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2019년 12월 감사원 감사 직전 삭제한 530개 파일 목록에서 북한 원전 건설 및 남북 에너지 협력 관련 문건이 나와 논란이다. 그리고 이 내용을 가지고 정치권이 서로의 이득에 맞춰 해석하고 있다.
논란 발생 순서대로 보면...
1. 산자부 공무원들이 파일을 삭제했다. 그 안에 북한 원전 건설과 관련된 파일이 포함됐다.
2. 북 원전 관련 주요 파일 작성 날짜는 2018년 5월 2일과 14일 15일이다.
3. 청와대와 산자부는 북한에 원전 관련 논의 없었다고 선 그음. 아이디어 차원에서 산자부 내 이야기 될 수 있으나, 공식적 논의 없었다고 함.
4.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일제히 청와대와 여당을 공격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등장한 것이 남북정상회담 USB.
5.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그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남북 경제와 관련된 USB를 건넸다. (직접인지, 관계자들이 건넸는지는 불확실)
6. 문재인 대통령은 그 안에 남북 경제에 관련된 내용이 있다고 말함. 구두로 발전소 관련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USB에 내용도 있다고 말함.
7. 조선일보가 이를 거론하며 마치 USB 안에 ‘원전 관련 내용도 포함됐을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기사 송고.
8. 국민의힘 중심으로 야권에서 다시 일제히 그 USB 내용을 밝히라고 공격
이 상황이라면 일단 청와대와 산자부가 수세에 몰린 상황이고, 야권에게 좋은 공격 빌미를 줬다. 게다가 한국 내에서는 탈원전을 외쳤는데, 북한에 원전을 세운다는 것이 앞뒤가 안 맞고, ‘북한과 핵’은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아주 민감한 문제이니, 건드릴만한 내용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존재’와 ‘진행’ 이다.
일단 파일은 존재했다. 그런데 그 존재가 갖는 공신력이 있냐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보통 조직에서 파일을 만들 때 하나만 만들지 않는다. 게다가 보고되지 않은, 혹은 논의되지 않은 파일은 힘이 없다. 그 관계를 밝혀내지 않는다면, 설사 파일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이 이야기는 애초부터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두 번째는 진행이다. 원전 논의가 있었다하더라도 약 3년 전이다. 그 사이 남북한이 혹은 정부 내에서 이와 관련해 논의에 근거해 어떠한 실질적인 조치가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청와대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맵을 만들라고 했는데, 산자부가 거부했다는 등의 증언 혹은 자료가 나와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논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이 두 내용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아마도 USB에 원전 관련 내용이 포함됐을 수도 있다”는 추측형 기사와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자 여기서 그럼 근본적으로 국민의힘이 취하는 태도를 평가해보자. 네이버나 다음 기사에 재미있는 댓글들이 보인다. 대개 이런 류다.
“부동산 논란, 진보세력 성추행 사건, 오락가락 방역 대책 등 비판할 게 얼마나 많은데 또 북풍 프레임에 휘말리냐. 또 문재앙에게 선거에 질거냐”
‘문재인이 북한에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준다’는 프레임에 힘이 실리려면 앞서 말했듯이 존재와 진행이 구체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미 구체화된 부동산 논란이나 성추행 논란에 쏟을 힘을 저 구체화되지 않은 방향으로 잡으니, 아마도 저런 류의 댓글을 다는 ‘문재인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답답했을 것이다.
‘또 선거에서 북한을 이용하려고 하는거냐’라는 프레임에 국민의힘이 들어가는 순간, 자칫 부동산이나 성추행 논란은 사라질 수 있다. (지금 그 기미가 보인다)
그래도 국민의힘에게 “문재인과 북한은 한편이다”라는 프레임은 달콤한 유혹이다. 여기에는 어차피 정치는 이미지이고, ‘존재’와 ‘진행’이 없는 내용이더라도 ‘문재인=북한’의 구도를 짜고 싶어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럴수록 다시 ‘국민의힘=북풍 세력’이라는 이미지도 같이 부각한다는 점이다. 과거 “김대중이 정권 잡으면 빨갱이 나라된다” “노무현이 정권 잡으면 김정일에게 나라 가져다 준다”는 식의 주장을 해오던 조직이라는 이미지가 고스란히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아이러니한 것이 그런 그들이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 까려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들을 수시로 소환한다. 그들은 잘 했는데, 문재인은 그 정신을 못 이어받았다며)
아마 ‘존재’와 ‘진행’이 구체화되면 청와대와 여당이 ‘진짜’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것을 증명해 내지 못한다면 찻잔속의 미풍으로 그쳐 국민의힘에게 ‘북풍 조작 세력의 후예’라는 이미지만 남길 수도 있다.
- 아해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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