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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3 - [뮤지컬 끄적이기] - '헤드윅'의 감정을 느끼고 '윤도현'의 노래를 즐기다
2009/01/01 - [뮤지컬 끄적이기] -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 최성희·윤공주 '투톱' 성공




뮤지컬 배우로서 송창의를 처음 본 것은 2008년 '미녀는 괴로워'에서였다. 이전에도 '미스 사이공' '헤드윅' '사랑은 비를 타고' 등의 뮤지컬 무대에 섰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실제 그가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당시 여자 주인공은 바다와 윤공주. 송창의는 프로듀서 한상준 실장 역을 맡았다. 뮤지컬 광팬에 비해서는 다소 모자를 수 있지만, 그래도 수십편의 뮤지컬을 본 입장에서 송창의는 최악의 캐스팅이었다. 연기는 어느정도 됐지만, 발성이나 가창력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불안감과 부끄러움을 선사했다.

혹자들은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또한 배우의 능력으로 보는 입장에서 송창의는 무대에 안 서는 것이 나을 뻔했다. 동시에 왜 도대체 그동안 송창의가 뮤지컬 무대에 설 수 있었는지 의문이기까지 했다.

한 뮤지컬 관계자가 "송창의는 가창력은 부족하지만, 연기에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가한 적이 있지만, 그렇다면 드라마에나 나올 일이었다. 아무리 봐도 여성팬들의 티켓을 노린 캐스팅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가창력과 연기, 둘 중 하나라도 떨어지는 뮤지컬 배우는 타 배우에 대한 민폐이기도 하고, 관객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

이후 다시 송창의를 만난 것은 '광화문연가'에서였다. 결과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다. 이때부터 나의 머리속에서는 송창의가 캐스팅 된 뮤지컬에서는 송창의를 피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굳이 불안감을 품으여, 무대를 바라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송창의가 이번에는 뮤지컬 '엘리자벳' 무대에 올랐다. 정말 부담스러웠지만, 어느 이의 강력한(?) 추천으로 송창의-옥주현 팀의 공연을 보게 됐다. 결과는 놀라웠다. 송창의의 실력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옥주현과의 호흡에서도 제법 잘 맞았고, 다른 배우들과 듀엣 장면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공연이 시작되는 중반이후부터는 제법 안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무대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런데 공연이 끝난 후, 다시 생각해보니 송창의가 뮤지컬 무대에 주연으로 서는 것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과거 '미녀는 괴로워'나 '광화문 연가'를 기준으로 했을 경우 늘었다는 이야기지, 흔히 우리가 기대하는 뮤지컬 배우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의 실력에는 여전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앞서 거론한 그가 가진 티켓 파워 등은 분명 인정하지만, 그의 가창력과 무대 장악력은 주연을 꿰차기에는 미흡하다. 이때문에 여전히 그의 팬이 아닌 다른 관객들에 대해서도, 타 배우에 대해서도 민폐는 여전히 존재한다.

때문에 '실력이 늘었다'는 평가를 받는 송창의의 '엘리자벳'에서의 '죽음'은 아이러니하게도 칭찬이 아닌, 굴욕일 뿐이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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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미국에서 초연이후 80국에서 선보였고, 국내에서 2005년 초연된 후 총 1000회가 넘게 공연된 '헤드윅'은 무대에 서서 공연하는 배우들이나 관객들 모두에게 쉽지 않은 뮤지컬이다.

관객들 입장에서 보면 이질적인 내용이 너무 많이 존재한다. 성전환 수술에 실패해 1인치의 살덩이가 남아버린 트랜스젠더, 드랙퀸, 동독 출신의 미국 이민자, 인종청소, 세르비아 등등. 2009년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관객들에게 이런 내용들은 쉽게 다가가기 어렵게 느껴진다.

'헤드윅'의 감정선 또한 쉽게 따라가기 어렵다. 배경이 되는 싸구려 호털의 허름한 바에서 '앵그리 인치' 밴드와 함께 공연을 하는 '헤드윅'은 어느 때는 웃음을, 어느 때는 슬픔을 안겨주다가도 순간순간 분노를 폭발시킨다. 게다가 '앵그리 인치'밴드의 백보컬 '이츠학'에게 질투를 표출할 때는 속내를 모르는 이들은 갸우뚱하기도 한다.

그러나 '헤드윅'이 들려주는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듣는 순간 관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과장된 슬픔을 알게된다. 이질감과 롤러코스터같은 감정선을 편견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뮤지컬 '헤드윅'은 많은 것을 관객들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배우 입장에서는 정말 밑천 다 드러나는 뮤지컬이다. 2시간 가량을 혼자서 이끌어가야 하기에 감정조절과 노래, 연기력이 어지간한 실력이 아니면 쉽게 버티기 어렵다. '헤드윅'을 무난하게 성공하면 괜찮은 배우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어설픈 도전은 배우로서 비판만 받을 수 있다. 이전에 조승우, 오만석, 엄기준, 송용진, 김다현 등이 '헤드윅'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서 인정받은 것은 당연한 일일는지 모른다.

특히 이번에 '하드락 카페'이후 10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윤도현의 활약은 합격점 이상을 받을만하다. 혹자의 말처럼 지우기 힘든 가슴아픈 기억과 슬픔을 노래를 통해 표출하는 모습은 인상적이기까지 했다. 진폭이 큰 감정선의 조절도 초반 어색함을 지워내고 '헤드윅' 그 자체를 만들어냈다. 더욱이 평소 남성적이라고 평가받는 윤도현이기에 금색 가발과 길고 풍성한 속눈썹과 펄 아이새도우 등의 모습은 관객들의 시선을 한순간에 잡기 충분했다. 이후 무대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해나가며 관객들의 감정을 쥐었나놨다하다가 마지막 토미가 되는 장면에서는 '헤드윅'에 윤도현 이상의 적격이 없다는 생각까지 들게했다.

무엇보다 윤도현의 가장 큰 장점은 풍성한 가창력이다. '앵그리 인치'밴드를 맡은 YB밴드와의 호흡은 그야말로 절정인 가운데, 거친 밴드음을 뚫고 나와 또렷한 뮤지컬 넘버를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윤도현의 모습은 자칫 뮤지컬이 아닌 YB밴드 콘서트라는 인상마저 주기 충분했다. 특히 홍대 어느 카페를 방불케하는 윤도현의 20여분간의 앵콜 공연은 '윤도현헤드윅-토미-윤도현' 순으로 변화되는 느낌마저 주어 또다른 맛을 선사했다.

'이츠학' 역을 맡은 리사 (정희선) 역시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원래 '이츠학'은 남자 역할이지만 소화하는 곡의 음역대가 높아 여자가 연기한다. 이는 영화 '보디가드'의 수록곡 'I will always love you'를 부를 때는 특히 그 진가를 발휘했다. '헤드윅'의 감정을 느끼고 '윤도현'의 노래를 즐긴 이후, 관객들은 인간에 대한 '편견'이 부질없음을 느끼며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헤드윅'은 내년 2월28일까지 서울 대치동KT&G 상상아트홀에서 공연되며 윤도현과 강태을 이외에도 송창의, 윤희석, 송용진, 최재웅이 차례로 투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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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컬'은 여러가지로 유리한 입장에서 공연된다. 일단 영화가 흥행작품이라면 여타 창작뮤지컬보다는 사람들에게 쉽게 알려진다. 또 이미 관객들이 스토리에 익숙하기 때문에 앞서 부가 설명할 필요도 없으며, 조그마한 변화를 주더라도 관객들이 크게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는다. 때문에 '무비컬'은 '원작'에 충실해야 한다는 룰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원작과의 비교, 공간 및 시간의 제약 등은 '무비컬'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는다.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는 '원작에 충실한다'는 전형적인 무비컬의 룰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관객 662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내용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으면서 관객들에게 친숙함을 무기로 다가가고 있기 때문이다. '강한나'가 '강한별'로 바뀌고 일부 전개 과정이 뒤바뀌기는 했지만, 영화를 관람한 관객이라면 향후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뮤지컬 '넘버' 역시 '아베마리아' '뷰티풀걸' '별' 등의 익숙한 곡들과 더불어 '한번 뿐인 인생' '한별은 어디에' 등 새로운 곡이 추가되면서 신선함을 주었다.

이런 가운데 '미녀는 괴로워'는 두 가지 숙제를 한꺼번에 해결했다. 바로 '뚱보' 강한별이 '미녀' 제니로 바뀌는 순간과 영화의 히트곡인 '마리아' 등을 소화해내는 문제였다.

비록 수술 장면이 정신없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흡인력이 떨어졌고 변신 직전의 상황이 탄성을 자아낼 만큼의 화려함은 덜했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1막을 이끌어온 강한별이 사라지고 제니가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높은 점수를 줄만했다. 게다가 이후부터는 강한별 역을 맡은 최성희(바다)와 윤공주가 실질적으로 자신들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터닝 포인트'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이 장면이 주는 의미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뚱녀'가 '미녀'로의 변신이 제작진의 노력으로 이뤄졌다면, '뚱녀' 강한별로서 힘든 분장을 하고 1막을 이끌거나 '마리아'를 열창하며 2막을 만들어가는 제니의 모습은 전적으로 배우들의 역량에 의존해야 했다. 이 부분에서 최성희와 윤공주는 관객들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다는 평을 들을만 했다.

그러나 연기와 노래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이는 두 배우가 가지고 있는 미묘한 차이는 분명 존재했다. 연기에 노래를 실는 부분에서는 윤공주가, 노래 그 자체를 가지고 표현하는 것은 최성희가 조금씩 두각을 보였다. 이는 특히 '마리아'를 열창할 때 드러났다. 가수 출신인 최성희는 노래와 무대를 가지고 놀았다.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콘서트 무대로 만들어 버렸다. 최성희의 말대로 '가수인 바다에게 느껴지는 선입관'일 수 있지만, 그 자체가 뮤지컬의 완성도를 높히고 있었다. 윤공주의 '마리아'는 또다른 완성도를 보여줬다. 뮤지컬 배우로서 뮤지컬 내 한 장면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것이다. 결국 최성희는 콘서트 무대를 뮤지컬 밖으로 끄집어 내어 훌룡하게 보여줬고, 윤공주는 콘서트 무대를 뮤지컬 안에서 탄탄하게 만든 셈이다.

물론 아쉬움도 존재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한상준 역을 맡은 송창의의 역량이다. '헤드윅' '블루사이공' '사랑은 비를 타고' 등의 뮤지컬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송창의는 무대를 전혀 장악하지 못했다. 연기의 폭도 그러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성량이 안정되지 않았다. 하루 2회씩 공연하는 주말의 경우, 송창의는 앞공연서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뒷공연에서는 어느 정도 넘버를 소화해내는 등 들쑥날쑥이었다. 상준이 홀로 부르는 '음악은 그래''껍데기만 남았어' 등에서 이같은 부분은 두드러졌다. 여주인공들과 호흡을 맞추는 면에서도 부족함은 드러났다. 이미 최성희와 윤공주의 실력이 월등하기 때문에, 이들이 송창의에 맞춰 음을 낮추는 모양새로 보였다. 막공때 다시 판단해야 하지만, 현재까지의 송창의는 대형 뮤지컬인 '미녀는 괴로워'의 배역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과도한 PPL도 좀더 무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면 눈에 거슬리지 않고도 배치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을 남게한다. 조금은 엉성한 듯한 길거리 풍경에 커다란 글씨로 후원사들의 이름이 무대에서 열심히 연기하고 있는 배우들의 모습을 죽게한다면 안되지 않을까싶다.

그러나 뮤지컬과 콘서트 현장을 동시에 느끼면서 화려한 볼꺼리와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를 바란다면.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는 연말 추천할만한 공연 리스트에 올려도 후회는 하지 않을 듯 싶다. 또 성형외과 의사 '이공학' 역을 맡은 중견배우 김성기가 왜 관객들에게 여타 주조연 배우들을 뛰어넘는 박수를 받는지도 확인하는 것도 공연을 보는 재미로 남을 것이다. 오랜 기간 뮤지컬 무대에 섰던 김성기의 관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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