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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첫날 55만명 관람. 놀랄 일이 아니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한국이 사랑하는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라는 점부터 속칭 먹고들어간다.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인셉션> 이후 놀란 감독의 작품은 뭐든 기대한다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내놓은 <오펜하이머>. 시작부터 강렬했다. 영화 시작 후 나온 오펜하이머의 말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라는 문구는 이 영화를 관통한다.

 

간첩 잡아야 하지만…‘간첩’ 만들던 국정원, ‘밥그릇 지키기’인가, 국민의힘‧윤석열의 공

80~90년대에 봤던 ‘간첩 뉴스’가 2023년 이렇게 넘쳐나는 것을 볼 줄 몰랐다. 음지를 지향하고 양지를 지양하는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이렇게 양지를 지향하는 움직임을 또 보게 될 줄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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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핵폭발

 

영화는 1945년 미국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 비밀기지에서 핵폭발 실험에 성공한 천재 물리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다룬다. 그는 미국 정부가 당시 소련보다 먼저 원자폭탄을 개발하기 위해 추진한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미국이 개발한 원자폭탄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졌다. 원자폭탄 투하로 종전은 앞당겨졌지만 두 도시에서 70만명 수준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죄책감에 시달리는 오펜하이머와 상관없이 세계는 본격적인 핵무기 경쟁에 돌입한다. (핵무기, 원자폭탄, 핵폭탄 등의 개념은 알아서 찾자)

 

 

영화는 크게 4개의 상황으로 나뉜다. 첫째는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의 청년 시절이다. 두 번째는 오펜하이머가 레슬리 그로브스 장군(맷 데이먼)과 함께 로스앨러모스 비밀기지에 들어갈 과학자들을 모으는 장면, 그리고 세 번째는 핵폭탄을 만들기 위해 동료들과 논쟁하고 다투고, 정치권과 싸우는 등의 모습, 마지막은 오펜하이머가 미 원자력에너지위원회 창립위원 루이스 스트로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계략에 빠져 소련의 스파이로 몰려 추궁받고, 또 이에 반박하는 모습 등이 그린 장면이다.

 

사실 관객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로스앨러모스 비밀기지에서 핵무기를 만든 후 시험하는 장면일 것이다. 언론들도 이 핵폴발 실험 장면을 가장 영화의 백미로 꼽았다. 영화에서 컴퓨터그래픽(CG)을 최소화해 온 놀란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CG 없이 밤하늘에 치솟는 검은 버섯구름을 재현했다. 섬광에 뒤따르는 거대한 파괴는 무성(無聲)으로 처리된다. 이후 모래 바람과 사람들의 반응. 이는 어찌보면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를 제공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이 장면만 기대했다면, 영화는 지루할 수도 있다. 사실 <오펜하이머>는 핵폭발 장면 하나와 중간 중간 나오는 현란한 장면 몇을 빼면, 말의 향연에 가깝다. 일종의 구강 액션같은 느낌도 준다. 주연들이 내뱉는 대사 하나 하나가 담긴 의미, 실제 역사적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표정과 전달력으로 더 강력한 느낌을 준다.

 

 

영화 <테넷>│시간의 순서에 얽매이지 마라. 따지려면 n차 관람을.

개봉 전부터 화제였던 ‘테넷’은 개봉 후에도 여전히 해석이 분분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역시 관객들이 한번에 영화의 의미와 흐름을 알아낼 것이란 생각을 안했을 것 같다. 이미 n차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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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에 초대해 자신의 업적을 치하하는 해리 트루먼(게리 올드만) 대통령에게 오펜하이머가 내 손에 피가 묻은 것 같다고 토로하자, 그를 한심하게 쳐다보던 트루먼 대통령은 오펜하이머의 내보내며 울보라고 조롱한다.

 

압권은 사실 네 번째 장면이 본격적으로 들어가면서부터다. 수소폭탄 개발과 군비경쟁에 반대하던 오펜하이머는 1954년 매카시즘 광풍과 함께 청문회에 서게 된다. 미 정치권은 젊은 시절 공산당원들과의 교류 등을 꼬투리 잡고 오펜하이머를 애국자에서 소련의 스파이로 전락시킨다. 배후엔 오펜하이머와 갈등 관계에 있던 미 원자력에너지위원회 창립위원 루이스 스트로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계략이 있었다. 스트로스는 오펜하이머에게 과거 망신을 당했던 것을 기억하며 그를 몰락시키려 한다. 물론 결국 자신만 몰락하는 꼴이 되어버렸지만, 이 과정은 화려함보다는 현란함이 느껴질 정도다.

 

 

이때 영화는 컬러와 흑백의 조화로 관객의 감정을 더 끌어올린다. 오펜하이머의 과거는 컬러 영상으로, 오펜하이머 청문회 장면은 다소 빛바랜 색감으로, 스트로스가 오펜하이머에 대해 말하는 장면은 흑백 영상으로 펼쳐진다. 놀란 감독은 아이맥스(IMAX) 6565대형 필름으로 촬영했고, 영화 사상 최초로 흑백 아이맥스 필름을 도입했다.

 

사실 <오펜하이머>의 러닝타임 3시간은 쉽지 않다. 논쟁하기 좋아하고, ‘구강 액션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꽤 재미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핵폭발 실험 이후는 다소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아니 어쩌면 더 정신없을 정도다.

 

이 때문에 첫날 55만명을 모은 <오펜하이머>가 한 주가 지난 시점에서 어떤 성적을 낼 지도 궁금하다.

 

아 참고로 <오펜하이머>는 일본이 싫어한다. 아직 개봉 일정도 잡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광복절에 개봉했다.

 

하나 더 오펜하이머를 다룬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9년 롤랑 조페 감독의 <멸망의 창조>1947년 다큐인 <시작과 끝>이다. 둘 다 그다지 좋은 평을 받진 못했다. 반면 1980년대 BBC가 방영한 7부작 드라마 <오펜하이머>는 골든글로브와 에미상 주요 드라마상 후보에 올랐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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