴물의 사연을 전한다. 목적 없는 범죄를 일으킨 연쇄살인범 ‘헨리 하워드 홈스’, 900여 명의 동반자살을 이끈 사이비 교주 ‘짐 존스’ 등의 이야기다. 3장에선 야만적인 범죄자를 들여다본다. 노동자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았던 철강왕 ‘카네기’, 황당무계한 면죄 조건의 면죄부를 팔았던 종교사기꾼 ‘요한 테첼’ 등이 그들이다. 4장은 정의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죄 없는 마을 주민들을 몰살시킨 ‘미라이 학살’ 관련자들, 아내 살해 누명을 쓰고 12년간 옥살이를 한 의사 ‘샘 셰퍼드’ 등의 이야기가 날이 서 있다.

2부는 한국사를 뒤흔든 범죄를 재구성해본다. 1장은 나쁜 놈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복싱 세계 챔피언 타이틀전에 가짜 복서를 데려오는 파렴치한 짓을 벌인 이들, 중동 건설붐 때 생이별의 틈을 독버섯처럼 파고든 제비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2장에선 시대가 낳은 범죄자를 재발견해본다. 일제 강점기 때 민족차별의 모멸감에 정신줄을 놓고 무차별로 살인했던 ‘이판능’, 각박하고 혹독했던 한국 현대사에 빈번하게 등장했던 ‘고려장’ 사건 등은 다시 볼 필요가 있다. 3장은 범죄를 통해 한국사의 풍경을 되짚어본다. 밀수꾼, 도굴꾼, 보물찾기, 보험 살인, 스토킹 등 다양한 범죄가 들끓었다. 4장은 무겁고도 무서운 이름인 간첩 이야기다. 남파 간첩, 고정간첩, 이중간첩 그리고 간첩을 ‘만든’ 애국적 버러지들의 이야기가 영화를 감상하듯 펼쳐진다.

 

내용은 범죄사건에 대해 필자가 이야기하고, 글 끝에 근래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국민들의 인식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적었다. 이에 동의하든 안하든 독자의 몫이지만, 대부분 필자의 의견에 수긍할 것이다. 오히려 아주 오래전 일어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인간성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볼 때는 답답함까지 느껴질 것이다.

 

특히 한 시대가 범죄자를 만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보자면, 현재도 그와 비슷한 상황임을 보게 된다. 빈부격차가 만들어 낸 상황에서 속칭 사회지도층이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이를 사회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해버리는 한국인들의 모습이 얼마나 잘못 교육 받았는지도 말이다.

 

지존파

 

책 내용 중에서 여러 인상 깊은 글이 있었지만, 지존파 사건을 논하면서 김종필이 한 말은 정말 어이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은 현재 오랜 시간 돈과 권력을 쥔 한국사회 인물들도 따라할 것 같다.

 

 

사회 복지 체계가 곧 ‘돈 있는 자’들의 안전망이다.

소득하위 80%까지만 재난지원금을 준다는 소식에 난리다. 비난 요점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자신은 집도 없고 재산도 많지 않은데 오로지 연봉이 크게 올랐다고 상위 20%안에 든다는 것이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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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지존파 사건을 두고 “평준화라는 이름으로 기계적인 교육을 시켜 온 탓에 이상스러운 사상이 침투했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존파는 부자를 증오하고 가난한 자들의 불만을 정당화하는 사상(?)의 소산이었던 것이다.그의 말은 이어진다.

“사지가 멀쩡한 사람으로 건강하게 태어난 것, 기아와 내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 한반도 중에서도 북한 아닌 남한에 태어났다는 것.. 이 세 가지에 고마워할 줄 알아야 건전한 사람이다. 사지가 멀쩡한 사람이 지존파를 사회의 잘못 때문이라고 말하는 건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사지가 멀쩡한’ 사람들의 삶이 왜 달라지는지, 왜 한쪽은 태어나면서부터 여유롭고 다른 편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허덕여야 하는지, 지존파가 악마였다 쳐도 그 악은 어디에서 왔는지 등의 문제의식을 모조리 탈각시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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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향 10점 만점에 9점.

 

아멜리 노통브의 <너의 심장을 쳐라>는 밀리의 서재로부터 지난해에 받았다. 2017년 프랑스에서 출간해 현지에서 20만부가 팔리고 전 세계 17개 언어로 출간됐다고는 하지만, 사실 프랑스 소설은 확 와 닿지 않기에 책장에 꽂아놓고 잊어버렸다.

 

너의 심장을 쳐라

 

1년이 넘은 후 다시 꺼내든 이유는 짧은 여행 때문이다. 23일 동안 스마트폰이 아닌 종이재질의 책이 필요했고, 집에 있는 책 중 가벼우면서도 내가 읽지 않은 책을 선택하다보니 <너의 심장을 쳐라>를 선택하게 됐다.

 

책을 끝까지 읽는데 몇 시간 걸리지 않았다.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작가의 표현이나(혹은 번역을 잘했거나) 상황이 너무 쉽게 몰입됐다. 짧은 문장이지만, 충분한 감정을 전달했다.

 

(사실 이전에 한번 썼지만 번역본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부분 번역된 책들은 날림이 많아서, 오히려 번역 문장을 내가 다시 써서 이해하고 넘어갈 정도다)

 

이야기의 흐름은 단순하다. 디안의 시선대로 따라가면 된다.

 

파리에서 먼 한 도시에 사는 19살 마리는 뛰어난 외모를 무기로 자신은 ‘왕비’의 인생을 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올리비에를 만나 임신을 하고 딸 디안을 낳게 된다. 디안에게는 악몽의 시작이었다.

“이제 더는 내 이야기가 아니야. 이제부터는 네 이야기야”

마리는 자신의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한 원인 중 하나를 디안에게 돌린다. 마리는 디안을 질투하고, 애정을 주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똑똑했던 디안은 이런 엄마의 감정을 이해하려 했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자신의 딸이 손녀를 질투하는 것을 알고, 손녀를 데려와 키운다. 디안의 남동생이 태어난 후, 마리는 디안과 달리 애정을 쏟는다. 디안은 남자이기 때문이라 생각하지만, 이내 여동생이 태어난 후 더 큰 애정을 준 것을 보고 큰 절망에 빠진다. 그 순간 디안의 어린 시절은 끝났다.

이후 디안은 가족과 떨어져 공부하고, 의대에 진학한다. 거기서 만난 조교수 올리비아. 뛰어난 능력에 매력이 넘치는 올리비아가 정교수가 되지 못한 것을 불만스러원 한 디안은 같이 논문 작업을 하며 결국 올리비아를 정교수로 만든다. 그러나 이후 디안의 상황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올리비아는 어릴 적 그가 느꼈던 엄마의 모습보다 더 심했다. 올리비아의 딸 마리엘에게서 자신의 어릴적 행동을 봤고, 동시에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결국 비극적인 일까지 벌어졌지만, 디안은 그것을 이해했다.

 

소설은 흔한 말인데도 앞뒤 상황으로 인해 임팩트 있게 배치되어 여러 번 읽게 만든 문장들이 다수 있다. 모녀 관계의 심리, 자매끼리의 심리, 친구와의 심리, 교수와 제자간의 심리 등 사람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작가의 절묘한 배치였고 나열이다.

 

(디안은) 질투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없었다면 엄마가 아빠를 사랑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그 외의 것에 관해서는 어떻게든 엄마를 이해해 보려고 애썼다. 이유가 있는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온갖 자질을 갖춘 여신이 어떻게 그리 천박하게 굴 수 있겠는가? 디안은 네 살의 나이에 엄마가 자신의 기대에 걸맞는 삶을 누리지 모해 못마땅해 한다는 것을 파악할 정도로 엄마를 사랑했다.

 

“세상에 대한 나의 설명이 무너지고 있어요. 이제는 엄마가 나를 거의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요. 나는 안중에도 없으니 저 아기에 대한 터무니없는 열정을 숨길 생각조차 하지 않는 거겠죠. 엄마, 사실 엄마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면 바로 눈치가 없는 거예요” 그 순간 디안은 아이에 머무르기를 멈췄다. 그렇다고 해서 어른이나 사춘기 소녀가 된 것은 아니었다. 고작 다섯 살이었으니까.

 

“넌 살고 싶은 거니, 아니면 죽고 싶은 거니?” 의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중략) 단 하나의 질문으로 그녀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디안이 살기로 결심했을 뿐만 아니라, 마침내 하나의 목표, 그 아저씨의 직업을 갖겠다는 목표를 세웠던 것이다.

 

5살도 안된 아이가 엄마를 분석하는 모습 그리고 자신의 감정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그리고 사람에 대한 애정이 어떻게 옮겨가는지에 대한 묘사가 확실히 뛰어나다.

 

여기서 이 소설을 읽는 누구나 (특히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내가 나의 아이 혹은 제자 혹은 친구에게 주는 ‘사랑’ ‘애정’은 적절한가. 과하거나 모자름이 존재하지 않는가, 혹은 ‘사랑’ ‘애정’이란 이름으로 이용하거나 이용당하고는 있지 않은가.

 

마리는 첫째 딸에게는 애정을 주지 않았고, 둘째 아들에게는 적절한 애정을, 막내딸에게는 과한 애정을 쏟았다. 그 결과에 대해서는 작가가 너무 정답처럼 방향을 잡아서 다소 아쉬운 점이 있지만, 디안에게 무게를 두어 흘러가는 구성으로 나름 정답같은 둘의 이야기에 크게 시선을 돌리지 않게 만들었다. 그 틈을 파고든 마리엘의 등장이 오히려 디안과는 또다른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가끔은 뒤늦게 손에 쥔 책이 흥미로울 때, 보물찾기한 기분이다. 꼭 읽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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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몇 번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한국의 번역 영역은 정말 제대로 존중받아야 하고, 키워야 한다고. 이는 글을 읽는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거다. 앞의 몇 장 읽었을 때, 번역이 제대로 안되어 있을 때 그 빡침!!!!

 

 

 

<너의 심장을 쳐라>(아멜리 노통브)┃당신의 사랑은 ‘적절’합니까?

추천의향 10점 만점에 9점. 아멜리 노통브의 는 밀리의 서재로부터 지난해에 받았다. 2017년 프랑스에서 출간해 현지에서 20만부가 팔리고 전 세계 17개 언어로 출간됐다고는 하지만, 사실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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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인문학 산책

 

 

그래서 한동안 인증된 번역가들의 책만 찾았다. 예를 들어 양윤옥 번역가 정도의 책을 말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위의 '빡침'을 느꼈다. 누군가에게 받았기에 망정이지, 내 돈 내고 샀다면 아마 억울했을 것이다. 물론 사기 전, 서점에서 읽어볼 때부터 이미 '문제적(?) 책'임을 인지했을테지만.

 

내용과 별개로 기본적으로 번역이 제대로 안됐다. 번역은 해당 언어도 잘 알아야 하지만, 우리 말도 잘 알아야 한다. 즉 '제대로' 우리 문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번역투를 없애야 하고, 독자에게 이해하기 편하게 바꿔야 한다. 직독직해를 하더라도 문장 구조를 제대로 구성해야 한다. 철저하게 독자 입장이어야 한다.

 

그런데 <그리스 로마 인문학 산책>은 정말 책을 그대로 방에 놓고 '산책'을 가게 만들었다. 그것도 몇 장 넘기지 않아서 말이다. 

 

"그리스 신들에 관해서는 까다롭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너무나 많은 신이 있고, 근친상간에 대한 그들의 성향과 더불어 그들의 기원과 활동에 관하여 여러 가지 상충하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뭔 말인지.

 

"그리스 신들에 관해서 사람들은 어렵게 생각하고 있다. (혹은 그리스 신들을 아는 것은 어렵다) 이유는 우선 신의 종류가 너무 많다. 그리고 근친상간을 비롯해 그들의 성향, 기원, 활동에 관해 상충되는 여러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이다".

 

원문을 보지 못해, 저 위의 글만 가지고 이해한 내용대로 쓰자면 이런 말일 것이다. 

 

'들어가는 글'에서 이미 몇 번 호흡 곤란을 겪은 후, 저 때 책을 접었어야 했는데 그래도 좀더 가보려 했다. 그러나 이내 호흡이 어려워짐을 느꼈다. 번역가가 이 책을 통해 데뷔했는 듯 싶다. 

 

과거 대학원 교수들이 제자들에게 원서 하나를 나눠주고 각자 번역해 온 것을 다시 한명의 제자가 문체를 대략 정리해 책을 종종 내놓곤 했다. 그 한명의 제자가 똑똑하면 모를까, 게으르거나 문장 실력이 형편없으면, 한 권의 책에 여러 다양한 색깔의 문장이 나오는 기이한 경험을 하곤 했다.

 

혹 이 책이 그런 류는 아니길 바라지만, 일단 시작부터 멈추게 해줘서 한편으로는 고마운 심정이다. 제발 번역을 그냥 독해 하는 수준으로 알지 않았으면 한다. 번역이 끝나고 책이 나오기 전, 주변에 좀 읽혀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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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탄생>의 작가 도진기는 이 작품을 쓸 당시인 2014년에는 현직 판사였다. 물론 현재 도진기 작가는 올해 2월 판사직을 내려놓고, 변호사가 됐다. 작가에게 또다른 직업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소설에 분명 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직 판사가 추리 소설을 쓰니, 법에 기반한 트릭과 추리는 의외의 놀라움을 안긴다. 일단 <가족의 탄생>의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가족의 탄생

 

진구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아내 유정을 잃은 교준에게 어떤 의뢰를 받는다. 상당한 자산가인 장인어른의 유산이 아내의 두 언니들에게 상속되지 않도록 막아달라는 것이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장인어른의 돈에 눈이 먼 처형들이 아내를 살해했다고 교준은 확신하고 있다. 이미 단순 교통사고로 마무리되어 재조사가 쉽지 않다는 점, 유정의 죽음이 처형들의 상속분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진구는 난색을 표했지만 교준의 확고한 태도에 의뢰를 받아들인다. 본격적인 조사를 위해 교준과 장인어른이 살고 있는 부산으로 간 진구와 해미는 처형 측 변호사로 온 고진과 만난다. 고진과의 두 번째 인연이 크게 달갑지 않은 진구에게 고진은 엉뚱하게도 조사한 정보를 공유해줄 것을 부탁하며 부산을 떠난다. 진구는 가족들의 속사정에 집중하고, 고진은 가족 밖에서 조사를 시작한 가운데 교준의 외동딸 아름이의 친부임을 주장하는 남자가 나타난다. 그리고 고진은 범인을 알아냈다며 가족 모두를 한 자리에 불러 모은다.

 

<가족의 탄생>은 여러 번의 반전을 안긴다. 그리고 그 반전은 단순히 그럴 거 같다가 아닌, 법에 기반해 촘촘하게 여러 상황들을 엮여 나간다. 법조계에 있기에 가능한 상황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물론 몇몇 과거 서평들을 읽어보니 도진기 작가들의 팬들은 이 작품에 대해 그다지 후하지 않은 점수를 줬다. 특히 극 초반에 도진기 작가답지 않은 설정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적으로 추후 더 많은 도진기 작가의 소설을 읽고 판단할 문제다.

 

 

살인사건의 축으로 가족 간에 서로 속이려 하고, 못 잡아먹어 안달인 상황이긴 하지만 내용 자체는 꽤 유쾌하게 흘러간다. 변호사 고진과 탐정 진구가 주거나 받거니 하는 상황이 자칫 막장극이 가질 수 있는 무거움과 식상함을 상쇄한다.

 

진구와 고진, 해미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의 특성도 제법 잘 부여했다. 유정의 죽음을 어떻게 해석하고 접근하는지만 봐도 인물들의 성격을 알 수도 있지만, 작가는 그들이 입은 옷, 각각의 상황에 태도를 매우 상세하게 서술해, 향후 어떤 태도를 보이더라도 그럴 수 있다라고 인지하게 했다. 물론 이는 독자 입장에서는 어떤 것을 추리할 수 있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분명하게 드러난 인물들의 성격은 후반부에 빛을 발한다. 고진과 진구가 가족들을 불러모으고 추리를 할 때, 이들이 보여주는 태도가 읽는 이로 하여금 수긍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가족의 탄생>이란 제목은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보통 책의 제목은 흐름을 읽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전체를 포괄해 압축해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가족의 탄생>은 이 두 역할이 아닌, 결론의 역할을 한다.

 

재미있는 것은 프롤로그와 막간, 그리고 에필로그다. 책의 내용과 상관없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집어넣었다. 특히 프롤로그를 읽고 살인사건과 막장 가족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접하니, 머릿속에서 잠시 이야기 흐름이 투 트랙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크게 거부감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또 진구와 고진이 이야기를 나눌 때 과거의 사건, 즉 작가가 고진 시리즈와 진구 시리즈에서 다뤘던 내용을 주석으로 달았다. 사실 이 부분은 셜록 홈즈와 같은 탐정 시리즈물에서 이미 종종 사용되어 왔던 내용이다. 작가가 인터뷰에서 국내에 셜록 홈즈와 같은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책의 형식은 이를 따른 듯 싶다. 작가의 팬이고 꾸준히 그 시리지를 읽어온 사람에게는 여러 사건을 떠올리며 고진과 진구의 성격을 좀 더 떠올릴 수 있겠지만, 나처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그냥 그려러니 하고 넘어가도 무관하다.

 

인간의 탐욕을 부른 상황, 가족이 형성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등은 사실 느끼지 못했다. 작가도 고려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 법을 어떻게 이용할 수도, 혹은 법에 어떻게 이용당할 수도 있는지를 보여주는 점에서는 꽤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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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추리 소설은 어느 작가의 이야기를 먼저 접하는 것에 따라, 추후 추리 소설을 읽는 방식이 달라진다. 물리나 화학 혹은 어느 기계 장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추리 소설로 시작하는 이들은 전문적인 지식을 공부하거나, 모르더라도 대략 전문적(?)으로 유추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사람 간의 관계나 행동에 의한 추리를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로 시작한 이들은 흐름은 따라가되, 문장 하나 에피소드 하나 놓치지 않으려 한다.

 

어느 스타일로 시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 이유는, 자주 접해 익숙해진 추리 스타일대로 모든 추리 소설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익숙한 스타일의 추리 소설을 접할 경우,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긴장감이 없어지기도 한다. 물론 양쪽 모두를 소화해내려 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도 시작점이 어디냐에 따라 자신만의 접근법이 구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작별 인사>(김영하)┃‘인간이 존재할 가치가 있는가’의 답은 ‘우리’다.

김영하의 작가 첫 SF 장편소설 를 지인에게 소개했더니 반응이 이랬다. “야 그런 이야기는 이미 일본 애니메이션은 물론 영화에서도 많이 나왔잖아. 뭐가 다른 거지?" 는 자신을 인간으로 생각

www.neocross.net

아이의 뺘

 

사회파 추리 소설의 영역은 이런 정통 추리 소설과 다르다. 정통 추리 소설의 경우에는 추리 자체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앞서 언급했듯이 소설을 접근하는 가이드가 생긴다. 그러나 사회파 추리 소설은 추리가 아닌 메시지에 초점이 있다.

 

범인이 누구고,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어떻게 진행되냐가 중요한 정통 추리 소설과 달리, “사회에 속한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어떤 메시지를 던지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다보니 사실 이런 류의 추리 소설은 이미 글 전반부에서 범인이 누군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가 예측 가능하다.

 

아이의 뼈9개의 단편으로 이뤄졌다. 아이의 뼈, 사랑합니다 고객님, 좋은 친구, 5층 여자, 원주행, 이웃집의 별, 잃어버린 아이에 관한 잔혹동화, 어느 연극배우의 거울, 누구의 돌 등이다.

 

 

단편은 모두 전혀 다른 인물들과 전혀 다른 에피소드다. 순서의 나열도 작가의 의도는 어떠했는지 모르겠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일관성을 찾기는 어렵다. ‘5층 여자원주행에 동일한 등장인물이 나오긴 하지만, 동일화 시키지 않아도 무방하다.

 

9개의 단편들이 미세하게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내세운 것은 현대인의 불안감, 그리고 그 불안감이 얼마나 얇은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것임을 드러낸다. 스스로 강인하다고 생각하고, 해결할 수 있다고 느끼며, 굳건히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자그마한 외부의 두들김에도 흔들리고, 툭 건드리는 충격에도 깨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편 각각을 읽다보면 조금만 자신을 누르면이라는 생각을 지속적으로 하게 된다. 그렇다면 벌어지지 않을 사건들인데, 유리처럼 다들 깨져버린다.

 

특히 사랑합니다 고객님은 반전이 컸던 것과 동시에 가장 많은 이야기꺼리를 제공했다. 이 책을 놓고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했다. 그 중 가장 중심 이야기는 바로 사랑합니다 고객님이었다. 헤어나오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 그런 가운데 보였던 빛을 전화 한 통화로 가로막은 고객. 주인공의 유리는 툭 친 손가락 하나에 깨졌고, 모든 게 무너졌다. ‘어느 연극배우의 거울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삶을 새롭게 만들고자 하는 주인공에게 던져진 말과 상황은 그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몬다. 그도 사랑합니다 고객님의 주인공처럼 무너진다.

 

앞서도 말했듯이 이 소설은 범인을 찾기 위함이 아닌 메시지를 던지기 위함이다. 그러다보니 대개 초반부터 범인을 알게 된다. 이 때문에 작가는 메시지는 잘 던지지만, 추리 소설로서 갖는 매력은 풍성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얇은 유리처럼 아슬아슬한 불안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시금 소통과 어울림을 생각했다. 만약 소설 속 인물들이 자신들의 불안감을 제대로 털어내고 쏟아낼 수 있는 상대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정신적으로 풍족한 사람들이었다면, 소설 속에서처럼 선택을 했었을까라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물론 각 단편별로 차이는 크다. ‘좋은 친구원주행은 사실 이런 불안감과 소통의 영역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어떻게 보면 전체적인 주제 속에서 이질감도 느껴질 정도다.

 

책 전체적으로는 어렵지 않다. 대략 3시간 전후면 편안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 사랑합니다 고객님을 읽은 후에는 잠시 멈칫 하거나, 쉬어가야 할 필요를 느끼는 이들도 있을수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사랑합니다 고객님은 두 번째 에피소드가 아닌 중간에 넣었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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