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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뮤지컬이나 연극에서 관객들은 반응을 자제했다. 뮤지컬 넘버가 끝나거나, 연극 1막이 끝나면 박수와 호응을 보내지만, 그 외에는 속칭 시체 관극수준이다. 그런데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하고 있는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의 관객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눈물 훔치는 건 기본이고, 흐느낌이 이곳저곳서 들렸다. 2막에선 관객들이 눈물을 참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많이 아쉽고 아쉬운 뮤지컬 ‘광화문 연가’ 관람 후기.

뮤지컬 ‘광화문연가’를 처음 본 것은 2011년이었다. 초연이었던 ‘광화문 연가’에는 송창의와 리사, 김무열이 주인공을 맡아 무대에 올랐다. 고 이영훈 작곡가의 30편의 명곡으로 꾸민 ‘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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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ㅕㄴ극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은 현대 희곡의 거장 아서 밀러의 대표 연극이다. 194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원작은 미국 대공황 시기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그려서 퓰리처상, 토니상, 뉴욕비평가상을 받았다. 미국 대공황 시기를 그렸지만, 2024년 대한민국 현실을 대입해도 크게 이질감이 없다. 인물의 이름과 상황만 약간 변화시키면 대한민국이 된다.

 

세일즈맨의 죽음의 줄거리는 이렇다.

 

30년 넘게 세일즈맨으로 일하며 가족에게 헌신한 윌리. 한때 잘나가는 세일즈맨이었지만, 지금은 변변찮은 신세다. 여기에 가정생활도 순탄치 않다. 서른이 넘은 아들들이 변변찮은 일자리만 전전한다. 여기에 큰아들 비프 로먼과 윌리는 만나기만 하면 싸운다.

 

 

사실 윌리는 지쳐 있는 상태다. 실적이 떨어지면서 고령의 몸으로 수백 km를 낡은 자동차를 몰며 물건을 팔러 다닌다. 그러나 봉급은 없다. 물건을 판 후 커미션만 받는 신세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윌리의 모습은 연극이 시작하자마자 보여준다. 윌리가 커다란 출장 가방 두 개를 들고 힘겹게 집으로 들어오는 장면이다. 출장 가방은 가방이라기보다는 윌리가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처럼 보인다.

 

아들 둘은 윌리에게 힘이 되기보다는 고민만 안겨준다. 큰아들은 15년 전 사건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윌리와 사이가 안 좋고, 둘째 아들 해피 로먼은 자신의 상황을 거짓말로만 치장하며 여자만 찾는 망나니다. 극 중 취한 아버지를 레스토랑에 버리고, 여자들과 함께 나가는 장면에서는 한숨만 나온다.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이들이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이는 윌리가 행복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나타난다. 윌리는 절망에 빠진 현실과 행복했던 과거를 오간다. 특히 행복했던 과거에는 큰아들 비프 로먼의 화려했던 미식축구 선수 시절이 포함돼 있다. 윌리는 큰아들이 뭔가를 해낼 것이라 믿었지만, 현실 속 큰아들은 농장에서 일하는 1달러 짜리 인생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세일즈맨의 죽음은 미국 대공황 시대를 그린 이야기지만, 한국의 현재와 크게 다름이 없다. 주택 대출과 온갖 할부들. 대출을 다 갚고 나면 자신의 인생은 없어지고, 온갖 할부로 산 자동차와 가전제품들은 할부가 끝나고 내 것이 되면 고장이 나 있다. 온전히 내 것을 갖기고 어려운 시대다. 특히 중산층이 무너진 현재, 윌리는 무대 위 한명의 캐릭터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직장인들과 소시민 자영업자들의 모습이다.

 

 

아마 관객들이 눈물을 보이고, 흐느낌을 보인 이유가 이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아버지가, 어머니가 박근형과 손숙에게서 보였고, 무대 위 가족의 모습에서 자신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자기 자신이 보였을 수도 있다. 아니 자신이 아니더라도, 주변의 누군가는 보였을 것이다. 그 어느 연극보다 감정이입이 될 수 밖에 없는 연극이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 이외에도 배우들의 면면 때문에 더 주목받는다. 윌리에 박근형과 손병호가, 아내 린다 로먼에는 손숙과 예수정이, 큰아들 비프 로먼은 이상윤과 박은석이, 작은아들 해피 로먼에는 김보현과 고상호가, 친구인 찰리에는 신현종과 이남희가, 형 벤 로먼에는 박윤희와 박민관이 출연한다. 이 외에도 한솔, 김려은, 이예원, 박승재, 김태향, 고은민, 김유진, 도지한, 구준모가 다양한 역할을 맡는다.

 

특히 1940년생 박근형과 1944년생 손숙의 열연은 무대를 압도한다. 손병호-예수정 페어가 다소 젊은 아버지상을 그린다면, 박근형-손숙 페어는 우리가 오래전부터 봐온, 집안을 세우려 했고, 자식들에 대한 기대가 컸던 그런 아버지와 남편에게 순종하고 아들들에게 다정하려 했던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박근형-손숙 팀을 추천한다.

 

아쉬운 점은 대사 전달이다. 배우들 개개인이 무선 마이크를 찼지만, 웅얼거리 듯이 들리는 경우가 많다. 초연과 달리 대사 전달력을 높이려 했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더 대삭 뭉개져서 들린다. 빨리 고쳐야 할 부분이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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